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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잊지 말라.

by 박평 2011. 11. 24.


완득이는 참으로 독특한 영화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큰 사건 없이 적절한 긴장감과 적절한 이완감을 안겨준다. 일반적인 영화들은 '발단, 전개, 절정, 결말'로 이어진다. 이를 쉽게 풀어 쓰면 '사건의 시작, 사건의 진행, 사건의 해소(카타르시스), 사건의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영화적 문법은 2000년대 들어서 '절정, 발단, 전개, 절정, 결말'로 변화하기도 하였다. 매트릭스가 첫장면에서 상상을 초월한 임팩트를 주는 방식으로 성공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영화의 이런 구성이 얼마나 잘 이어지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몰입도와 긴장감은 급격하게 향상된다. 

그런데 완득이는 그런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마치 시트콤처럼 에피소드-해결, 에피소드-해결이 아주 착실하게 진행될 뿐이다. 이 구성을 꼬아 놓지도 않았고 그저 편하게 늘어 놓았을 뿐이다. 이런 편안한 구성은 모든 이들이 큰 피곤함없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완득이가 전 세대에 걸쳐서 사랑받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구성일 것이다. 이런 독특한 구성은 자칫 신파극으로 혹은 매우 피곤하거나 불편한 드라마로 전향될 수 있는 영화를 편안하고 쉽고, 가볍게 받아 들일 수 있게끔 만들어 준다.

영화 완득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구성이다. 왜냐면 완득이라는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 영화의 구성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도 그랬듯이 완득이는 자칫 우리가 너무나 크게 받아 들일 수 있을만한 일들을 매우 가볍게 터치하고 있다. 이것은 이 일들의 가치나 의미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과장되지 않게,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가난, 곱추인 아버지, 제정신이 아닌 듯한 피 안섞인 가족, 떨어져 살았던 필리핀 어머니까지 설정 하나하나가 확실한 드라마 감이다. 이 중 하나의 요소만 가지고도 눈물 쏙빠지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 기대한다. 그러나 완득이는 의도적으로 그러한 시선을 거부한다.

오히려 완득이는 이 일들이 사실 '별일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다. 조금 다른 것일 뿐, 이것이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그런 일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모든 일에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세상이 험해서 그런지 어쩌면 살면서 있을 수 있는 당연한 파도들을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고 하면서 괴롭게 받아들이거나 심지어는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TV나 영화에서 보이는 행복한 모습들은 아주 럭셔리하고 아주 이상적인 모습들이고, 우리는 그런 것을 바라며 살아가게 되어 버렸다. 사랑이라고 하면 헌신적이고 착한 재벌 한명정도는 나와줘야 제 맛이고, 멋진 사람이 되려면 지적, 물적, 외적으로 모두 완벽하면서 동시에 약간의 서민적인 부족함이 있어줘야 하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행복의 이미지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즉, 우리에게 행복은 지금의 내 꼬라지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모습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인식못하는 사이에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즉, 우리는 고통은 극대화 시키고, 행복은 너무나 멀게 느끼며 살도록 교육 당해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완득이는 이런 우리에게 작은 메시지를 보낸다.

'고통은 사실 별게 아니고, 행복은 사실 바로 지금 이 옆에 있는 거라고'

자극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에게 완득이는 어쩌면 심심한 작품일 수 있다. 특별하게 증폭된 사건도 없고, 강렬한 절정도 없고, 마지막 반전도 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재미는 있지만 끝이 조금 아쉬운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이렇게 인기를 얻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실은 내 옆에 있는 작은 행복을 느끼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완득이는 그렇게 우리에게 행복을 보여준다. 앞으로 내가 무언가를 이뤄서 얻게 될 그런 행복말고, 바로 지금 느낄 수 있는 행복말이다. '얌마 도완득'이라는 5글자가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 '구름도, 꽃도 너를 닮았다'는 닭살 돋는 멘트가 얼마나 로맨틱할 수 있는지, '시발놈을'외치는 옆집 아저씨가 사실 알고보면 꽤 재밌는 사람인지를 알았다면,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눈치 챘을 것이다.

완득이는 소소하다. 그리고 말한다. 바로 거기에 행복이 있다고, 지금 당장 바로 우리 옆에. 이것이 완득이의 미덕이고, 우리가 완득이에게 마음을 뺐긴 핵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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