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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 제대로 가슴을 보여주려 한 영화

by 박평 2012. 6. 1.

이 글의 제목을 보면, 글의 수준이 형편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관심을 끄려는 전형적인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꼭 내실 없는 것들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한탕 해 먹으려 하는 경향이 높다. 영화 후궁도 이와 같다. '야하다', '수위가 높다'와 같은 내용들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전형적이 노이즈 마케팅이다. 조여정의 가슴사건도 제작사 입장에서는 사실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노이즈마케팅을 통해 화제가 됐다면 그 다음은 내용이다. 글의 내용이 괜찮으면 제목은 그러려니 넘어가 줄 것이고, 영화가 괜찮으면 논란은 저절로 줄어들 것이다. 


후궁은 다행히 노이즈 마케팅에만 기대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연기는 훌륭하고 연출도 좋다. 비록 박수치면서 환호할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의 미덕은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이 영화, 그렇게 야한 영화도 아니다. 


영화가 보여주려고 한 것은 '가슴'이다. 육체적인 가슴이 아닌, 정신적인 가슴이다. 권력에 대한 뜨거운 욕구, 이성에 대한 뜨거운 욕구, 생존에 대한 뜨거운 욕구들이 영화 안에 한가득 스며들어 있다. 인물들은 모두 이 뜨겁고도 차가운 욕망의 가슴을 품고 궁이라는 밀실에서 충돌한다.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연기다. 연기적으로 다들 훌륭하다. 특히 김동욱의 발견은 놀랍다. 연약한 왕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연약함과 광기는 이 배우가 한 영화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 조여정의 영화가 아니라 김동욱의 영화였다. 


그리고 중심 김동욱의 좌우에 있는 여성들이 있다. 박지영과 조여정이다. 이 둘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박지영은 권력을 탐하는 뜨거운 여자이자 누구보다 냉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분명히 재발견될 것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조여정은 박지영과는 대조된 여린 것 같으면서도 차분한 모습을 그리며 김동욱을 가운데로 한 무게 중심을 정확하게 맞춘다. 사실 조여정에 대해서는 노출이야기가 많지만 그녀가 꽤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는 사실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


여기에 김민준과 이경영 조은지등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후궁의 연출은 느리고 카메라는 정적이다. 그렇지만 이 분위기는 연기자들의 호연으로 매우 역동적인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연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번지점프를 하다'보다는 약해진 심리묘사와 '혈의 누'보다는 약해진 표현이 그렇다. 후궁은 번지점프를 하다와 혈의 누가 섞여 나온 것 같지만 맛은 더 약해졌다. 


그렇지만 분명한건 이 영화가 단지 '벗기만'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욕망의 소용돌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 욕망의 소용돌이 안에서 귀를 닫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그래서 이 영화 가만보면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다. 그것에 대한 가치는 분명히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울해 상반기 19금 영화 열풍의 마지막 주자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은교와 돈의 맛은 나름의 성과를 얻어냈다. 마지막 주자인 '후궁'이 흥행적으로 혹은 작품성으로 어떤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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