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이소라의 탈락, 나가수의 성공

by 박평 2011. 6. 13.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씨가 탈락하였다.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원년맴버 중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게 된 가수가 이소라라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운 소식임에는 분명하다. 


이소라씨가 '나는 가수다'의 주축임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녀가 나는 가수다에 공헌한 것은 무엇이고 이룬것은 무엇인지 그녀가 해낸 것에 대해서 한번 반추해 보고자 한다. 그것이 '나는 가수다'라는 귀중한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그녀에 대한 예의이자 작별인사이기 때문이다.


1. 나는 가수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을 지은 것은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김영희PD가 아니다. 이소라씨를 섭외하려 했던 김영희PD에게 이소라씨는 '나는 가수다'라는 이름과 왜 그 이름을 프로그램의 제목으로 해야만 하는지를 적어 보냈다. 그리고 김영희PD는 프로그램의 제목을 '나는 가수다'로 결정한다.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은 그냥 부르기 쉽고 자극적인 제목이 아니다. 이 제목은 프로그램의 가치와 방향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제목이 정해진 순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수들은 '서바이벌'도 아닌 '예능'도 아닌 '자기 증명'의 처절한 길을 가야하는 운명에 사로잡히게 된다. 가수들은 '서바이벌'을 위해서 '노래'하지도 않고 '예능'을 위해서 노래하지도 않고, '가수'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노래한다는 것을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이 공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제목 덕분에, 노래에 순위를 매긴다는 어찌보면 예술에 대한 가장 폭력적인 행위는 대중의 관심은 끌 지언정 가수들이 지닌 가수로서의 자존감은 무너뜨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제목이 아니었다면,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은 지금과 같은 경연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2. 바람이 분다.

김영희PD는 첫방송 첫녹화때 이소라씨의 '바람이 분다'를 듣고 프로그램의 성공을 직감했다고 한다. 원래 '나는 가수다'측에서는 이소라씨의 '첫곡'으로 '난 행복해'를 부탁했다. '난 행복해'는 이소라씨의 첫 앨범 첫 타이틀 곡이었고 이 앨범은 100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었기 때문에, 이소라의 대표곡으로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이소라씨의 노래 중에서 중장년 층에게 가장 잘 알려진 노래이기도 했다. 그런 제작진의 부탁을 거절하고 가져온 노래가 바로 '바람이 분다'였다.


2004년 이소라씨는 '눈썹달'앨범을 발매한다. 이 앨범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 여자솔로 부분의 수상자로 이소라씨가 선정되기에 이른다. 또한 이 '눈썹달'앨범은 전문가들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반의 93위에 선정될 정도로 이소라 음악의 새로운 도약이자 이소라 음악의 또 한번의 정점을 찍은 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에 속해 있는 곡이 바로 '바람이 분다'였다.

그녀가 '바람이 분다'를 첫 곡으로 선정한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수로서의 자존감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다양한 연령대가 분포한 청중평가단이기에 중장년층을 확실하게 공략할 수 있는 익숙한 히트곡이 아닌 가수로서의 정점에 위치한 앨범의 노래를 선정한 그녀의 결정은 '나는 가수다'가 결코 '순위놀음'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한 것이고 바로 그 지점에서 부터 '나는 가수다'의 성공이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진행


그녀의 진행능력은 이소라의 프로포즈 때부터 다져진 것이었다. 그녀는 이 서바이벌의 장에서 가수들의 기품을 극대화 시켜 주었고, 청중들이 기대를 안고 차분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녀가 MC를 보지 않으면 '나는 가수다'의 격조가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의 그녀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가수들을 소개할 때의 멘트는 '나는 가수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특히 민감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연결고리를 만들고 멘트를 받춰주고 하는 모습들은 나는 가수다의 진행자로서 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물론 초반에 진행자로서 조금 부족했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사과하고 더 잘하겠다고 하는 그녀의 말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을 충분히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No.1 공연 때, 제작진들이 입는 '나는 가수다' 티셔츠를 입고 공연을 함으로서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일 것이다. 진행자가 프로그램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 가에 따라 진행의 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비록 이소라씨가 경연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계속 진행을 맡아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4. '나는 가수다'

회가 거듭될 수록 이소라씨의 노래의 범주는 매우 다양해지고 매우 반'나는 가수다'적이 되어 갔다. 초반에는 그녀가 잘하는 것들, 그녀가 대중들과 가장 많이 소통했던 방식의 음악들을 선보였으나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고 난 이후부터 그녀는 경연에 상관없이 다양한 형식의 노래를 하고자 애를 썼다. 모두가 '가창력'위주의 경쟁으로 내 몰리고 있을 때, 가만히 힘을 내려 놓고 조용한 노래를 불렀던 그녀의 모습에 김범수가 '용기'라 칭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나는 가수다'가 순위를 위한 단순한 경연장이어서 안된다는 그녀의 생각은 확고했다.

'No.1', '주먹이 운다'의 충격과 '사랑이야', '행복을 주는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의 감성은 그녀가 왜 이 프로그램의 제목을 '나는 가수다'라고 지어야 한다고 제안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점에서 박정현, 김범수등이 이소라의 무대에 계속 찬사를 보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찌보면 이소라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중심이었던 사람이자,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하차한 후에도 계속 '중심'으로 남아 있을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의 DNA를 만든 사람이자 DNA 자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전에 무엇보다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하는, 그리고 '노래'를 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노력할, 그래서 몇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멋진 가수'가 될 '가수'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만은 확실하다.

'이소라는 가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