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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추노의 집단살변, 앞으로의 폭풍의 예고!

by 박평 2010. 2. 5.

추노를 보던 많은 사람들이 9~10화에서 엄청나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꽤 괜찮았던 캐릭터들이 너무나 쉽게 죽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기도 한다며 비판의 이야기도 서서히 생기고 있다.

추노는 10화를 통해 전반기를 마쳤다. 제작진에 의하면 10화까지가 전반기이고 그 이후가 후반기라고 한다. 전반기의 종료와 함께 엄청난 배우들이 죽어나간 것이다. 제작진은 왜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죽여야 했으며, 이것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이유1. 시대상
9화에서 보면 정자에서 목매달아 죽은 2명의 천지호 패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그들은 독약에 살해 당한 것이지만. 어쨋든 그 시체를 매달아 포청으로 갔을 때, '어디 목매달은 상것들 시신이나 주워오랬느냐?'라고 얘기를 들었다고 오포교가 이야기를 한다. 이처럼 이시대는 '상것'에게는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그러니까 상것은 죽어서도 상것이 시대인 것이다.


게다가 나라가 안정되지 못하고, 어수선한 시점 즉, 혼란기라는 것을 보이기도 한다. 혼란기는 언제나 피를 불러왔다. 실제 근대 대한민국도 그러했다. 혼란의시기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빨갱이라 해서 죽이고, 좌익이라 해서 죽이고, 민주주의를 외쳤다가 같은 민족의 총탄에 그 생을 다하기도 했다. 하물며 정보의 소통이 지금보다 현저히 느린 그 시절에 어찌보면 살변은 너무나 흔했을 것으로 보인다. 살변이 일어나도 원한에 관한 것이 아닌이상(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닌이상) 그 범인을 찾는 것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즉, 노비가 양반을 총으로 쏴죽이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끼지 않는 그런 시대상이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추노는 시대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노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남자(대길)와 자신이 모시던 주군의 뜻을 받들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남자(송태하)가 주축이 되는 이 드라마에서 게다가 양반들 대갈빡을 다 뽀사버리고 새 세상을 만들겠다는 업복이까지 가세된 드라마에서, 죽음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피가 없는 혁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유2. 절정의 준비
추노는 24부작이다. 그렇다면 절정은 24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내 생각에 절정은 약 20화 정도부터 서서히 치고 올라가서 폭발하는 형태과 될것으로 여겨진다. 이때 절정이 극에 달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잘 다져져 있어야 한다. 바탕이 단단해야 시청자들이 동화될것이고 그래야 시청자가 느낄 카타르시스는 극에 달할 것이다. 시청자는 보통 자신을 캐릭터와 동화시킨다. 그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중 캐릭터의 구축이 잘 되어 있으면 있을 수록 그 절정은 커지게 되어있다.

추노의 메인 캐릭터를 따져보면 대길과, 송태하, 업복이, 황철웅, 천지호, 언년이 정도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사건이 펼쳐질 이후의 에피소드에서 이들이 본격적으로 아우러지게 될 것이고, 그에따라 극중 긴장을 조금씩 극대화 될 것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해야할 캐릭터가 너무 많아지게 되면 시청자는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지금 나열한 6명의 주요 캐릭터만 해도 많을 수 있는데, 거기에 대길 패밀리가 추가되어 버리면 감정이입을 해야 하는 캐릭터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추노는 기본적으로 많은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캐릭터를 정리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정리해야 하는 캐릭터를 왜 그리 만들었을까? 이유는 바로 저 메인 캐릭터들을 시청자에게 동화시키기 위한 매개체로서 존재했던 것이다. 즉, 메인 케릭터의 주변 캐릭터를 사용해서 메인캐릭터의 성격을 잡아주고, 그를 통해 메인캐릭터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시청자들은 캐릭터와 공감하게 된다.

이런 역할이 끝난 이상, 이들이 극에서 빠져야만이 남아있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기가 더 쉬워진다. 그들이 다 살아 있다면 너무 많은 캐릭터로 인해 혼란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이 사용된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메인 캐릭터외에 남은 캐릭터들을 보면 지금까지 죽었던 캐릭터에 비해 비중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혁명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의 특성상 죽음이 잦을 것으로 보면, 앞으로 갈등의 극대화를 위해 이들 중의 몇명이 또한 죽어나갈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위해 살려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다.

