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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버스커버스커를 경배하라!

by 박평 2012. 6. 21.

보통 한 분야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갖다 보면, 무언가 원하거나 바라는 것이 생기고는 한다. 그렇기에 문화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 바라는 것이 많은 편이다. 특히 나는 아직도 대한민국 영화계에 캐릭터를 기반으로한 시리즈 물이 나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작품 하나를 가지고 골수까지 빼먹는 헐리우드가 부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음악 쪽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좀 새로운 충격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서태지의 혁명을 정면으로 접했던 세대로서 그 당시와 같은 충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가수가 나온다면 참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서태지는 댄스와 랩을 가미한 음악을 들고 나와 대 성공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의 문화적 흐름을 송두리채 바꿔놨다. 


물론 나는 그와 같은 혁명적인 일이 다시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렇기에 내가 바라는 것은 어떤 혁명적인 발전이나 진화, 이런 것이 아니라 적어도 지금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악과 가수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바닥에 앉아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불렀던 장재인에 환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는 가수가 등장했다. 버스커 버스커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던 어떤 획일성을 아주 송두리채 뒤엎고 나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혁명까지는 못 되도 거의 반란에 가까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가요계는 일정한 트랜드를 지니고 있었다. '아이돌'이어야 했고, 기획사로부터 오랜 시간 '훈련'받아야만 했다. 무대는 강한 '퍼포먼스'가 필요했고, 음악은 유명 작곡가의 것을 '돌려'써야 했다. '후크'는 기본이었고, '후크'가 없다면 이야기 거리가 될만한 무언가가 존재해야 했다. 가사는 '직설적'이거나 '단순해'야 했다. '서사'도 '스토리'도 필요없는 '충격'이라는 요소가 필요했다. '예능'은 필수 조건이고 '연기'는 부업이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이랬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식으로 상당부분 수렴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한방에 깨버린 이들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버스커 버스커이다.


이들은 아이돌이 아닌데다가 심지어는 방송이 끝나면 버려진다는 오디션 출신이다. 다들 방송에 나오기 바쁠 때, 이들은 방송활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 훈련을 받기는 커녕 팀 자체가 구성된지도 오래 되지 않았으며, 거기다가 아이돌이 아닌 밴드이다. 작곡은 스스로 하고 '후크'대신 기타 '선율'과 '보컬'이 있었다. 가사는 '서사적'이고 '감성적'이었다. 기호와 같은 것들로 이루어진 가사와는 너무나 차이나는 것이었다. 


사실 버스커 버스커 전에도 이런 음악을 하는 가수들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버스커 버스커는 1집 전곡을 10위권 안에 위치시키는, 그곳도 오랜 시간 위치시키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고 1집의 마무리로 발표한 앨범으로는 발표 하자마자 각 음원사이트의 1위부터 5위까지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심지어는 앨범에 실린 경음악까지 5위 안에 들어있는데 이 같은 성과를 올린 최근의 가수들은 찾아 보기 힘들다. 참고로 지금 버스커 버스커가 밀어낸 가수들은 빅뱅과 원더걸스 f(x)같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돌들이다.


밴드가 방송에 많이 나오지도 않는데 이렇게 음원차트를 독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이 통했기 때문이다. 대중과 통하는 음악을 했기 때문에 이 앨범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점에서 그들은 대한민국 가요계에 희망의 빛이 되었다. 이제 버스커 버스커 같은 스타일을 지닌 가수들이 제작될 것이고, 조금 더 음악에 충실하는 지금과는 살짝 다른 곳에 위치하는 가수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들이 혁명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경배해야할 선구자임은 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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