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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난 아이돌이 아니야! 아이유의 외침.

by 박평 2011. 2. 17.

아이유가 또 다시 새앨범을 들고 우리에게 찾아 왔다. 타이틀은 '아직 몰랐던 이야기'이고, 윤상과 함께한 작품이다. 이 노래를 통해서 아이유는 다시한번 '나는 아이돌이 아니에요!'라고 일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아이돌? 아이돌?

원래 아이돌의 원조라 하면 뉴키즈 온더 블락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때부터 시작된 아이돌 열풍은 HOT를 발화점으로 해서 한국에서도 시작되고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이돌은 우상화된 가수들을 의미한다. 트랜디한 음악을 통해 대중과 긴밀히 소통하고 광적인 팬을 지닌 집단. 바로 이 집단이 아이돌을 정의하는 특성들일 것이다.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트랜디한 음악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과 음악성과는 조금 멀다는 이미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게다가 한국의 아이돌이라 하면 가창력이 부족하고 춤과 외모가 출중한 가수지만 노래를 못하는 아이러니가 항상 속해 있다는 편견이 있다. 

실제로 요즘 나오는 많은 아이돌들은 가창력도 뛰어난 경우가 많다. 물론 가창력이 뛰어난 맴버 한 둘에 비주얼 및 예능 담당들이 추가되서 그룹을 이루고 나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아이돌은 가창력에 약하다는 편견은 아직 지배적이지만. (실제 가창력있는 아이돌이라는 컨셉으로 제작된 동방신기같은 그룹은 5명의 맴버가 모두 굉장한 가창력을 지니고 있다)

어쨌든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잘 못한다는 편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많다는 것 때문에 아이돌은 사랑과 무시를 동시에 받는 약간은 이상한 위치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 아이유의 독특함

그런 점에서 아이유는 독특하다. 우선 솔로라는 점이 그렇다. 보통 아이돌은 집단을 이룬다. 그래야 팬덤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애는 어떤 맴버를 좋아하고 어떤 애는 어떤 맴버를 좋아하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좋아할 수 있는 맴버를 집어 넣고 전체적인 팬덤을 키우는 것이 가수의 성공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유는 솔로다. 이것이 아이유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어린 가수이지만 아이돌이 아니라고 이야기 되는 이유이다.

또한 그녀는 가창력이 뛰어나다. 실제 가창력이 뛰어난 아이돌의 맴버는 분명히 존재한다. JYJ의 시아준수 같은 경우는 이소라씨가 듀엣을 하고 싶어하는 가수로 언급될 만큼 가창력에 대단한 인정을 받고 있고, 태연 같은 경우도 같이 작업하는 작곡가에게 태연이 이렇게 노래를 잘했는지 몰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가창력이 뛰어난 아이돌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아이유는 가창력에 있어서 그들보다 더욱 두각이 되고 있다. 이유는 딱 하나, 솔로 이기 때문이다. 솔로로 활동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창력이 더 좋은 것 같은 이미지를 주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가창력도 뛰어나지만 말이다.

실제 그녀의 활동을 보면 아이돌들의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서 맨처음에 망하고 다음 번에 중박 하고 중박을 이어가다가 결국 '영웅호걸'이라는 예능을 만나서 터지고 그 이후로 계속 터지다가 '좋은날'로 초 대박을 터트린다는 것은 과거 컨츄리꼬꼬(이들은 아이돌은 아니지만)때 부터 이어온 가요계 흥행공식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요즘 아이돌 또한 이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니, 아이유는 아이돌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그러나 아이유가 아이돌과 비교되며 뭔가 더 뛰어나 보이는 것은, 그녀가 혼자 기타를 치고 노래하고, 여러 곡들을 자기 스타일로 편곡해 불렀던 UCC에 기인한다. 그녀가 이만큼 뜨기 전부터 그녀의 UCC가 많이 퍼져 있었는데, 이미 이때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데, 이렇게 음악성이 있는데, 이상한 아이돌에 밀려 인기가 없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이 이미지가 '아이유와 아이돌'이 이상한 비교 관계를 만들어 버렸다.


