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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최고의사랑, 최고의 주연 배우를 남기다.

by 박평 2011. 6. 24.

최고의 사랑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싸인'과 더불어 올해 드라마중 최고의 엔딩을 만들어 줬다는 평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던 엔딩은 그렇잖아도 훌륭했던 이 작품을 진정한 걸작으로 만들어 주었다. 당당하게 시청자들에게 '이런 드라마 만난 걸 영광인줄 알아!'라고 말할 수 있었던 '최고의 사랑.' 이 드라마가 남긴 것들을 살펴보자. 첫번째는 '주연의 발견'이다.


1. 주연의 발견 

차승원이 배우로서 눈에 띄기 시작한건 1999년 세기말이라는 작품에서였다. 물론 영화계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건 악역으로 등장했던 2000년의 리베라메이고,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게 된 것은 2001년 신라의 달밤이다. 신라의 달밤을 보고 나는 차승원의 연기에 정말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그 깨알같은 표정들과 목소리는 도대체 이 양반이 모델인지 아니면 잘 훈련된 코믹배우인지 혼란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그 이후부터 그는 코메디 영화의 지존이었고, '선생 김봉두'와 같은 작품에서는 원탑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진정한 영화계의 흥행 배우가 되었다.

그는 TV에서도 '보디가드', '시티홀'등을 통해서 어느정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왔다. 그러나 훌륭한 연기자이면서 동시에 안에 쌓여 있던 '완벽한 코미디'배우의 끼는 마침내 '최고의 사랑'을 통해서 모든 사람에게 알려 지게 되었다. 영화계에서도 드라마 쪽에서도 한동안 뜸했던지라 이제 전성기가 끝난것 아닌지 안타까워 했던 사람들에게 그는 다시한번 건재함을 과시하며 최고의 배우로 우뚝섰다.

공효진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녀는 최고다. 그녀는 '네 멋대로 해라'에서 '미래'라는 역할을 한 것 만으로도 그녀의 배우 인생에서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최고를 다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네 멋대로 해라'를 잊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그녀는 꾸준하게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것도 특히 로멘틱 코미디에서 말이다. 파스타에서도 최고의 사랑에서도 그녀는 비록 아주 화려하게 예쁜 꽃미녀는 아니지만 남자배우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매력을 브라운관에서 보여준다.

로멘틱 코미디의 생명은 감정이입이다. 특히 여성 시청자의 감정이입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예쁜 미녀가 나오면 여자 시청자는 약간의 반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여자 캐릭터가 매력이 없으면 시청자는 도대체 훈남 남자 주인공이 왜 여자 주인공에게 빠져서 허우적대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극은 붕 뜨고, 재미는 없어진다. 근래 몇몇 드라마를 보면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위의 것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효진은 완벽하다. 위화감이 들 정도로 예쁘진 않지만 누가봐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매력이 배우 자체에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상당부분 연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녀의 표정을 잘 보면, 얼굴 근육을 매우 섬세하게 고루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대한민국 여자 배우중 얼굴 근육을 가장 섬세하게 사용하는 배우중의 한명일 것이다. 그런 그녀의 리액션은 상대방의 연기를 살리고, 결국 극을 살린다. 그녀의 감정은 시청자에게 즉각적으로 전달되고 시청자는 그 느낌을 함께 받는다. 극이라는 환타지에 가장 현실적인 감정이입을 만드는 배우가 바로 공효진이다. 최고의 사랑은 그것을 다시 한번 입증 시켜 주었다.

윤계상 얘기도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돌 GOD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첫 작품부터 꽤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였다. 그의 첫 작품인 발레교습소에서 그는 신인치고는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하정우에게 밀리지 않는 호흡을 보여주었다.

아이돌 시절의 화려함과는 달리 꽤 충실한 연기에도 연기 쪽에서는 큰 이슈를 만들거나 큰 흥행을 이끌진 못했는데, 이번 최고의 사랑을 통해서 마침내 흥행작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독고진'의 비중에 비해 '윤필주'가 가진 비중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독고진'의 대척점에 있는 '윤필주'역할을 잘 소화해 냄으로서 연기자로서도 그리고 이미지로서도 모두 훈훈한 인식을 얻게 되었다.

그의 약간 어색한 표정과 발음이 실은 그가 의도한 연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연기자로서의 그의 노력과 실력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된다. 만약 그가 윤필주라는 배역을 조금 더 멋을 내거나 조금 더 유려 하거나 하는 식으로 연기했다면, 지금처럼 '독고진 + 구애정'의 엔딩에 모두가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만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 더 극에서 두드러지고 싶은 욕심은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빼고 철저하게 독고진의 대척점의 연기를 한 것에 찬사를 보내도 좋을 것 같다.

강세리라는 배역은 어찌보면 최고의 사랑에서 가장 힘든 역할이었다. 구애정과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면서 구애정이 독고진과 사랑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어야 했고, 그러면서도 비호감이 아니어야 했다. 최고의 스타이기 때문에 매우 당당하고 버릇없고 잘나야 하면서 동시에 윤필주앞에서는 비굴하리 만큼 애원해야 했다. 이렇게 극적인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 했을 것이다.

유인나라는 배우가 '시크릿가든'에서 비록 작은 역이지만 그런 역에서 부터 차분히 가겠다고 한 것처럼 실은 이 배역은 '유인나'에게는 차분한 한 발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강세리라는 역은 흔히 말하는 이미지 캐스팅이 가장 적합하게 맞아 떨어진 배역이었기 때문이다. 

위 처럼 복잡한 이미지를 유인나는 원래 가지고 있었다. 인기가 아주 많은 것 같으면서 적고, 매우 새침데기 같으면서도 예능을 통해서 조금은 모자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처럼 원래 유인나 자체가 복잡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서 강세리는 가장 적역이었음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녀가 그저 이미지에 기대서만 연기를 하지는 않았다. 시크릿 가든에서도 그랬지만 그녀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좋다. 시크릿가든에서는 누가봐도 '길라임'의 친구였고, 최고의 사랑에서는 누가봐도 '강세리'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적재적소에 적절한 수준으로 풀어 놓을 줄 아는 매우 똑똑한 연기자인 것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주연에 욕심내지 않고 서서히 단계를 밟아 올라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분명 머지 않아 유인나가 당당하게 한 작품의 히로인이 될 것이다.


이처럼 '최고의 사랑'은 최고의 주연 4명이 만든 드라마였다. 물론 압도적으로 '독고진 구애정'라인이 많았지만 적절하게 무게 중심을 잡아 주면서 자신을 너무 드러내지 않았던 훌륭한 균형추 역할을 했던 '윤필주 강세리'라인에게도 꼭 찬사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최고의사랑이 남긴 4명의 훌륭한 주연배우들 차승원, 공효진, 윤계상, 유인나의 다음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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