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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가수를 죽이려 하는 '나는 가수다'

by 박평 2011. 2. 20.



새로운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가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방송이 이렇게 이슈가 된 이유를 들라고 하면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우열을 가려서도 안되는 가수들을 서바이벌의 장으로 내몬 것이 아닐까 싶다.

이소라 정엽 윤도현 김건모 백지영 김범수 박정현 



나는 가수다 1회에 출연하게 될 저 가수들은 감히 평가하고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가수들이 아니다. 이미 가수로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며,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봉에 위치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라도나와 펠레 중 누가 더 축구를 잘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처럼, 이들 또한 누가 더 잘났다를 평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그런 가수들을 경쟁의 장으로 끌어내렸다.  

이 가수들의 자기가 준비한 무대를 관객에게 보이고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2주에 한번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가수는 자동으로 서바이벌 무대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2주에 한명씩 서바이벌에서 탈락시키게끔 구성되어 있다. 그말은 즉. 누군가는 패배자가 되고 누군가는 조금 못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충분한 명성을 지니고 있는 이들에게 이것은 명성에 먹칠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이 프로그램에 우려를 보내는 것이다. 쇼바이벌이나 수퍼스타k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나는 가수다'가 명확하게 다른 것은 이 이유이다. 쇼바이벌은 뜨지 못한 신인가수들을 위한 무대였고, 슈퍼스타K는 아예 아마추어들을 위한 무대였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이미 충분한 명성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쇼바이벌이나 슈퍼스타K가 보여줬던 성장기나 발전성, 극복기를 보여줄 수 없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은 조금만 떨어져 보여도, 조금만 무대가 약해도 상대적으로 크게 못나 보일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명성을 잃기 쉽상일 수 있다.

이건 가수을 죽이자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정말로 가수를 죽이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수는 이미 죽어있었다. 그리고 죽어가고 있다. 물론 백지영과 같은 가수는 계속 흥행을 이뤄가고 있지만 이소라는 예전의 난 행복해와 같은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고(그녀의 음악이 얼마나 대단해졌는지를 생각하면 이건 말도 안된다) 한시대를 지배했던 김건모는 앨범 반응 자체가 과거에 비해서 민망할 정도가 되었다. 김건모는 냈다 하면 100만장은 팔아대던 가수 아니던가? 앨범시장이 아무리 죽었다 한들 음원시장에서조차 그는 예전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가수들은 앨범을 내기만 하면 각종 프로그램에서 황제의 귀환과 같은 식으로 방송에 섭외를 해주고 무대를 마련해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반응은 별로였고, 이제는 새 앨범을 낸다해도 그렇게 거창하게 꾸며 주기가 애매한 시점이 되어버렸다. 

결국 이미 가수들은 상처받고 죽어있었다.  

이건 가수들의 탓인가?? 물론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어느새 tv예능에 나와서 웃겨야 하고 그래야 음악에 반응이 오는, 그래서 뜨는, 가수들 모두 예능의 덕을 봐야만 하는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Video kill the radio star.  

4년전의 노래가 무한도전 배경음으로 삽입되어 주목받고 사랑받게 되고 새로 발표했던 윤종신의 노래가 강승윤이라는 아마추어에 의해 더욱 사랑 받는 요즘의 추세는 오디오는 결국 비디오에 종속 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안타깝다. 적어도 음악이 주목받기 위해선 가수나 노래가 비디오에 등장해야 한다는 것, 그 새로운 흐름앞에서 이쪽에 재능이 약한 가수들은 점점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가수다'는 그런점에서 가수를 살리는 프로그램이 될것이다. 최고라 칭해지는 가수들의 최고의 무대가 개그맨들의 지원으로 화면에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래에 대한 의심이 없다면 이건 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점에서 이건 오히려 100% 음악의 힘을 믿고 가는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의 탈락이 명성에 흠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명백하다. 슈퍼스타k에서 김보경은 탑텐에 들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노래를 발표하고 1위를 했다. 그녀의 음악성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가수들은 아무리 무대를 잘 꾸미지 못한다 한들 현재 나오는 어떤 있기있는 가수들보다 절대 모자름이 없는 무대를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레벨 자체가 그정도 위치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이 가수들이 한번의 무대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얼마나 뜨거운 열정으로 노래를 하는지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든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은 치열한 버라이어티에서 분량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들어 말을 하고 다른 이의 말을 가로챌 필요도 없고, 웃기기 위해 애써 설정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웃음은 현재 갈곳없이 MBC 개그맨들이 뒷받침 해줄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 대한 논쟁이 많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 자체는 '살리자'에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진정한 감동을 줬던 가수들을 살리고 웃음을 줬던 개그맨들을 살리는 그런 프로그램 기획을 가지고 말이다.

벌써부터 나는 그들의 무대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소라와 김건모의 무대가 진정으로 기대된다. 그 둘의 음악을 언제 우리가 이렇게 자세하게 TV에서 볼 수 있었나? 그둘의 음악은 가볍게 빨리 뛰어나와 3분 노래 딱 부르고 들어가야 하는 똑같은 무대에서 담기에는 너무 깊은 맛이 있다. 그런 그둘의 음악을 TV에서 자세히 전해 준다 하니 이것만으로도 횡재 아닌가?

'나는 가수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말하고 있다. 이 비디오 그득한 세상에서 노래를 들으라고. 노래가 주는 힘이 있다고. 그래서 '나는 가수다'는 오히려 가수라는 자존감을 극대화 시킨 그런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가수를 살릴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다시한번 알릴 것이다. 진짜 가수가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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