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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성, 이준익은 아직 건재하다.

by 박평 2011. 2. 1.

솔직히 말하면 이준익감독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왕의남자때도 '잘 만들었다'라고 생각했고, '라디오스타'는 '최고다'라고 생각했으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때도 '역시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나는 이준익 감독에게 열광하지 못한다. 

내가 열광하는 감독은 박찬욱이고 김지운이고 봉준호이다. 뭐 너무 뻔한 감독들 아니냐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단지 나는 이들이 지금과 같이 인정받기 전부터 사랑했다고 사족을 달고는 싶다. 특히 김지운은 조용한 가족이 나에게 최고의 작품이고 봉준호는 플란다스의 개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면 조금 더 인정받을까? 뭐 인정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나에게 이준익 감독은 위의 3감독이 준것과 같은 치기도 충격도 똘아이 기질도 보여준적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 웰메이드된 능력있는


그렇다. 이준익감독의 영화를 볼때마다 그는 영화를 잘만든다는 느낌을 든다. 오히려 잘 만들다 보니 내가 깊이 빠져들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영리하게도 자신의 표현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좋아할만한 것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요리해 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요리책에 나와있는 레시피대로 1g 도 틀리지 않고 만들어진 표준화된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면 너무 무리일까? 

이번 평양성 또한 그랬다. 그는 영화를 매우 잘 만들었고, 잘 세공했다. 극을 이끌어 가는 한명의 주인공이 없이 모든 주인공이 나름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가지고 극을 이끌어나가려면 감독의 세밀한 조절과 세공이 필요하다. 이준익감독은 이것을 아주 수려한 실력으로 완벽에 가깝게 해냈다.

따라서 영화는 잘 빠졌고, 대중의 기호에 잘 맞으면서 동시에 일정 부분의 작품에 대한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답답함

그렇지만 보는내내 답답했던 것은 뭔가 한방이 없다는 것이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뭔가 한방이 부족한것 아닌가? 너무 매끄럽게 세공되다 보니 잘 조리된 깔끔한 음식을 먹는 느낌이 나지만 정말 감칠맛이 넘쳐서 먹을때 쇼크를 받는 다던가 나왔을때 더욱 그립다던가 그런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마치 패밀리 레스토랑 다녀온 기분이랄까? 

이런 답답함은 물론 영화를 많이 보는 관객들 혹은 이준익감독에게 무언가 좀더 나은 것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냥 영화를 사랑하는 보통 관객이라면 매우 흡족하면 나갈 만큼 재밌고 맛있는 영화이다.


- 은퇴는 안해도 좋지만, 한동안은 독립영화만 찍었으면....

만약 이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다면 이준익감독은 독립영화만 찍겠다고 한다. 나는 이준익 감독이 은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은 볼만하고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을 할 필요없이 훌륭하다. 신라 대장군 김유신역을 맡은 정진영은 정말 미칠만큼 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줬고, 황정민 또한 역시 황정민이라는 탄사를 불러 일으키게 했다. 윤제문, 이문식도 훌륭하고 심지어는 런닝맨의 광수 또한 자기 몫을 해 낸다. 게다가 나당 연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니 이 또한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참 좋은 풍미가 아니던가? 

설연휴 가족 모두와 함께 보기에 적절한 작품으로서 이만한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평양성이 흥행에 실패하든지 혹은 성공하든지간에 그저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준익 감독이 한동안 독립영화만 좀 찍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가 만드는 영화에서 조금 더 날것의 맛이 난다면 그 영화는 왕의남자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레시피를 넘어서는 것이 어머니의 손맛인 것처럼 너무 만들어지고 공들여 짜여진 작품보다는 감독의 치기가 조금 더 들어간 그런 작품이 이준익 감독의 손에서 태어난다면 나는 그 작품이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진 작품으로 탄생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 평양성, 볼만한 영화.


결론적으로 나는 이준익 감독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영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만족했다. 이 작품 분명히 돈을 내고 볼 가치는 하고 있다. 연기와 스토리 연출 다 수준급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설 연휴동안 영화를 보려 한다면 이 작품을 어렵지 않게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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