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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목소리가 좋은 배우 베스트 5!

by 박평 2009. 2. 14.

연기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라고 한다면 1번째는 연기력, 2번째는 외모, 3번째는 발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기력이야 당연한 이야기이고, 외모는 잘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서 배우의 외모와 작품의 조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목소리는 배우의 연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매체이면서 동시에 배우의 감정선을 나타내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성격까지도 드러낸 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 질 수 있다.

그래서 준비한 목소리가 좋아서 득 본 배우들! 다섯명만 추려보기로 하자. 물론 기준은 내 맘대로이며, 순위는 없이 무작위로 다섯명을 쓰도록 하겠다.


1. 한석규


아시다시피 한석규는 한때 영화계 최고의 블루칩이었다. 닥터봉으로 부터 시작된 그의 필로그래피는 연기호평을 받은 초록물고기, 넘버3 등을 거쳐 쉬리에서 폭발되었다. 그는 최고의 인기스타가 되었고, 국내 굴지의 기업들의 CF를 꿰차고 있었다. 특히 speed 011 과 같은 브랜드의 공고한 구축은 한석규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영화계에서 점점 힘을 읽어 가고 있을 때, 작품이 점점 줄어가고 있을 때에도 그가 꾸준히 외환은행(혹은 기업은행, 잘 기억이..)과 같은 은행권 광고와 Skt의 광고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한석규의 목소리에서 찾는다.

부드러운 중음. 그리고 편안한 억양.

그가 가진 부드러운 목소리는 듣는이들에게 편안함을 주었으며, 그로인해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 그리고 보호받고 있다는 따뜻한 느낌들을 주었다. 이 목소리는 영화에서도 잘 발휘되어서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나 음란서생같은 작품을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가 있어보이고 안정감 있는 (실제론 그렇지 않은데도) 연기가 훌륭하게 소화되었다. 그로인해 작품의 캐릭터는 더 풍성해 보이기도 했으니, 목소리 덕 제대로 취한 배우임에는 분명하다.


2. 송강호

송강호는 감독에게 있어서 어찌하면 끔찍한 배우일 수도 있다. 모든 역할을 송강호 안으로 흡수하는 능력이 과히 엄청나기 때문이다. 모든 캐릭터가 다 송강호화 되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캐릭터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겁이 안날 수가 없다. 그리고 캐릭터의 송강호화를 가장 강하게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그의 목소리이다.

얇은 가성의 목소리. 송강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 목소리가 가장 극명하게 들어난 작품은 누가 뭐래도 그를 무명에서 건져올린 넘버3일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 말더듬을 추가해 만들어진 이 엄청난 장면은 아직까지도 화자 될만큼 강력한 것이었고, 그는 대번에 주류로 떠오르게 된다.

그 이후로도 송강호 특유의 목소리는 계속 그의 캐릭터를 구성해 왔는데, 현재 충무로에서 송강호 만한 블루칩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목소리가 그의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됐지 방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그의 목소리는 위험한 것이다. 너무 특징적인 목소리는 영화 배역을 자체를 죽일수도 있다. 그런 목소리를 가지고 전 캐릭터의 송강호화를 이룸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역에서 연기를 잘한다고 평 받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연기력이 너무나 출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그의 출중한 연기력 덕분에 그의 목소리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연기를 못했으면 아마 충무로에서 가장 기피하는 배우가 됐을 지도....


3. 이병헌

이병헌의 목소리가 좋다는 것은 말해봐야 입만 아플 것 같다. 한석규처럼 부드럽지만 한석규보다는 깊은 울림이 있는 저음의 그의 목소리는 그의 연기에 언제나 깊이를 더 해주고 있다.

실제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가 데뷔했던 초창기에도 그런 이야기들은 많았으며 덕분에 그는 시작부터 목소리의 도움을 어느정도는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지금의 폭발력을 받게 된 것은 '번지점프를 하다'이후라고 보는 것이 맞다.

