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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2012년 상반기를 빛낸 신인 여배우들

by 박평 2012. 6. 29.

2012년 상반기에는 독특한 작품도 많았고, 이슈가 된 작품도 많았다. 그리고 동시에 화제가 됐던 배우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 신인 여배우로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4인방을 한번 살펴 보자.


1. 수지


사실 드림하이라는 작품이 기획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작품이 흥미를 끌 지언정 굉장히 별로인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출연진들이 하나 같이 아이돌이고, 연기에 대해서 전혀 확신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 출연했던 아이돌들의 연기가 꽤 괜찮았다. 드림하이의 성공에는 이 안정된 연기가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다. 특히 장우영과 아이유가 기본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고, 함은정은 연기자 출신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으며, 옥택연과 수지는 기본은 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주연이였던 '김수현'이 중심에 버텨주었기 때문에 드라마는 성공할 수 있었다.


드림하이에서 수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말이 배우로서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저 가능성 정도를 의미할 뿐이었다. 그러나 건축학개론이 개봉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녀는 씬스틸러가 됐다.


씬 스틸러라는 것은 주연은 아니지만 나오는 장면마다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연기자를 일반적으로 칭하는데, 수지는 주연이면서도 확실한 씬 스틸러였다. 거의 100%에 가까운 이미지 캐스팅의 성공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미지 캐스팅을 망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녀 또한 기본적인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쨌든 건축학 개론에서 그녀는 첫사랑으로서 확실히 도장을 찍었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연기로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게 됐다.


최근작 '빅'에서도 수지는 적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단, 문제는 역시 수지가 가지고 있는 연기 톤에서 상당히 벗어나지 않는 다는 것이 '수지의 연기는 뻔하다'는 이미지를 심어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갑작스럽게 연기 변신을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그녀가 그런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지가 불명확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자기가 잘하는 것을 살짝만 바꿔서 계속 하는 것이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너무 많이 나와 스스로의 이미지를 갉아먹지만 않는 다면 말이다. 


그래서 수지의 장래는 지금의 수지의 이미지를 깬, 새로운 연기를 할 때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한번을 제대로 해내면 연기자로서 충분히 오래 사랑 받을 가능성이 높다. 



2. 김유정


아역 출신으로서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을 해 왔지만 그럼에도 자기 이름 세 글자를 대중에게 확실히 인식시킨 것은 '해를 품은 달'에 출연하면서 부터이다. 아역이 이렇게 사랑 받는 경우는 예전에도 종종 있었다. 특히 과거 모래시계의 '홍경인, 김정현'은 잠시만 등장했던 아역이었음에도 정말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김유정과 여진구 커플은 이를 넘어서서 오히려 성인 연기자를 압도하는 모습까지 보여 줬으니, 이 아역들의 파워는 대단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여진구의 경우에는 김수현으로 넘어가면서 워낙 김수현 또한 배역을 잘 소화해 냈기에,부드럽게 해를 품은 달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으나, 김유정의 경우에는 성인 연기자보다도 아역이 더 잘했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였다. 물론 이후에 한가인의 연기가 살아나면서 결국 '해를 품은 달'은 엄청난 인기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김유정의 경우에는 아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일단 연기력에 대한 입증은 어느 정도 됐다고 볼 수 있다. 단지 문제는 대중이 '김유정'을 인식했다는 점이다. 아역임에도 사람들이 김유정을 인식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역이면서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것도 꽤 오래 동안. 아역으로서는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비중있는 학생 역을 맡다 보면 이미지에 한계가 올 수 있는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는 것이 연기의 주가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유정이 롤 모델로 삼을만한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문근영'이다. '문근영'이 어떤 방식으로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서서히 이동해 왔는지를 잘 살피고 따라 간다면 김유정도 충분히 오래 동안 좋은 여배우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3. 김고은