솔직히 겁나는 것이, 지금까지만 해도 엄청난 절정을 여러차례 선보였는데, 이 이상가는 것을 준비하는게 분명해 보이는 어느정도까지 절정으로 치닿을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성실이 절정을 준비하는 것을 본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엄청나게 기대 반, 걱정반이다. 부디 계획대로 절정이 제대로 터져주길 바랄뿐이다.


이유3. 환상적인 캐릭터 구축.
실제, 죽임을 당한 캐릭터들은 비중이 그렇게 큰 배역은 아니었다. 백호만 해도, 그저 언년이 덕에 사람구실 하게 됐다 까지만 설명이 됐을 뿐, 어찌해서 언년이에게 그렇게 헌신하는지, 어찌하다 사모의 정을 품게 됐는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호가 죽었을 때, 백호가 너무 허무하게 죽었다느니 혹은 뭔가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 줄거라 기대했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많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캐릭터의 환상적인 구축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제작진은 연출을 내용과 연출을 총동원해서 캐릭터들이 살아있게끔 만들었다. 실제로는 그리 중요한 역이 아닌데도 중요한 역인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다(물론 그것을 통해서 주요인물들의 성격이 더욱 명확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캐릭터의 죽음 뿐만아니라 그 배우의 연기에 아쉬워하기도 하게 된 것이다.

이점을 통해 추노가 얼마나 연출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또한 배우들의 역량이 얼마나 훌륭했었는지를 반증해주고 있다. 극중 몇번 나오지도 않은 '궁녀'가 죽창에 맞아 죽었을 때, 함석이 울부짖을때의 카타르시스를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안에 캐릭터 구축을 해버리는 괴물같은 제작진과 연기자들의 합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캐릭터의 쉬운 죽음에 아쉬워 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것은 곧 이 작품이 매우 잘 만들어 지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물론 시청자들은 쉽게 죽어나가는 캐릭터들에 대해 아쉬워하고 뭔가 '있게끔' 죽었으면 하겠지만 지금까지 죽어나간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만들어 줄만큼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극의 집중을 위해서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후에 죽는 캐릭터들은 조금 더 임팩트가 있는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이유4. PD의 성향?
추노를 만들고 있는 곽정한PD는 전작 한성별곡에서 캐릭터들을 다 죽여버리는 스킬을 발휘한적이 있다. 이것은 개인의 성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만약 이번 작품에도 곽정한PD의 성향이 십분 발휘되었다면, 여러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는 단순히 성향이라기 보다는 시대상황과 소재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인다. 나라를 뒤 엎으려 하는 사람들이 피 한방울 손에 안묻히고 히히, 호호, 하하, 흑흑 하다 끝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어차피 필연적으로 보이는 죽음이기 때문에, 곽정한 PD는 그 성향을 고려 해 봤을 때, 인정사정 없이 죽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백호가 '대길에게 언년의 존재'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윤지'가 '언년에게 태하의 존재'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만득'이가 '천지호에게 황철웅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세우게 하는 역할을 하고, '궁녀'가 '송태하가 진짜 큰 인물임'을 알리는 역할을 했던 것처럼, 그냥 죽는 것이 아닌 무언가 그래도 이유있는 죽음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앞으로 죽어나갈 배역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보면 추노가 조금더 재밌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추노가 배역들을 버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죽이는 것도 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잘 계산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수년간 영화나 TV프로그램에대한 글을 써왔지만 이렇게 글 쓰기가 무서운 작품도 처음이다. 보통 글을 쓸때, 단순한 감상보다는 분석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그것이 쉽지가 않고, 그저 넋놓고 보다 끝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왠지 추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논란 또한 극이 끝나보면 다 사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신뢰같은것도 생겼다. 조금 거슬리는 것이 있더라도 제작진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만큼 디테일에 압도 당하고 있다.

앞으로 추노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략적인 내용이 흘러다니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끝까지 잘 만들어진 드라마로 남았으면 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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