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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다른건 틀린게 아냐. 재인이 우리를 홀린 이유.

by 박평 2011. 1. 23.

우리는 곧잘 다른것을 틀리다고 여깁니다. 분명 different 와 wrong,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두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버릇이 있죠. 하지만 엄연히 이 둘은 다릅니다.

재인은 다릅니다. 그녀를 다룬 다큐멘터리 세번의 만남에서 보았듯이 아니 그전의 슈퍼스타K2 에서 보았듯이 그녀는 다릅니다. 가수가 되려 하는 많은 지망생들과 그녀는 달랐습니다. 


- 빽빽히 악보가 그려진 공책들

세번의 만남에서 그녀는 자기의 공책을 펼쳐 놓습니다. 너무나 낡았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몇몇 부분은 물을 먹고 눅어 버린 그 공책들은 그녀가 20대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그렇게 그녀는 음악을 하고 살아왔고, 슈퍼스타K2 라는 아주 넓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누구는 그녀를 아마추어라고 말하겠지만 그녀는 이미 프로입니다. 


'슈퍼스타K 장재인 말고 싱어송라이터 재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녀의 말은 그런점에서 건방지지도 않고 무례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가수'가 되려 애씁니다. 그러나 그녀는 '음악'을 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저 자기의 음악을 '나누고'싶다는 욕심만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중요한건 가수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그런점에서 그녀는 참 다릅니다.


- 고등학교 자퇴

그녀는 고등학교도 그만두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그녀를 문제아 혹은 괴짜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부모님조차도 우리 아이가 굉장히 잘 못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틀리지 않았고, 잘 못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다른 길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것은 그녀가 가고자 하는 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자퇴를 하는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도망치고 싶어', '공부하기 싫어', '반항심에'자퇴를 합니다.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이 경우 자퇴는 언제나 독이 됩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자퇴는, 그 의지가 확고하다면 오히려 더욱 좋은 지름길이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선택한 다른길은 오히려 그녀를 남들과 많이 단절된 삶으로 이끌었고, 그 때의 그 경험들은 고스란히 음악에 묻어나왔습니다. 그녀의 유일한 소통구가 오직 그것 뿐이었을 테니까요.

다른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선택 자체가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포크, 감성 그리고 가사. 소통.

제가 가르치는 학생의 어머니 핸드폰에서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이 벨소리로 들려옵니다. 세번의만남을 촬영한 카메라 감독님께서 재인이 부른 노래를 듣고 감탄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10대 소녀들이 기타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노래 '그곳'은 정식 발표되지 않았으면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가 되었습니다. 

최근의 가요계는 '화려함'이 언제나 중심에 있었습니다. 화려한 무대의상, 화려한 퍼포먼스, 심지어는 가창력이 좋은 가수들조차 화려한 후렴구나 기교를 사용해서 대중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 노래를 들으면서 '좋다'는 느낌은 받아도 '먹먹함'이나 '아스라한'느낌을 받는 일은 많이 없었습니다. 

과거 '서시'를 들으며 가사를 외우고, '오래전 그날'을 들으면서 그 감성에 녹아 들었던, '그땐 그랬지'를 들으면서 눈물이 날것만 같은 그럼 감정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좋은 노래들은 많았고, 인기를 얻은 노래들은 많았습니다. 그것은 유행이 되었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재인은 그것과는 또 다른 길을 걷습니다. 혼자였던 그녀에게 살며시 다가와 그녀에게 이야기를 걸어주었던 노래들, 그녀와 대화하고 그녀와 마음을 나눠줬던 노래들처럼, 그녀도 그녀의 노래를 가지고 세상과 대화하려 했습니다. 그것이 비록 구식이라도 말입니다. 


- 당차게 조심스럽게...

그녀는 슈퍼스타K2로 인해 너무 빨리 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서는 이제 천천히 가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그녀에게 슈퍼스타 K2란 경험이고 자신이 하는 음악으로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통로였습니다. 자기가 하는 음악이 대중들과 소통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위로 받았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그런 음악으로는 안된'다고 말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다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저 다를 뿐입니다. 그녀가 얼만큼의 인기를 얻고 어느정도의 음악을 들고 나올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다른 것이 틀리진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4~50대의 부모님들과 10~20대의 자녀가 모두 설레며 음악을 들으러 갈 수 있는, 혹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날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슈퍼스타K2 의 헤로인 장재인이 아닌 조금 다른 싱어송라이터 재인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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