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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무한도전은 어떻게 레전드(전설)가 됐는가?

by 박평 2009. 2. 13.

무한도전 봅슬레이 편이 막을 내렸다. 그 파장은 구태여 말을 안해도 될 것같다. 시청률과 반응 모두 훌륭하다. 시청률은 파업이후 최대치로 올라갔고, 반응도 다들 찬사 일색이다. 이쯤되면 그 열풍이 사그라 들었다는 평을 받았던 무한도전이 완벽하게 부활했다고 말하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활이라는 말은 이 작품을 표현하는데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이 작품을 통해 무한도전은 레전드로 우뚝섰다.

 

 

 

무한도전은 장르상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버라이어티라는 장르자체가 그 성격을 명확하게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기 때문에 범위를 좀더 넓히자면 무한도전은 '코미디'이다. 즉 웃음을 주는 장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무한도전이 레전드가 된 이유를 얘기할 수 있을 테니까.

 

- 코미디의 3요소 : 풍자, 슬랩스틱, 페이소스 

 

코미디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요소는 세태를 꼬아보는 풍자, 몸동작을 사용한 슬랩스틱, 그리고 슬픔, 혹은 감동으로 표현할 수 있는 페이소스이다. 이 3가지 요소가 잘 융합되어 있는 작품이야 말로 교과서적인 훌륭한 코미디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이 대표적이고 최신작으로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같은 작품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작품들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작품들이 주는 희열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상에는 자기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찰리채플린의 영화와 '인생은 아름다워'같은 영화를 뽑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코미디의 3요소가 고루 잘 분포되어 있으며, 그 3요소는 잦은 충돌로 인하여 희열의 궁극을 몰아간다. 보지 못한 사람들은 보게 되면 아마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작품들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저 3요소를 적당하게 잘 배치하고 섞는것은 어지간한 능력자가 아니면 불가능 하다. 그러다 보니 좋은 코미디 작품은 찾기가 어렵다. 물론 한번 만들어 지면 그 파장은 엄청나지만. (이탈리아 사람 로베르토 베니니가 미국 가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을 정도이니...)

 

이런 정통코미디의 3요소가 있는 반면에, 근래에 들어 충실하게 발전되고 있는 또다른 코미디의 요소들도 있다. 이런 요소들의 시작은 7~80년대 시트콤에서 부터라고 보이며 이것들은 서사적 특징이 있는 정통3요소에 비해, 간결하고 직접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 현대코미디의 요소 : 캐릭터, 의외성, 반복성

 

시트콤 즉, 시츄에이션 코미디로 인해서 생겨나게된 것으로 보이는 이 현대 코미디의 요소는 현재 거의 대부분의 코미디 물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대중화된 코드가 되었다. 캐릭터는 쉽게 이해가 될 것으로 보이고, 의외성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생겨남으로서 인해 허탈한 웃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왕년의 허무개그가 이 의외성을 살린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반복성인데, 이 반복성은 유행어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하나의 유행어를 반복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강요하는 방식인데 근래에는 시청자들도 부담없이 받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대 코미디의 요소는 시트콤에서 부터 발전하여 결국 버라이어티로 진화하게 된다. 버라이어티 쇼는 캐릭터를 잡고 캐릭터를 일정 상황에 빠트려서 의외의 상황을 불러 일으키는 스타일을 거의 가지고 있다. 큰 인기를 끌었던 동거동락이나 X맨 같은 작품들이 이러한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들은 작품들 내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유행어들을 배치함으로서 그 유행어들이 정말 웃긴것처럼 시청자들이 여기게끔 하였고, 그로인해 웃음을 이끌어 내었다.

 

버라이어티에서 한단계 더 발전한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장르는 이러한 현대 코미디의 요소들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는 포멧이라고 보면 된다. 이제 이 요소와 레전드 무한도전을 엮어 보자.

 

캐릭터 : 유반장, 하찮은, 정중앙, 잔진, 돌아이, 도니 등

 

무한도전의 캐릭터는 언제나 그렇듯 선명하다. 또한 진화한다. 알다 시피 무한도전은 연기자의 캐릭터를 추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그것을 하나의 캐릭터화 하는데 재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초기에는 김태호 PD의 능력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캐릭터를 자꾸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이 느껴진다. 하나의 출연진에는 대표 캐릭터가 붙고 다시 작은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형태는 캐릭터 성의 극대화를 가지고 오며 이를 통해 연기자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하물며 작은 행동이라도 웃음을 이끌어 내는 좋은 소스가 된다.

 

의외성

 

리얼버라이어티는 말그대로 리얼이기 때문에 소름끼치게 의외의 일들이 많이 펼쳐진다. 아마 봅슬레이 편을 보면서 그 누구도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3명이 마지막 레이스를 펼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얼버라이어티는 그런 상황을 이끌어 내었다. 그런 통제되지 않은 시스템은 의외성을 만들 수 밖에 없다. 하물며 가장 나이가 많은 3명이라는 것은 그 의외성이 스스로 극대화 된 천운이라고 보여진다.

 

반복성

 

셧쌔여~ 만 얘기해도 될것이다. 무한도전에는 수많은 유행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유행어에 뒤쳐지지 않는 반복되는 행동들도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성격들도 있다. 이 반복성은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이 오래동안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자연스레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며, 또한 만들어진 캐릭터보다는 연기자 개인을 캐릭터화 시킴으로서 행동에 획일성이 부여되고 그 사이의 인간관계 또한 실제라는 점에서 반복성은 더욱 극대화 된다고 본다.

