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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꽃보다 남자는 왜 유해하다는 평가를 받는가?

by 박평 2009. 2. 13.

꽃보다 남자의 인기가 심상치가 않다. 주변을 둘러보면 특히 10대 소녀들에게 꽃보다 남자의 인기는 엄청나다. 직업상 10대 학생들과의 접촉의 많은 필자로서는 지금껏 어떤 드라마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화자가 많이 되는 드라마는 없었다고 느낀다.

 

 

실제 필자는 이미 TV로 이 작품이 방영되기 전부터 만화책을 통해서 이 작품을 접했다. 끝편은 보지 않았지만 대략 34권 정도까지 본 것으로 기억하고 있고, 꽤 재밌게 봤던 것으로 기억된다. 보통 이런 작품들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여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꽃보다 남자는 남자인 나로서도 재미가 있었고, 현재 10대들의 반응은 소녀가 중심이긴 하지만 소년들도 꽤 즐겁게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꽃보다 남자에 대해서 비판글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비판글의 내용은 드라마가 있는 설정중에서 '부자와 서민'에 대한 차별 부분, 귀족과 같은 F4의 행태, 그리고 학생들에 의해 자행되는 집단 따돌림과 연관되어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어른들은 비판을 가하고 있고, 학생들은 현실과 드라마도 구분못하고 있다며 다시 비판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본인은 드라마를 보진 못했는데, 드라마 내용중에서 구준표가 금잔디를 백화점에 데리고 가더니 손님을 쫓겠다고 소화전 버튼을 눌러버리는 장면만을 보고 TV를 꺼버린 기억은 있다. 솔직히 말해 그때 심히 불쾌했었다. 오너면 마음대로 자기것을 행사해도 된다는 인식이 맘에 들지 않았고, 갑자기 날벼락 맞은 고객들은 도망치다가 다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이 작품을 유해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내가 어렸을 때, 나는 이 작품을 보며 좋아하지 않았던가? 재밌었단 말이다. 그런데 매체만 만화에서 드라마로 바뀐 것인데 나는 왜 이게 불쾌했을까? 아이들의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자는 말과 '만화가 원작'이라는 말을 듣다 보니, 갑자기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난 왜 이 가상드라마를 유해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 아이들에게는 판타지, 성인에게는 현실

 

그렇다. 어느순간 난 알 수 있었다. 지금 아이들에게 있어서 드라마의 모든 내용들은 당연히 판타지이다. 요즘 아이들은 바보도 아니고, 우매하지도 않다. 우리가 어렸을 때 보다 훨씬 현명하고 훨씬 아는 것이 많으면 훨씬 깨어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이 작품의 비현실적인 내용들은 말 그대로 비현실적인 내용일 뿐이고, 판타지로서 재미를 느끼는 대상 이외는 아닌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안에서 재미를 느끼고 그것으로 끝!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인들의 경우에는 현재 꽃남 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이 판타지가 아닌 것이 문제이다. 많은 성인들이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사회권 지도층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공공의 혹은 서민의 이익을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하는 일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있는 집 사람은 뭘 해도 되고, 없는 집 사람은 뭘 해도 안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성인들은 당연히 이 작품을 보고 불안해 하고 두려워 하고 심지어는 기분이 나쁠 수가 있는 것이다. 즉, 지금 대부분의 서민 어른들은 이 작품이 실화를 과장되게 재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불쾌했던 것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만약 현재 대한민국의 대부분이 이 작품을 보며 즐거울 수 있다면 어쩌면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비약들은 웃어 넘길만한 일일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어쩌면 대한민국은 이러한 비현실적인 상황을 현실로 가지고 있는 그런 드라마같은 세상으로 변해버린, 혹은 변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는 이렇다.

지금 이 작품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즉, 재미로 잘 보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이 작품 재밌게 즐겨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문화 예찬론자이고,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작품 다양한 시도는 계속 응원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작품 재밌게 보고 잘 만든 점 칭찬해주고 부족한 점 비판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작품이 견디기 힘든 사람은 왜 그런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왜 그런지는 위에 써놨으니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이 작품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작품을 욕할 필요도, 이 작품을 사랑하는 시청자를 욕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즐거워 하는 분들 중에서 이 작품을 비판하는게 짜증나는 분들은 위의 내용을 기억하고,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왜 어떤 이들은 이 작품을 그토록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는 작은 노력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도 서로를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s) 이것외 다른 논란들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조금은 빠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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