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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무한도전 쪽대본 특집! 최선의 선택, 최고의 성과!

by 박평 2009. 2. 14.
오늘 마침내 기대하던 쪽대본 특집 편이 방송되었다. 최고의 재미와 최고의 감동을 함께 안겨준 봅슬레이편에 이어 다시한번 우리에게 어떤 재미를 줄지 궁금해 한 사람들이 나를 포함하여 굉장히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과는 당연히 빵빵터지는 큰 재미였다.



솔직히 말하면 쪽대본 특집은 잘못하면 크게 망할 수도 있는 아이템이었다. 예전 좀비특집때처럼 어이없는 구성에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쪽대본 특집을 해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1. 배우들의 피로도.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에 방송되고 있는 어떤 프로그램도 한편의 방송을 위해 무한도전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지 못하다. 물론 나름의 고생들은 다 하겠지만 물리적으로 볼 때, 2편 정도의 방송을 위해 몇달이 기본으로 소요되는 일이 많은 무한도전에 비할바는 아니다.

조금만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보면 무한도전의 맴버들은 '에어로빅', 'You&me 콘서트', '봅슬레이'편까지 체력적으로 너무나 고되고 오랜 시간을 매달려야 하는 도전을 해 왔다. 그 절정은 누가 뭐래도 '봅슬레이'편이었는데, 봅슬레이라는 올림픽 스포츠 종목과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중압감, 그리고 아마추어가 아닌 진정한 체육인으로서 목숨을 걸고 타야 한다는 부담감들은 실제 체력소진보다 더 심한 정신적인 소진을 가져 왔을 거라고 보인다. (그래서 그렇게 울었을 것이다. 우리가 본 것은 아마 그들이 고생한 것의 100분의 1도 안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또다시 오랜시간이 걸리는 큰 작업을 하기에는 무한도전 맴버들의 상태를 생각해볼때 분명히 무리라는 판단을 김태호PD는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 에피소드는 무한도전의 맴버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부담이 적은 도전과제가 절실했을 것이다.


2. 제작비
봅슬레이편을 제작하기 위해서 무한도전팀은 제작비를 미리 땡겨다 썼다. 제작비라는 것은 당연히 일정 예산안에서 돌아가게 마련인데,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봅슬레이 편이 성공했다고 해서 끌어쓴 제작비를 묵인해 주고 제작비를 더 얹어주는 일은 분명히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1년동안 무한도전을 이끌어 나가야하는 수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제작비 안배라는 것을해야 하는 것이고, 이미 생각해 놓은 1년동안의 마스터 플랜들에 따라서 버릴 수 있는 것들이나 애매한 것들은 제작을 안하는 것으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그런 공백은 최대한 제작비가 들지 않는 도전주제여야 하는데 제작비가 가장 안드는 것은 바로 '있는 자원 활용하기'이다.

김태호PD는 있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했다.


3. 작가들에 대한 믿음, 그리고 편집의 자신감.
봅슬레이 편에서 가장 큰 고생을 한 것은 누가 뭐래도 무한도전의 맴버들이었다. 그들은 부상을 당했고, 그 추운 겨울에 내복만 입고 뛰었고, 그 고된 훈련을 다 받았다. 물론 제작진의 고생은 언제나 맴버들보다 크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봅슬레이 편에서 가장 고생한 이들은 맴법들이라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고생한 이들을 배려하면서도 최선의 재미를 뽑아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좋은 것은 무한도전의 재미를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축인 제작진의 고생이 아닐까?

김태호PD라면 분명히 제작진의 실력, 특히 작가들의 실력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무한도전 맴버들의 어이없는 쪽대본을 자연스레 패러디물로 풍자물로 바꿔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어떠한 작품을 내놔도 그것을 재밌게, 볼만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김태호PD의 자신감과 그렇게 해내겠다는 포부가 있었을 것이다. 김태호PD는 분명히 봅슬레이편으로 맴버들에게 빚을 진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고마웠을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더 빛나는 모습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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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러한 이유들에 가장 적합하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바로 쪽대본 드라마였을 것이다. 아무리 막장이어도 요즘의 드라마 자체가 막장이므로 상관이 없고, 드라마국에 있는 소품 자원들 활용하면 되니 제작비도 아낄 수 있고, 맴버들은 자기들의 업을 그냥 하면 되니 부담감과 피로도도 적을 것이며, 무엇보다 편집만 잘하면 아무리 이상한 것이 나와도 봐줄만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쪽대본 드라마는 최고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어쩌면 처음부터 최고의 성과로 정해져 있었던것 같다.

앞으로 한동안 '무한도전'은 이런 형태의 작품들이 이어질 것이다. 다음은 '뮤직비디오'촬영기인 것 같은데 '쪽대본 드라마'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컨셉으로 보인다. 한동안 이런 방송이 이어지면 분명히 몇몇 사람들은 또 '무한도전'을 까대겠지만 팬들은 전혀 신경쓸 것 없다.



우리는 이미 봅슬레이편만 가지고도 1년 동안 받을 기쁨을 충분히 받았으니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재미를 주려고 노력하는 그들이 고맙기만 하니까.

깔사람들을 까라 그러고, 우리는 그들이 제한된 상황에서 또 얼마만큼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하며 계속 무한도전을 응원하면 될 것이다.

2009/02/13 - [내 멋대로 TV보기] - 무한도전은 어떻게 레전드(전설)가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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