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라는 드라마는 참으로 독특한 매력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컴퓨터'라고 하는 소재는 분명 공포와 스릴의 대상이 되긴 힘들다. 낯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 세련되고 친숙한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소재를 뮤지컬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테마와 결합시켜버리니, 이 드라마 볼 때마다 긴장감이 넘치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최근의 드라마 중에서 이렇게 시청자를 오싹하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없었다.
이런 오싹함은 배우의 연기와 PD의 연출, 그리고 작가의 대본이 어우러져서 만들어 졌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배우들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넘치고, 연출은 긴박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대본은 말 그대로 시청자를 빨려 들어가게 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대단한 것은 바로 대본이다. 그리고 대본이 지닌 수많은 미덕 중에서도 '현실성'이야 말로 가장 중심에 있는 미덕일 것이다. 이 '현실성'은 극을 더욱 실제와 같은 것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굉장한 스릴감을 안겨주고 있다.
유령은 이미 우리가 겪었던 사건들을 기반으로 하여 구성되었다. 김은희 작가의 전작이었던 싸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실제 우리가 접했던 사건들을 잘 엮어 내면서, 마치 드라마에서의 사건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청자들은 극을 보면서 더욱 강한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실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배우의 성상납은 과거에 있었던 장자연씨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번에 소재로 활용된 디도스 공격은 10.26 부정선거 사건이나 농협 디도스 공격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게다가 이 디도스 사건은 2011년 9월 15일에 발생했던 대규모 정전사태와 연결되며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설득력있게 다가오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물론 이 드라마는 이러한 사건들을 소재로 가져 왔을 뿐이다. 실제와 드라마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시청자는 더욱 더 극에 몰입할 수 있고, 더 큰 긴장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가 끝난 후에 김우현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미친소'를 답답해하는 시청자도 생겨났을 정도다.
싸인 때와 마찬가지로 분명히 이 드라마는 큰 틀의 에피소드 안에서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형태로 구성될 것이다. 그러므로 드라마가 차용할 현실의 소재거리들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재들은 분명, 앞으로도 유령의 긴장감을 더욱 높혀줄 것이 분명하다.
유령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우리 삶 속에서 존재했던, 실제로 발생했던 일들이 놓여 있다. 바로 이 점이 유령을 매우 특별한 드라마로 만들어 주고 있으며,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빠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유령은 때론 드라마가 더욱 현실 같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 이 드라마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끝은 현실과 다르기를 기대해본다. 끝 마저 현실 같다면 이 드라마 꽤 씁슬한 드라마로 남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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