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뛰어난 교육적 예능, 정글의 법칙

예능의 주요한 목적은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한동안 삶에 대한 지혜와 정보를 같이 주고자 하는 스펀지, 경제야 놀자 등과 같은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그 열풍이 상당히 잠잠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재미를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한 순수 예능프로그램들이 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정글의 법칙은 분명 순수한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교육적인 효과를 시청자들에게 주고 있다. 재미도 있고 교육적이기까지 하다보니 밥상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다.

정글의 법칙이 전해주는 가장 교육적인 내용은 바로 '대자연'을 보여주는 것이다. 회색빛 콘트리트에 둘러쌓여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대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교육적 가치가 있다.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자연의 웅장함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쓴 것으로 보인다. 대자연을 보여줄 때도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극적인 카메라 앵글을 찾고, 시청자들에게 자연의 모습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한 구도를 잡는다. 이에 필요한 음악을 넣거나 연기자들의 반응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자연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가장 감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연의 경이 앞에서 모든 인간들은 현재의 삶으로 부터의 이완을 얻게 되고 동시에 자신도 저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던가 혹은 저런 곳에 가보고 싶다는 설렘과 도전정신을 일깨우기 까지 한다. 특히 자연에 맞서는 그러나 결국 자연과 조화하려 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을 대하는 자세 또한 배울 수 있는 예능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정글에서 벌이는 식사는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경건하기까지 하다. 자연에게서 꼭 필요한 만큼만 얻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 음식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는 시청자들에게 음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가오리를 잡고 꼬리를 잘라 버리지만, 그 꼬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흙에 묻어주는 이런 행위, 그리고 적은 음식도 감사히 먹는 그들을 통해, 음식과 먹는 것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또한 정글의 법칙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자연이 주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병만족이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함께 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알 수 있다. 그 안에서는 권력구조가 없는 대신 권위가 있고, 반목 대신 화합이 있다. 누가 체력적으로 약하거나 해서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재주가 많다고 위에 있지 않고, 좀 부족하다고 해서 밑에 있지 않다. 서로 다 보듬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는 진정한 화합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 또한 너무나 교육적이다.

사실 대한민국은 경쟁과 반목, 개인주의로 둘러쌓여 있고, 회색의 틈바구니에 속해있다. 그래서 이와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글의 법칙'은 그 자체로서 너무나 교육적일 수 밖에 없다. 가족이 함께 모여앉아 보면서 가족 모두가 다른 것을 배워갈 수 있는 그런 예능인 것이다. 그런데다가 재미있으니 지금까지 제작되었던 어떤 에듀테인먼트보다도 뛰어난 진정한 에듀테인먼트 방송이라고 볼 수 있다.

정글의 법칙의 가장 큰 가치는 여기서 기인한다. 자극적인 것이 판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이런 예능 하나쯤은 볼 수 있는 그런 호사를 누리게 해 준다는 것, 그것이 바로 정글의 법칙의 힘이고, 인기를 끄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