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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정재형, 이렇게 웃길줄 몰랐다.

by 박평 2011. 6. 19.

정재형. 어떤 이들에게는 새롭게 알게된 이봉원의 도플갱어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 인물의 이름이기도 했다. 아니 누군가에게 이 이름은 매우 오랜 시간동안 '음악가'로만 존재했을 것이다. 그의 개그본능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 베이시스의 음악가

베이시스가 데뷔했을 때, 그들의 무대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일반 가요 무대에 바이올린을 들고나와 연주 하는 것도 충격이었고, 가요에서는 찾기 힘든 클래식적인 무대 또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음악의 중심에 정재형이 있었다. 

그들의 음악은 댄스가요 일색이던 가요계에 새로운 시도로 남았고, 나름의 인기를 끌었다. 1집의 내가 날 버린 이유나 2집의 작별의식 같은 곡은 가요가 얼마나 깊이 있어 질 수 있는지를 대중에게 알렸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같은 노래는 여러번 리메이크 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곡이기도 했다.


- 다양한 OST의 음악가

베이시스로 부터 독립해서 자신의 앨범을 발매 하긴 했지만, 대중의 고른 지지를 얻진 못했다. 그의 진중하고 클래식스러운 음악이 너무 무거웠던 탓일수도 있고, 어쩌면 그냥 추세가 달라 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본격적인 아이돌 음악들과 반복적인 후렴구가 있어야 하는 음악들이 대세가 되면서 전체적인 구성이 중요한 그의 음악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의 음악은 영화안에서 얘기 해줄 수 없었던 많은 이야기를 충분히 대신 해 줄 수 있었다. 곡의 전체적 구성이 갖는 이야기를 표현해 낼 줄 알았던 그의 능력은 영화OST를 통해 훌륭하게 발휘될 수 있었다.


- 파리지앵

그런 그가 어느덧 예능프로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하더니 '무한도전'에서 예의 개그본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그가 이렇게 웃긴 사람인지 몰랐다. 그의 음악을 계속 들어왔던 사람으로서 그는 진중하고 신중하고 너무나 깊은 그런 음악가의 이미지만을 내뿜고 있었다. 아주 예전부터 부터 말이다. 그런데 그는 웃긴 음악가였다.

너무나 예민하고 감수성이 뛰어난 것 같은 새침데기이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포근한 그의 개그본능은 특히 단짝인 정형돈을 만나면서 더욱 폭발하게 되었다. 정형돈이 가지고 있는 예의 그 막무가내 적인 개그는 정재형이 가지고 있는 새침데기같은 대응과 합쳐져서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정형돈이 정재형에게 막무가내로 우린 맞지 않아 라고 외치고 노래가 안맞는다고외치면 정재형은 삐지면서 웃고 그리고 티격태격하는 그둘의 콤비는 '정재형, 정형돈 쇼'라 불러도 될 만큼 완벽한 합을 이룬다. 

특히 '옳지' 한마디로 정형돈을 개로 만들어 버릴 줄 아는 센스와 '화요일에 개화동'에 오라며 정재형은 은근슬쩍 자극하는 정형돈의 추파는 왜 이들이 완벽한 개그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재형 개인만으로도 웃긴데 정형돈이 기름을 부어주니 이 둘이 웃음폭발을 이뤄내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재형에게 다시 음악을 생각한다. 나에게는 누가 뭐래도 끝내주는 음악가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작별의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일 정도로 나는 그의 음악을 좋아한다. 비록 그의 음악보다 그의 개그가 나를 더 많이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정재형은 음악가임을 잊지 않는다.

그가 정형돈과 어떤 음악을 만들어 낼지, 그리고 후크송보다는 이야기를 담은 곡의 구성이 좋은 노래들이 사랑받기 시작한 요즘의 추세에서 그의 음악이 다시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가 참으로 기대된다.

만약 이번 노래가 별로라면 '유희열, 김범수'처럼 얼굴만 믿고 음악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개그만 갖고'음악하는 뮤지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고 부디 음악가의 진정한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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