- 아이유의 고집

그런점에서 '좋은날'의 성공후에 '나만 몰랐던 이야기'로 돌아간 것은 무척이나 성공적인 행보이다. '좋은날'은 굉장히 트랜디한 노래였고, 아이유에게 확실한 성공을 안겨 주었다. 그 이후의 아이유의 행보는 역시 아이돌의 그것과 같았다. 철저하게 우상화되고 소비되는 광적인 팬들이 존재하는 아이돌의 특성을 다 가진 그런 가수가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또다시 트랜디하고 또 다시 가벼운 노래를 들고 왔다가는 아이유도 아이돌과 다를 것이 없는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윤상'을 선택하고 다시 음악하는 소녀로 자신의 위치를 바꾸었다.


'윤상'이라고 하면 벌써 십여년 전에 한국을 휘어잡았던 가수이자 작곡가이다. 이 사람의 음악은 한마디로 지독하게 쓸쓸하고 먹먹한 어두운 로맨스의 절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율 자체가 이끌어 주는 슬픔은 윤상을 따라갈 수가 없다. 지독하게 뛰어난 음악가인 것이다. 그런 윤상의 가장 최근 곡이 바로 가인의 '돌이킬수 없는'이다. 이 음악 새롭지 않은가? 너무 새롭고 그러면서 너무 독특하고, 그러면서 그 안에 그 새겨진 슬픔을 기억한다면 윤상이 얼마나 대단하고 인정받는 음악가인지를 알것이다.


아이유의 새노래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정확하게 윤상의 코드를 따른다. 지독하게 가슴아프고 먹먹하고 쓸쓸하고. 보통 한국의 대중가요는 '질러'야 하는 부분이 존재하는 데 비해, 이 노래를 그런 것도 없다. 다들 'ABCBCD' 혹은 'CABCBD'의 형태로 음악을 만드는 데 비해 이 노래를 'ABAB'로 끝난다.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C 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음악이 끝나면 답답하고 뭔가 찝찝하고 '이게 다야?' 하는 생각이 든다. 지독하게 쓸쓸한 노래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유는 이 노래의 쓸쓸함을 보컬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도대체 이 나이에 어떻게 이런 감성을 내는 것인지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아마 이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불렀다면 이렇게 좋은 반응이 있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대세인 아이유니까 이정도 반응이 나온거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아픈 노래, 가슴으로 들어야 하는 노래는 요즘같은 시대에 맞지 않다. 슬프면 슬프다고 질르고 좋은면 좋다고 신나하고, 최대한 가볍고 직접적으로 표현되길 바라는 요즘 시대에 이 노래는 감추고 아끼고 억누른다. 그게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너무 아파 눈물 흘릴 수도 있다. 

근데 당신 그런 경험 해본적 있나? 

없다면 찬양하면 된다. 당신에게 진정한 음악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려 줄 노래일 테니까. 들으면서 눈물 흘리고 먹먹하고 가슴아프고 쓸쓸하고, 그렇게 감정을 흔들어줄 노래가 많지 않은게 노래가 배경음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요즘이니까.

나는 이런 아이유의 고집이 무척 고맙고 감사하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하다 보니 '아이돌 따위'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아이돌을 좋아하고 아이돌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들의 노력을 알고 그들이 얼마나 우리는 기쁘게 해주는지도 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아이유가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한 흥행성 있는 음악이 아닌 조금은 더 작가주의 적인 노래를 발표해준 것이 좋다. 그리고 그녀가 이 곡을 왜 소중하다고 하는지도 알 것 같다. 그녀는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고 싶은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닐가?


- 아이유여 영원하라.

솔직히 난 이 노래 전까지 아이유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대세라고 하지만 나는 그저 그랬다. 그러나 이 노래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 이정도로 가슴을 울리면 울릴 수 있다면, 그 가수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녀는 트랜디하다. 따라서 앞으로 그런 노래도 들고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 사이 중간 중간에 정말 좋은 작곡가들과 함께 이런 음악들을 같이 발표 해 준다면 너무 고마울 것 같다. 요즘에는 가슴을 울리게 하는 음악이 너무 적은 시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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