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3번의 눈물, 3개의 바램.

'나는 가수다'가 난리다. 그렇다. 난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터질 줄 알았다. 솔직히 자랑하는 중이다. 기분이 너무 좋다. 블로거로서 어느정도의 예측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은 참 즐겁다. 그러나 그 보다, 그저 이 프로그램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Tr.j's TV보기] - 가수를 죽이려 하는 '나는 가수다'

웃기지 않은가? 한 시대를 풍미한 혹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수이면서도 예능에 나와 웃기지 않으면 판이 나가지 않고, 예능에 나와 친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무대에 설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된 이 세상이 말이다. 그나마 가수들이 설수 있는 공간이라도 하면, 음악 방송일 텐데 그 음악방송은 아이돌 천지가 되어 오직 아이돌 시청자들만이 그득한 상황이 웃기지 않은가? 어쩌면 이 가수들의 노래가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접할 기회가 적어져서 그 감동이 무시 받고 있는 이 상황이 웃기지 않은가?

내가 넬라 판타지아를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나는 왜 이 합창의 매력을 몰랐는가? 이다. 뭐 이유는 간단하다.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것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있는 이 세상은 점점 획일화 되어 가고 있고, 그때문에 정말 아름다운 혹은 감동을 주는 것들은 한켠에서 잠자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진짜 감동은 다른곳에도 위치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다.

이 열풍의 시작은 슈퍼스타k이다. 분명히 그때부터 이상기류가 흘렀다. 과거의 명곡이 사람들의 귀를 잡아매기 시작했다. 노래에 이야기가 덧붙여졌다. 그러자 반응이 터졌다. 노래에 이야기가 붙으면 그것은 곧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세시봉이 나왔다. 역시 그랬다. 노래에 이야기가 합해졌다. 그러나 세시봉은 그 이야기가 없어도 충분히 훌륭했다. 노래만으로 줄 수 있는 감동, 그리고 거기에 이야기가 더해졌다. 그러자 세시봉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슈퍼스타k 보다 더 큰 감동이었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가 시작되었다. 

확실히 나는 가수다는 그저 가수들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 왠만한 가수들이 아니었다. 

이소라, 정엽, 김범수, 윤도현, 백지영, 박정현, 김건모 

이들은 그저 오롯이 노래 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런 그들에게 필요한건 그저 무대일 뿐, 이야기는 아니었다. 무대만 있다면 충분히 그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수들이다.

이소라 : '노래 부를 곳이 적어져요. 혼자는 또 재미없잖아요.' 

이소라는 그렇게 말했다. 가수는 노래로 말을 걸고 마음을 나누는 이들이다. 마음을 나눌 대상이 없으면 가수는 죽는다. 그런점에서 이미 진짜 가수들은 점점 죽어 가고 있는 중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3번 울었다. 먼저 이소라의 노래를 듣고 울었다. 나는 그녀의 노래를 공중파에서 황금시간대에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격에 겨워서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과 감정과 호흡을 들으며 다시 눈물흘렸다. 그녀가 가수다. 지금 글을 쓰면서 그 장면을 상상하니 다시 눈물이 날 정도다.

그리고 백지영의 노래를 들으며 또 한번 울었다. 난 안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진 호소력을. 그녀가 아프다 할때 그것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 알 수 있다. 그렇게 가슴이 떨렸다. 그리고 박정현의 노래를 듣고 또 울었다. 목 상태가 안좋은 것도 단번에 알았고 긴장하고 있다는 것도 단번에 알았다. 그런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혼을 실어 노래를 한다. 그런 목상태로 이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어안이 벙벙해서 또 한번 눈물이 흘렀다.

얼마만인가? 노래를 듣고 울수 있다는 것이. 난 이 3번의 눈물이 1시간의 웃음보다도 귀중했다. 나에겐 가슴을 울리는 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가수다 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동으로. 그리고 다들 안다. 순위 경쟁 따위는 무의미 하다는 것을. 슈퍼스타k의 김보경만 봐도 알 수 있다. 탈락했지만 노래로 사람에게 감동을 준 사람의 가치를. 하물며 저 7인이다. 누가 떨어진다 한들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이건 아직까지 저 가수들의 노래에 감동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한번 느껴보라는 일종의 시연회와 같은 것일 뿐이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1. 편집의 아쉬움.

우선 편집이 너무 아쉽다. 어찌해서 노래 중간중간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넣어서 정신을 혼란 스럽게 하는가? 물론 나름 신경써서 한 편집이라는 것은 안다. 편집은 다 절정 전에 마무리 되고 전개에서 주로 나왔다. 나름 신경쓴 편집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아마 방송관계자도 놀랐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팬들이 노래가 조금이라도 훼방 받는 것을 이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개부분이 쳐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떤가? '나는 가수다!'인 분들 아닌가? 전개부분이 길다고 절대 늘어지지 않는다. 그분들의 노래는 전개에도 다 맛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편집할때,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부분에서는 그저 가수들의 생각 정도만 잠시 나오는 정도로 편집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2. 2번의 아쉬움.

이 가수들의 노래를 딱 2번만 들어야 한다는 것은 고문이다. 1번은 자기노래, 1번의 남의 노래를 부르는 구성 자체는 좋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렇게 그님들 보내면 어떡하나? 그래서 나는 떨어진 가수에게는 2번의 비경쟁 무대를 주었으면 한다. 꼭 7명만 노래 부르라는 법은 없지 않나? 서바이벌에서 덜어진 가수는 경쟁 없이 그저 오롯이 2번의 무대를 갖게 해주자.

3. 개그맨들의 분량

첫 방송이라 그러겠지만 개그맨들의 분량 조절이 잘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래 중간에 뜬금없이 이들이 나와서 오히려 감동을 망치는 경우가 많아싸. 준비 과정에서는 그들이 철저하게 웃음 코드를 만들어 주고, 무대가 시작되면 그저 가수의 무대가 되는것이 훨씬 감동이 크지 않을까? 싶다.

어쨋든 나는 가수다는 무척이나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가수들을 살렸다. 나를 3번 울게한 이 프로그램. 앞으로 계속 나를 울리길 빈다. 그리고 감사하다. 이소라씨의 노래를 듣게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