이 신인 배우는 올 상반기에 충무로에서 '수지'와 함께 가장 뜨거웠던 인물이었다. 은교에서 은교 역할을 너무나 완벽하게 소화해내서 찬사를 받았고, 게다가 신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배드신까지 소화해 냄으로서 충무로에 대형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김고은은 첫 작품을 '정지우'감독이라는 좋은 감독과 함께 했고, '박해일'이라는 충무로 최고의 배우 중 하나와 연기했다. 게다가 작품은 가벼운 오락영화도 그리고 지나치게 작가주의적인 영화도 아닌 적절한 무게감과 적절한 사유, 그리고 적절한 흥행까지 한 그런 작품이었다. 이 모든 것이 신인 여배우에게는 너무나 최적의 환경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김고은에게는 과거 전도연의 그림이 그려진다. 과거 전도연이 접속, 약속등으로 충무로의 가장 뜨거운 여배우로 올라섰을 때, 그녀는 정지우 감독과 함께 '해피엔드'를 찍었고, 이 작품의 성공으로 전도연에게는 '배우'라는 훈장이 확실하게 새겨진바 있다. 여배우에게 노출은 자신의 값어치를 매우 낮춰 버리기도 하지만 자신을 진짜 배우로 인정받게 해주는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여배우에게 노출이라는 것은 가장 무서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연기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렇기에 어떤 작품을 통해서 어떤 노출을 하느냐는 여배우의 커리어에 있어서 상상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고은은 너무나 어려운 첫 단추를 잘 꾀었다. 일반적으로 첫단추를 '노출'쪽으로 꾄 여배우들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서 김고은은 좋은 작품을 통해서 훌륭한 데뷔전을 치룰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녀의 선택은 단연 성공이었다. 


문제는 다음 작품이다.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사실 의심의 여지가 없고, 연기를 못해서 영화를 망칠 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작품에서 어떤 배역을 맡는가는 김고은이라는 배우의 장래를 상당부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어느 때보다도 작품 선택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장르이건, 어떤 배역이건 중요한건 영화의 작품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흥행이 안되더라도 말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김고은은 지금의 전도연 같이 발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4. 윤진이


김은숙작가의 작품에, 장동건, 김하늘, 김수로와 함께, 그것도 김민종 상대역으로 출연해서 연기 잘한다고 칭찬 받고, 사랑 받는다면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출연부터 인정받는 것까지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만약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려면 이것은 정말 하늘이 도운 것에 자신의 능력을 더하고 그 다음에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주는 그런 일까지 발생해야 한다는 일인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사람들이 윤진이를 두고 놀란 것은, 그녀가 매우 연기를 잘하고 사랑스러운 것 뿐만 아니라, 신사의 품격이 그녀의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신사의 품격을 통해서 데뷔했고, 다른 쟁쟁한 스타들 사이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그 사랑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이걸 그냥 행운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녀가 화면에서 보여주는 연기가 너무 훌륭하고, 그저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말도 안될 만큼 아름다운 상황이 주변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이것은 자신의 능력과 행운이 함께 어울러져 한바탕 판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행운이 사라졌을 때, 자신의 능력으로 얼마만큼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었고, 갑자기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그녀가 아무리 잘해도, 정말 쟁쟁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정말로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작가와 PD와 함께 있는 덕을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그녀가 이런 분들의 도움 없이 홀로 서야 할 때, 혼자서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과연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결국 윤진이는 신인으로서 좋은 작품에 출연하게 된 덕만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스스로 자신의 연기와 인기를 쟁취할 수 있는 것인지를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차기작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다음 작품으로 주연작을 고를지 아니면 개성있는 조연을 선택할지는 꽤 중요하다. 조연작이라면 그 증명을 조금 늦추는 대신 그 준비를 잘 해나갈 수 있는 것이고, 주연작이라면 한꺼번에 확실한 배우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단, 주연작의 경우에는 위험부담이 상당히 크다. 어쨌든 그녀는 화제를 몰았지만 아직 입증되었다고 보기에는 조금 모자란 라이징스타다. 그리고 그녀가 스스로를 어떤 방식으로 증명해 낼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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