물론 그 전에 공동경비구역 JSA 때도 연기의 호평을 받긴 하지만 그 작품은 이병헌의 목소리가 가진 힘 보다는 내용 자체에 정신이 팔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이병헌의 목소리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그는 말도 안되는 상황(동성애)에 고뇌하는 연기를 하는데 이 연기를 보고 다들 찬사를 멈추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의 눈물 연기와 그의 눈빛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그보다는 그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깊은 신뢰감을 통해서 비현실적인 설정이 마치 진짜인것 처럼 느껴지는 마술을 부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이병헌은 연기가 물이 올라 넘쳐 흘렀다.

그의 목소리가 이런 폭발력을 갖게 된건 나이 때문, 그리고 연기력 때문이라고 보인다. 연기력이 채워 지면서 목소리에 힘이 붙고, 나이가 차면서 나이와 목소리의 조화가 시작되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4. 오광록

실제 난 이 배우의 목소리 톤에 대해서 그리고 연기에 대해서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이 분의 연기를 한번이라고 본 사람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나? 독특한 어투 그리고 독특한 억양, 하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아우라 있는 연기는 이 배우를 처음 보자마자 '따봉!'을 외치게 만들었다.

이후 오광록씨가 태왕사신기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흠칫! 놀라긴 했는데 이 배우가 이런 드라마에 나오리란 생각을 하지 애초에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캐스팅은 됐고, 나는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 그다지 재밌을 것 같지 않아서. 그러나 친구들은 광팬이 되어가지고 너무 재밌다고 막 보라고 하고 난리였다.

이후에 그분의 말투가 화자되고, 성대모사의 대상이 되고, 나름 유행어처럼 번지면서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이미 그의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의 저음의 목소리에 독특한 강세는 마치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닌 신선의 그것과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가 말하는 것에 대해 이상한 거부감과 함께 이상한 깊은 신뢰감이 같이 묻어 나오는 정말 이상한 것이다.

이분도 연기를 못했으면 참 안타까운 분이셨을 텐데.... 다행인건 연기를 잘 하신다는 것.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5. 박휘순

솔직히 이 포스트를 쓰게 된 이유는 박휘순 때문이다. 목소리가 끝내주거든.

박휘순이 우리에게 알려진건 '세븐데이즈'때문이다. 그 작품에서 그의 연기는 월드스타 김윤진과 대등하고 때로는 압도할 정도로 훌륭했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를 단순한 관객들을 사로 잡았는데, 그의 목소리는 목소리로 득본 다른 배우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다.

그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허스키하다. 허스키 하다는 말은 거칠다는 말이고, 저음의 멋진 목소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스키 한데 이런 목소리의 경우 듣는 사람이 쉽게 짜증낼 수 있는게 사실이다. 박경림의 목소리를 너무 오래 들으면 힘든 것 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배우 발성이 기가 막히다. 배에서 부터 타고 오르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허스키해도 목소리엔 힘이 가득하고 그러니 거칠고 강한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가 만들어 진다.

그래서 세븐데이즈에서 비리 경찰을 해도 멋있고, 작전이라는 영화에서 주식깡패역을 해도 멋있는 거다. 목소리가 정확하게 배역과 어울림을 타니까.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 배우, 목소리 때문에 이런 배역에 고정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곤한 목소리도 분명히 매우 훌륭할 것인데, 워낙 그런 이미지로 고정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기본적인 발성이 이리 훌륭한 이상 어떤 목소리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고, 그의 허스키함은 오히려 거북스러움이 아닌 세상의 찌듬을 잘 표현해줄 훌륭한 도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박휘순의 목소리에 감이 잘 안온다고? 신인이라 그럴수도 있을 건데, 그렇다면 작전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 된다. 아마 끝나고 당신의 머리속에는 하나의 대사만 계속 울려 댈 테니까.
"오케이,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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