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밀본은 현재에도 변하지 않았다.

by 박평 2011. 11. 25.

뿌리깊은 나무에서 정기준은 '한글'의 실체를 알고 경악한다. '사대부'가 힘을 갖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글'에 있다는 것을 간파하면서 어떻게든 한글의 반포를 막아야 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밀본이 사실 '나라의 근원'인 '백성'의 안위를 위해 조선의 제도를 절대 권력자 '왕'을 견제하는 것으로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냥 그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 졌다. 

물론 그들이 밝힌대로 '왕'에 의한 통치는 '왕'이라는 개인의 성향에 의해 나라와 백성의 삶이 크게 좌지 우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의할 수 있으나, 그들이 생각한 나라의 뿌리가 '사대부'여야 한다는 것에서 결국 한계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에 반해 세종은 그 뿌리를 오히려 '백성'으로 생각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바로 거기에 세종대왕의 위대함이 드러난 것이다. 글을 통해 백성의 힘을 강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나라의 근본, 나라의 뿌리가 강해지는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것은, 바로 높으신 것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내새우는 가장 큰 무기가 정보의 차단이라는 것이다. 글을 모르는 백성은 어쩔 수 없이 글을 아는 기득권에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나온대로 그 정보의 차단이 나라의 발전을 막고 오직 높으신 것들만 살찌우는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사대부 통치를 지향하는 '밀본'으로서는 한글이 가장 두려운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이 조선시대의 이야기는 사실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전히 높으신 것들은 정보를 차단하려 애쓰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모든 권력층이 하고자 애쓰는 일임에 분명하다. 이탈리아가 그랬고, 가까이는 대한민국이 그랬다. 물론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에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할 것이다. 그리고 한글이라는 위대한 언어 덕분에 거의 모든 이들이 읽고 쓸 수 있는 나라에서 그게 가능한지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모든 국민들이 언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경로를 차단 함으로서 우리는 글을 모를 때와 마찬가지의 상황을 겪을 수 있다. 혹은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을 대량으로 공급 함으로서 진정으로 필요한 정보는 감추고 차단하는 식으로 국민을 다시 문맹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사실 전두환시절 3S정책은 이런 행위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SCREEN(영화), SEX(성), SPORTS(스포츠)'에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서 자기 마음대로 통치하려는 시도가 현실에서도 분명히 존재 했다. 만약 밀본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한글 반포 후에 그들이 했을 일은, 바로 정보전달 경로의 차단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렇게 높으신 것들은 전혀 변하지 않아왔다.  그것이 힘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꼼수다가 '민주언론상'을 수상한 것은 그 의미가 뜻 깊다. 언론노조가 언론의 역사적, 사회적 책임은 인식하고 언론민주화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 등을 선정해서 그 공을 인정하고 시상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아예 글 자체가 어려워서 배울 수 없던 시절에 한글이 나라의 뿌리를 단단하게 했듯이, 어쩌면 정보의 전달이 차단되고 왜곡된 이 시기에 또 다른 정보의 전달 경로를 만들어낸 나는 꼼수다 또한 나라의 뿌리를 단단하게 할 수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라는 세계 제 1의 언어를 바탕으로 해서 말이다.

확실한 건 결국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이다. 많이 알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강채윤이 그랬던 것처럼 윗것들이 하는 일이 아랫님의 삶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두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이 메시지가 '뿌리깊은 나무'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핵심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현재를 본다. 바로 그것이 '뿌리깊은 나무'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대중들에게 폭 넓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