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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최효종 고소, 코메디 밖에서 일어난 진짜 코메디.

by 박평 2011. 11. 17.

코메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풍자'를 뽑는다. 슬랩스틱(몸개그)도 중요하고, 페이소스(슬픔)도 물론 중요하지만 '풍자'가 있음으로 해서 코메디는 사회성을 얻는다. 즉, 그 시대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코메디의 역사에서 풍자는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직도 기억할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과 같이 재벌을 풍자한 코메디가 있었고, '네로24시'같이 군사정권을 꼬집었던 코메디도 있었다. 이 코메디들은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방송되었다. 군사정권에도 말이다.

그런데 최효종이 국회의원을 풍자한 개그를 했다고 고소를 당했다. 그의 개그가 국회의원을 '집단 모욕했다'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코메디는 군사정권에서도 풍자를 해왔던 전력이 있다. 그런데 21세기에 민주주의 시대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그 이유가 국회의원을 욕해서라면 우리나라가 심지어는 군사정권때보다 못한 표현의 자유를 지니고 있음에 안타까워야 할 것이다.

만약 그 이유가 단지 고소를 통해 자기가 받은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고자 한 것이었다면, 자기 일을 충실히 하고 있는 한 개인을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서 고소해버린 매우 조잡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조잡한 일을 한 사람의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헛헛한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그 부당함이 한 직종에서 일하길 원하는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와 같은 성희롱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말을 하여, 그 직종 종사자들에게 소를 당하고 유죄가 된 것임을 알게 되면, 이건 한편의 코메디가 된다. 


코메디언이 코메디를 하면 고소당하면 세상, 맞는 말을 하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고, 옳은 것을 주장하면 삶의 터전이 사라져 버리는 지금의 세상은 확실한 코메디임에는 분명하다.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사실 그런 점에서 최효종씨가 고소 당한 것이 안타깝기 보다는 왠만큼 웃긴 개그를 만들어도 지금 세상보다 웃기지는 않을 것이기에, 사람을 웃기는 일이 너무나 힘들어진 이 시기에 그가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그리고 그가 준 웃음을 생각하며 그가 우리를 웃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갖은 노력을 했을지를 생각하니 그 직업적 헌신에 오히려 숙연함마저 든다.

그에 대한 이 애매한 고소는 판사님께서 잘 정리해 줄 것이라 믿는다. 대한민국의 애매한 일을 결정하는 것이 그분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껏 이렇게 웃긴 세상에서 우리에게 웃음을 주기위해 불철주야 아이디어를 짜고 자신의 몸을 혹사시켜온 이땅의 코메디언들에게 진심의 감사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훗날,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코메디스러웠던 시기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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