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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싹한 드라마, 유령

by 박평 2012. 6. 14.

유령이라는 드라마는 참으로 독특한 매력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컴퓨터'라고 하는 소재는 분명 공포와 스릴의 대상이 되긴 힘들다. 낯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 세련되고 친숙한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소재를 뮤지컬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테마와 결합시켜버리니, 이 드라마 볼 때마다 긴장감이 넘치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최근의 드라마 중에서 이렇게 시청자를 오싹하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없었다.


이런 오싹함은 배우의 연기와 PD의 연출, 그리고 작가의 대본이 어우러져서 만들어 졌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배우들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넘치고, 연출은 긴박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대본은 말 그대로 시청자를 빨려 들어가게 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대단한 것은 바로 대본이다. 그리고 대본이 지닌 수많은 미덕 중에서도 '현실성'이야 말로 가장 중심에 있는 미덕일 것이다. 이 '현실성'은 극을 더욱 실제와 같은 것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굉장한 스릴감을 안겨주고 있다.


유령은 이미 우리가 겪었던 사건들을 기반으로 하여 구성되었다. 김은희 작가의 전작이었던 싸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실제 우리가 접했던 사건들을 잘 엮어 내면서, 마치 드라마에서의 사건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청자들은 극을 보면서 더욱 강한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실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배우의 성상납은 과거에 있었던 장자연씨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번에 소재로 활용된 디도스 공격은 10.26 부정선거 사건이나 농협 디도스 공격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게다가 이 디도스 사건은 2011년 9월 15일에 발생했던 대규모 정전사태와 연결되며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설득력있게 다가오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물론 이 드라마는 이러한 사건들을 소재로 가져 왔을 뿐이다. 실제와 드라마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시청자는 더욱 더 극에 몰입할 수 있고, 더 큰 긴장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가 끝난 후에 김우현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미친소'를 답답해하는 시청자도 생겨났을 정도다.


싸인 때와 마찬가지로 분명히 이 드라마는 큰 틀의 에피소드 안에서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형태로 구성될 것이다. 그러므로 드라마가 차용할 현실의 소재거리들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재들은 분명, 앞으로도 유령의 긴장감을 더욱 높혀줄 것이 분명하다.


유령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우리 삶 속에서 존재했던, 실제로 발생했던 일들이 놓여 있다. 바로 이 점이 유령을 매우 특별한 드라마로 만들어 주고 있으며,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빠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유령은 때론 드라마가 더욱 현실 같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 이 드라마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끝은 현실과 다르기를 기대해본다. 끝 마저 현실 같다면 이 드라마 꽤 씁슬한 드라마로 남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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