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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진부하지만 재미와 감동주는 코리아

by 박평 2012. 5. 8.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진부함이라는 것은 2시간 동안 견뎌내야 하는 아주 끔찍한 고통과 같다. 아무리 영화가 재밌어도 진부한 영화는 그 자체로 시원하지 못한 답답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2가지 장르에서 만큼은 이런 진부함을 기쁘게 받아 넘길 수 있다. 하나는 울리고자 덤비는 최루성 멜로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다. 


이들 장르에서 진부함은 사실 어쩔 수 없는 경향이 있다. 이 진부함을 따르지 않으면 최루성의 슬픔도 스포츠의 뜨거움도 잘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진부해 지는 것이 관객에게 더 큰 기쁨을 줄 수 있는 장르가 최루성 멜로와 스포츠이고, 스포츠 영화인 '코리아'역시 이 진부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작품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스포츠라는 장르는 보편화된 공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팀 스포츠일 경우에는 팀원간의 갈등이 있고, 화합된 팀원을 위기에 빠트리는 공통의 위기가 있고 이 위기를 넘어 이겨야 하는 상대편이 있다. 영화는 이런 갈등 상황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하면서 감정의 진폭을 넓히고 마지막에 한번 강하게 터트린다. 이 한방만 제대로 나오면 사실 경기의 승패와는 전혀 상관없이 감동을 줄 수 있다. 여기에 한 개인의 성장이야기와 약간의 애정이야기가 추가 되면 전통적인 스포츠 영화의 기본 재료들이 다 모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기본재료만 가지고는 영화관객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 그래서 여기에 양념을 뿌린다. 스포츠 자체가 아닌, 독특한 설정을 담아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봅슬레이'에 도전하는 아프리카 팀(쿨러닝)이나, '남북단일' 탁구팀(코리아), 그리고 '청각장애' 야구팀(글러브)와 같이 특별한 설정을 더해 주면 '전통적'인 장치와 이 독특한 설정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관객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스포츠 영화가 탄생하게 된다.


'코리아'는 이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남북한 단일팀 내의 갈등, 그리고 다른 체제로 인한 갈등, 그리고 중국이라는 꼭 쓰러트려야 하는 적이 존재하고, 유순복이라는 한 어린 선수의 자기 발전기와 남북한 선수들간의 우정과 사랑이 추가 된다. 무엇보다 여기에 '전화할게'도 안되고 '편지쓸게'도 안되는 그저 헤어져야만 하는 '남북한 단일팀'이라는 특별한 설정이 추가되면서 영화는 관객에게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있다. 너무 과했기 때문이다. 첫 장면 부터 국기를 전면에 부각시킬 필요까지는 없었다. 감동을 더 높히기 위해 사용된 장치들이 오히려 약간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확실한 단점이다. 오히려 그런 장치를 최대한 아끼고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면 감동과 재미가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원과 배두나, 그리고 한예리의 연기 앙상블은 상상 이상으로 훌륭했다. 특히 배두나의 연기는 왜 이 배우가 세계적인 배우로 커나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아마 과도한 장치가 없었다면 배두나와 하지원의 연기로 관객은 더 뜨거워졌을 것이다. 


분명히 '코리아'를 최고의 장르 영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스포츠영화로서 충분히 볼만한 가치는 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으며, 아무리 과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남북의 문제라는 것은 마음 한켠에 위치한 감정유발장치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감정의 진폭도 있다. 그래서 이 영화 참으로 애매하다. 약점은 있지만 확실한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진부하지만 나도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마냥 미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칭찬해주기도 애매하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분명 볼만한 영화이긴 하다. 그대가 한국사람이라면 더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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