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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자기만의 미덕을 지닌 드라마

by 박평 2012. 6. 3.

신사의 품격은 장동건의 드라마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슈가 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시크릿가든의 김은숙작가와 신우철PD가 다시 힘을 합친다는 점, 로코퀸인 김하늘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받은 그 엄청난 크기의 기대만큼 이 작품이 성공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섣부른 것이 사실이다. 시청률 1위를 하고 있긴 하지만 독주체제를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기대가 너무 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 단순히 시청률 1위로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작품이다. 드라마 자체가 지니고 있는 미덕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40대 혹은 중년이라고 불리는 세대가 방송에서 보여진 모습을 생각해보자. 일단 아버지일 것이고, 사회에 때 묻어서 매우 고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이 것이 아니면 무척 성공하여 불륜을 밥먹듯이 한다던가 '사랑과 전쟁'스타일의 문제를 일으키는 부정적 이미지로 그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40대 남자가 꼭 그래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 40대 남자들도 많이 있다. 트렌디 드라마의 미덕이 그 시대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신사의 품격은 그 동안 에 잘 다뤄지지 않던 꽃중년을 전면으로 내세운 거의 최초의 드라마로 볼 수 있다. 자기를 잘 가꾸고 자신의 위치에서 성공한 그러면서도 '불륜'과 '권력의 암투', '더 큰 성공'에 목 매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살아나가는 중년에 대한 묘사는 현재에 분명 존재하는, 그리고 점점 많아지는 하나의 부류를 그리고 있다. 트렌디 드라마의 미덕을 매우 잘 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이 중년을 매우 가벼운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이들의 삶과 사랑은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가볍게 그렇지만 그렇다고 경박하지는 않게 그려지고 있다. 위에 밝혔다시피 이 나이 때의 사랑은 뭔가 진득해야 할 것 같고, 깊어야 할 것 같고 그 사이에 엄청나게 큰 갈등을 만들어 내는 경쟁자나 방해자가 있어야 할 것 같고, 뭔가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그러나 신사의 품격은 매우 편하게 가볍게 다룬다. 이미 대사 중에 있듯이 이들은 나이를 먹은 중년이지만 이들끼리 있을 때는 애와 다를 것 없는 여전히 소년 같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대한민국 남성성의 변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선작용을 이루고 있다. 남자 나이 40이 넘어가면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목숨걸고 일해야 하는, 가족의 기둥이자 성공해야만 인정받는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우리네 편견을 깨주고 있는 것이다. 그 남자들의 어께에 올려진 꽤 무거운 짐을 가볍게 내려 놓은 모습을 통해볼 때 이 드라마, 어찌보면 남자를 위로하기 위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사실 시크릿 가든을 통해 여자를 위한 드라마, 여성의 판타지를 구현시켜준 드라마를 그렸던 김은숙 작가를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신사의 품격 또한 여자를 위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 아직까지는 남자를 봐주고 있다. 남자에게 시선을 맞추고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남자에게 판타지 혹은 위로를 준다. 이 얼마나 큰 미덕인가?


물론 이 드라마가 계속 이렇게 가볍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중년이란 깊어질 때 한없이 깊어지는 나이니까. 분명히 갈등은 커질 것이고 생각보다 큰 감정의 진폭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끝까지 중년의 '쿨'함을 지켜갈 것으로 보인다. 신사의 품격이 그리고 중년이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드라마 중에서 중년 남성을 이렇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준 드라마는 여지껏 없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그 가치와 미덕을 인정 받을 만 하다. 거기에 신사들의 깔끔한 연기와 명불허전 로코퀸 김하늘의 연기, 그리고 깔끔하면서도 무척 세련된 연출이 더해졌으니 이 드라마, 끝나고 나면 꽤 오랜 휴우증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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