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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차형사, 웃기면 된거 아니야?

by 박평 2012. 5. 31.

영화는 참으로 오묘한 예술이다. 영화란 것이 태생적으로 상업성과 예술성 그 중간을 교묘하게 가로질러 가야하는 대중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이 한 쪽으로 매우 치우친 영화들 또한 존재해 왔다. 예술에 많이 기운 작품들은 예술영화로서 영화제등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상업성에 기운 영화들은 충실히 돈을 벌어들이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둬왔다. 


차형사는 이 기준에 비추어 볼때 상업성에 상당히 치우친 작품이다. 작품성은 애초에 없다고 말하고 싶다. 차형사에 존재하는 모든 장면들은 그저 재미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그렇게 이 영화는 대놓고 말한다. 


'웃기면 된거 아니야?'


그래서 영화의 구성도, 영화의 흐름도, 시나리오의 촘촘함도 다 무시하고 오직 재미만을 원하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싶거나 사유하고 싶다면 이 영화는 최악의 영화임에 분명하다.


차형사는 '모델'이라는 소재를 채용하므로서 '시각적 재미'를 바탕으로 깔고 들어간다. 그냥 멋진 연기자들이 가득차 있어도 황홀할 것인데, 엄청나게 뚱뚱하고 더러운 차형사를 모델로 탈 바꿈 시키면서 '다이어트'의 쾌감, '인생변화'의 쾌감까지 선사한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 성형수술로 예뻐졌을 때의 쾌감과 비슷한 것을 관객은 느낄 수가 있다. 거기에 화려한 의상이 더해진다. 디자이너로 나오는 성유리의 화려한 옷들, 모델들이 입고 나오는 환상적인 옷들은 다시 한 번 관객의 시각을 빼았는다. 보는 재미가 충만한 영화가 된 것이다. 


거기에 대놓고 웃긴다. 그것도 가능한 모든 것을 이용한 웃음이다. 몸개그는 기본에다가 더러운 화장실 개그도 발군이다. 말장난도 가득하다. 사실 웃길 수 있는 요소란 요소는 다 집어 넣은 것 같은 지경이다. 사실 이정도면 발칙할 정도다.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도 워낙 대놓고 그러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가끔은 철판이 두꺼운게 장점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차형사에 들어있는 웃음의 크기는 확실하다. 이 '웃음의 재미' 또한 야무지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이 영화, 완전 싸구려는 아니라고 항변하는 면도 있다. 버스 추격전은 스피드의 향기가 보이고, 강력반 형사들의 등장과 반장님의 모습은 마치 80년대 홍콩 느와르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오마주 혹은 따라잡기는 이 영화의 노골적인 상업성을 살짝 '재기발랄'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이 상업영화에 거부감을 느끼려다가도 그냥 웃게 되는 것이다. 7급 공무원의 재기 발랄함이 그대로 이어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아킬레스 건은 '성유리'였다. 7급 공무원에서 '김하늘'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생각 해보면, 이번 영화에서 '성유리'는 당연히 불안요소였다. 비록 강지환이 혼자서 이끄는 형태의 영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하늘의 빈자리는 아쉬울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강지환은 김하늘의 비중을 상당부분 흡수하면서 훌륭히 원탑으로서 작품을 이끌었고, 성유리는 남아있는 부분을 잘 소화해냈다. 불안요소였던 성유리가 영화에 적절한 수준으로 녹아 들어간 것이다. 아마 이 작품을 통해 영화배우 성유리가 이정도까지는 할 수 있다는 어떤 선이 만들어 지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성유리와 강지환의 조화는 다행히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정리하면 이 영화 상업성으로 가득찼고, 웃기기만 한다. 그런데 웃고자 하는 관객에게 있어서 이 웃음들은 거북하지 않게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불안했던 연기자들도 훌륭히 자기 몫을 해냈다. 그러니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은 관객에게는 매우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7급 공무원을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등장한 수많은 조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 분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특히 반장님은 누가 뭐래도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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