 

이렇게 무한도전은 현대 코미디의 요소를 완벽하게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 작품이 재미가 없을 수 없으며, 인기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이것만으로 레전드가 되었다고 하기에는 약하다. 진짜는 다음에 있다.

 

고전 코미디의 3요소의 결합.

 

슬랩스틱

 

몸으로 하는 개그를 우리는 통틀어서 슬랩스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무한도전은 망가짐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이 들은 슬랩스틱을 너무나 잘 구현하고 있다. 일반 코너에서도 충분히 발휘되는 이러한 능력은 '스포츠'라는 장르와 만났을 때 더 극대화 되는데, 그것은 이들이 전진을 제외하고는 거의다 몸치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슬랩스틱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 이번 봅슬레이편에서는 진정으로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슬랩스틱이 다소 약할거라 예상했는데, 왠걸 이 사람들... 눈밭을 맨발로 내복입고 뛰는 슬랩스틱을 보여준다던가, 얼음물에 발을 넣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슬랩스틱을 제대로 소화해 내었다.

 

풍자

 

시레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풍자를 제대로 하기란 너무나 힘들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말조심 행동조심 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은 풍자 일 수밖에 없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방송에서 방송인들은 입을 함부로 놀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에는 제 7의 맴버가 있다.

 

김태호PD의 자막은 이러한 풍자를 제대로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김태호PD에 열광하는 것에는 이러한 이유도 한 몫 거들었다. 흔히 개념 자막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다. 봅슬레이편에서

 

'하찮은 자본주의!'

 

라는 자막을 보고 무언가 느끼신 분들이 있을 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 자막 보면서 박수를 쳤다. 세상에... 이런 적절한 풍자라니!

(물론 김태호PD가 자본주의 자체를 하찮게 본 것은 아닐테다. 하지만 이 자본주의가 요즘 하찮아 지고 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특히 무한도전 팀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라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존 프로그램들은 감히 쉽게 하지 못하는 풍자를 무한도전은 멋지게 소화해 내 버린다. 바로 자막을 통해서 말이다.

 

페이소스

 

슬픔 혹은 감동. 코미디에서 슬픔 혹은 감동은 웃음을 강력하게 만들어 주는 조미료와 같은 것이다. 개그콘서트에서 '뮤지컬'이라는 코너가 오래동안 사랑받은 이유는 무얼까? 바로 페이소스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반칙왕이라는 영화가 그렇게 웃길 수 있었던 것 또한 영화에 깊게 깔려 있는 페이소스 때문이었다. 하물며 조폭코미디 두사부일체에서도 페이소스는 존재한다. 최근에 개봉한 과속스캔들 또한 페이소스를 잘 가미하여 웃음을 배가한 케이스이다.(이경우 감동을 주거나 관객을 억지로 울리려고 그 수위를 잘못 조절하면 작품 자체의 질이 확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경우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

1. 슬플 때 2. 감동했을 때 3. 기쁠 때

 

이중에서 눈물이 가장 뜨거울 때는? 바로 2번과 3번이다.

 

슬픔은 눈물과 1차적으로 연결되지만 감동은 2차적으로 기쁨은 3차적으로 연관된다. 따라서 1번보다는 2번이 2번보다는 3번이 더 강한 눈물을 이끌어 낸다. 하지만 3번만으로는 눈물이 잘 나오지 않음으로 그 중간다리가 필요한데 보통 그것을 담당하는 것은 2번이다.

 

그러면 2번과 3번이 동시에 나타나는 가장 최적의 환경은 무엇일까?

 

'불가능한 일이 성사 될 때'

 

무한도전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그 포멧 자체가 관객들에게 매우 깊은 페이소스를 줄 수 있으며 그 페이소스는 무한도전의 웃음을 극대화 시키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페이소스를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장치는 '스포츠'이다.

 

이번 봅슬레이편은 그것의 궁극을 보여준다. 2번에서 3번으로 넘어가는 페이소스의 궁극을 보여주는 것이다. 댄스스포츠 편에서는 2번에서 1번으로 (감동에서 잘 못했다는 아쉬움, 슬픔의 눈물로), 에어로빅에서는 2번에서 종료(잘 해냈다는 감동으로)되었다면 이번 봅슬레이 편에서는 2번에서 3번으로(감동에서 기쁨으로)이동되는 가장 궁극적 페이소스 형태가 나타났으며 그에 따라 사람들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 안에서 엄청난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

 

-

 

그렇다. 무한도전은 고전과 현대 코미디를 이루는 전 요소를 완벽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요소들이 잘 융합되어 최정점을 이룬것이 이번 봅슬레이 편이었다. 무한도전에 내려지는 엄청난 찬사들은 매우 당연한 것이고, 매우 합당한 것이다.

 

이런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전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에게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부단히 더 재밌는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모두가 무한도전의 주인공이다.

 

이들을 통해, 무한도전은 레전드가 되었다. 다들 보고 배우길 바란다. 코미디의 성전이 이렇게 완성되었으니.

 

 

Ps) 봅슬레이편은 잘 편집하여 극장판을 제작하여도 혹은 DVD판으로 만들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글을 쓰기위해 봅슬레이편을 3번 다시 보았는데도 마지막에 눈물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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