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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김태호빠진 무한도전, 말도 안되는 탁상공론

by 박평 2012. 6. 11.

탁상공론이라는 말이 있다. 현실성이 없는 허황된 이론이나 논의를 뜻하는 말이다. 


MBC 김재철 사장이 임원진 회의에서 '무한도전'을 외주화하는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 말은 현재 파업 중인 김태호PD가 빠진 무한도전을 제작해서 내 보내겠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재 확정된 것이 아니고 그냥 논의일 뿐이기 때문에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단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이런 언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며, 이런 언급이 나온 것 만으로도 큰 우려를 낳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이라는 7명의 맴버가 펼치는 활약이 인기와 재미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지닌 인기의 상당부분을 연기자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무한도전이라는 방송의 진가는 상당부분 제작진에게서 나오고 있다. 제작진이 연기자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재미와 감동, 때로는 교훈까지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기자만큼 제작진이 중요한 프로그램이 바로 무한도전이다. 그리고 그 제작진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김태호pd이다.


연기자들은 김태호pd와 제작진이 마련해 놓은 세밀한 판 위에서 재미를 만들어 낸다. 시청자들은 연기자들의 모습에 재미를 느끼면서도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정교한 판을 보고 놀라고 감탄한다. 여기에서 얻는 재미는 연기자들에게서 얻는 재미에 비해 전혀 뒤 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그것을 넘어선다. 제작진이 스피드 특집에 숨겨놓은 다양한 독도 메시지들은 방송 후에도 거의 1주일 내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감탄하게 만들었었다. 


또한 연기자들은 '김태호pd'를 믿기 때문에 마음껏 카메라 앞에서 활개칠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재밌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확신, 조금 실수를 해도 잘 편집해 줄 것이고, 잘 화면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것이 없다면 연기자는 언제나 조심하고 몸을 사릴수 밖에 없으며, 지금처럼 자연스럽고 재밌는 무한도전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줄이면, 무한도전은 연기자와 제작진이 함께해야 제대로 된 재미와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된다는 것이다. 연기자와 제작진, 둘 중 하나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무한도전은 그저그런 예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외주제작으로 만들어진 무한도전이 방송된다면 무한도전의 팬들은 연기자들에게도 실망할지 모른다. 무한도전의 제작진과 연기자는 하나의 가족과 다름 없는데, 이들이 갈라져서 방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팬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그램의 재미도 급격하게 떨어질지 모른다. 아니 재미를 떠나 '작품의 질'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시청률이 떨어져도 작품의 질을 훌륭하게 유지시켜 온 것이 무한도전의 또 하나의 장수비결임을 볼 때, 결국 외주제작 무한도전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무한도전을 망치는 결과 밖에는 얻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골수 팬들이 고개를 돌리거나, 재미가 없거나, 질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MBC의 간판 예능이다. 언제나 MBC 예능의 중심에 있는 MBC의 주력상품이다. 적어도 임원진들이라면 이 주력상품에 대한 공부와 연구는 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주력상품을 어서 빨리 제대로 방송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지,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 내다 팔 생각만을 해선 안된다. 소비자들은 그런 눈가리고 아웅식의 대처에 분명 비난을 보낼 것이고, MBC는 더욱 더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무한도전의 방송이 재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재개는 중단할 때의 모습 그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다시 마음을 활짝 열고 그들을 크게 환영할 것이다. 무한도전의 외주제작이 탁상공론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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