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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연예계의 더러움을 보여주는 드림하이.

by 박평 2011. 2. 16.

드림하이는 분명히 청소년 드라마이다.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이 조금 특별할 뿐, 천하대를 가겠다는 꿈을 꾸던 공부의신과도 하등 다를 것이 없는 그런 청소년 드라마이다.

청소년 드라마의 핵심은 그렇다.

어려움이 있고, 그 어려움을 자기만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을 통해 넘어서고, 강해지고 결국은 자기의 두발로 세상에 오롯히 선다. 

이것이 모든 청소년 성장 드라마의 공식이다. 이 드라마의 공식에 따르면 모든 성인들은 이미 온전히 자신의 두발로 서있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청소년 성장드라마가 성인들에게까지 공감되고 사랑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청소년 드라마는 모든 갈등이나 장애물의 수준을 허용가능한 범위로 낮춘다. 그래야 더욱 더 현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청소년드라마의 핵심은 갈등과 장애물의 공감대다.

드림하이의 장애물은 허용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그것이 명확한 현실이라 감출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존재하는 더러움을 제껴 버렸다가는 극의 현실성이 사라지고, 그렇게 하면 그들의 성장기가 전혀 마음의 동요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필숙이의 노래 강탈 사건


닉쿤이 나왔던 바로 그 장면이다. 노래를 못하는 5초가수 이리아가 노래를 잘하는 김필숙의 노래를 너무나 쉽게 강탈해가는 모습이 나온다. 

김필숙은 자신이 노래를 불렀고, 심지어는 '노래 : 김필숙'이라고 써주기 까지 한다고 했기 때문에, 기대에 찬 얼굴로 TV를 보지만 CF에서는 노래가 '이리아'로 되어있었다.

요즘에야 어떨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분명히 존재했던 일이었다. 노래를 못하는 가수 대신에 노래를 해주었던 사람들, 그러면서도 자기의 이름은 단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한창 클론이 대한민국을 평정할때, 그들은 춤과 립싱크를 하는 것이고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고 루머가 돌기도 했었다.


- 외모지상주의


필숙이에게 이리아가 그런다. 한 30kg 정도 빼면 아마 데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리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얼마전 하지원의 과격 파격 패션이 이슈가 된 적 있다. 하지원은 직접 노래를 부른 적은 없지만 가수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처음으로 시작된게 바로 '오빠'였다. 왁스라는 가수의 '오빠'라는 노래에 맞춰 하지원이 나와서 춤을 추고 립싱크를 했는데, 그때당시 하지원의 가수데뷔라고 해서 말이 많았지만, 실제로 노래를 부른 가수는 따로 있고, 자신의 그저 '퍼포머'일 뿐이라고 해명을 한 적이 있다. 참으로 재밌지 아니한가? 노래는 다른 사람이 부르고, 무대는 다른 사람이 선다? 


지금도 이 외모 문제는 '핫이슈'임에 틀림없다. 슈퍼스타K에서 '허각'의 우승이 의외였던 것은 바로 아직까지 남아있는 외모지상주의 때문이며,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가요계에 크나큰 짐으로 남아 있다.


- 연예인 성상납 비리사건

백희는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하기 위해서 기획사 사장님을 찾아 갔고, 진국은 사장님과 대화를 하려고 찾아 갔다. 그리고 솔로데뷔로 1위를 만끽한 진국은 사장을 구타한다. 그리고 사장은 진국을 나쁜놈으로 만들고 백희에게 '전복'을 보낸다. 백희는 게다가 자살을 시도한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내용이 이 드라마에서 나왔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알다시피 이 드라마는 JYP와 KEYEAST에서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중 JYP는 대한민국 3대 기획사중의 하나 아닌가? 게다가 '섹스'와 가장 많이 연관된 가수가 바로 박진영 본인인 것을 보면 이 설정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설정이 들어간 것을 본다면, 첫번째로 이런 일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두번째로 JYP는 이런 문제로 부터 자유롭다는 2가지 사실은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박진영은 자신의 '성적가치관'에 대해선 항상 문제되는 발언을 해 왔지만 기획사 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이상하리만큼 깨끗한 사람이다. 그리고 JYP 또한 그런 기획사임에는 분명하다.  (해체 문제, 박재범 문제는 결국 소속 가수에 대한 정이 있다 없다에 관한 정에 대한 얘기이고 비즈니스 쪽으로 JYP는 지금껏 큰 문제를 일으킨적이 없었다.)

어쨌든, 이 성상납 비리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을 나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극중 백희는 아직 학생이다. 그리고 정말 철저한 약자다. 이건 진국도 마찬가지다. 약자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을때, 강자가 건네는 수많은 무리한 요구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무리한 요구는 성상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성상납일 수도 있다. 그걸 받아 들이는 연예인들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것은 철저하게 드라마로 들어가서 백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오해 말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말하는 무리한 요구는 바로 이런 것이다. 

백희가 성상납을 했건, 혹은 기획사 사장이 제의를 했는데 거절했건, 혹은 기획사 사장이 강제로 범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진국이 사장을 때렸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기획사 사장이 백희에게 강제로 추행을 하려는 것을 진국이 봤을 것이고, 그에 분노한 진국이 기획사 사장을 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안에서 기획사 사장의 무리한 요구란, 백희를 구하고 싶으면 아무 얘기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진국에게 있어서 이것이야 말로 정말 무리한 요구이다.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를 다 무너트려야 하고, 나쁜 짓을 한 기획사 사장은 피해자로 둔갑되어야 한다. 그러나 백희를 구하려면 어쩔수가 없다는 것이다. 진국이 입을 열면 백희는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성상납 스캔들'로 번지는 건 순식간이고, 잘못하면 백희는 성공을 위해 몸을 파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쉽상이다. 여자 연예인에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그것도 10대 소녀에게, 이것은 그 자체로 백희를 죽이는 일이 된다.

이러한 성상납 비리 사건은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있어왔다고 여겨지는 일이다. 


드림하이가 비록 청소년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은 넣은 것은, 어쩌면 이 드라마를 보고 연예인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현실을 알려 주기 위함일 수도 있고, 동시에 이제는 이런 일이 사라져서 편히 말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아직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고 그러니 조심하라는 충고일 수도 있다. 

그런점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보는 것은 흥미롭다.


드림하이가 보여주는 더러움들이 나는 살짝 고맙다. 연예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무조건적인 환상을 조금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건은 잘 해결될 것이고 모두가 행복해 지겠지만, 그래도 연예인을 현실세계로 조금은 끌어 내려 왔다는 점에서 나는 드림하이가 충분히 고생했다고 느낀다. 

연예계는 더럽다. 참으로 많이 들은 얘기다. 그리고 그 연예계에서 연예계의 더러움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제 서서히 정화가 되어지고 있다거나 혹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 만약 개선이 필요하다면 하루빨리 그렇게 되기를 빈다. 한국의 연예계가 좀더 투명해지고 깨끗해질 수록 한류는 더욱 더 오래 그리고 길게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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