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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추노의 모자이크 처리는 헤프닝

by 박평 2010. 1. 28.

추노는 기본적으로 밑바닥 이야기이다. 그리고 밑바닥 이야기는 '성, 폭력'과 같은 인간의 본원적 본능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추노가 선정적이라고 보는 다양한 견해들은 그 소재 덕분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밑바닥의 인생을 다루는 솜씨가 절묘하여 그것이 자극적이라기 보다는 삶을 보이고 마음을 보이고, 사회의 가식을 폭로하는 풍자를 보이기 때문에 추노를 선정적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아내의 유혹과 같은 막장드라마의 내용을 보면 그 선정적임이 단순히 자극을 위한 것이라 싸고 가벼우며 심히 욕먹을만 하다고 여겨진다.

추노는 명품 드라마이다. 이정도 퀄리티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질 정도로, 하나하나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이 작품안에 있는 이야기라는 것은 거시적으로도 미시적으로도 너무나 섬세하여 좁게는 헐리우드의 잘 재단된 시나리오를 보는 느낌이들고 넓게는 고전의 문학작품을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니 찬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작진은 아예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내겠다고 작정한 듯이 보일 정도이다.

이런 제작진의 강박관념은 신발밑창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예고편에서 나온 옥의티를 바로 수정하는 제작진의 예민함은 이들이 얼마나 이 작품에 대해 욕심을 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보니 가장 얘기가 많이 있었던 '이다해'에 대한 비판은 제작진에게 사뭇 골칫거리임에 분명했다. 실제 이다해에게서 가장 문제가 된 '혼자서 너무나 곱다'는 비판은 제작진의 '충분히 고와야 하는'상황이라는 해명처럼 작품 전체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언년이'는 '대길'과 비교 됐어야 했으며, 그 격차가 커질수록 뒤에 나오게 될 울림이 커지게 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7화를 보면 '언년이'와 '송태하', '대길'과 '설화'가 묶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잘보면 결국 '양반'과 '양반', '천민'과 '천민'으로 묶여진 것을 알 수 있다. 즉, 후에 있을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한 좋은 밑작업인 것이다. 그러므로 언년이의 얼굴이 고운것에 대한 비난은 사뭇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물론 이미 촬영 자체가 되어 있었고.) 그러나 노출 부분은 실제로 작품 전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없어도 작품의 퀄리티에 해를 입힐 만한 부분이 아니다. 그러므로 제작진은 고민 끝에 모자이크를 넣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독히도 예민한 결정이지만, 그만큼 작품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열의가 보인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때문에 작품 전체의 퀄리티에 대한 의구심을 만들거나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제작진은 가장 먼저 선정성 논란이 일어났던 겁탈씬이 크게 문제가 될거라고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정도의 노출씬은 사극에서는 거의 언제나 있어왔으며, 그것이 큰 이슈를 만든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예 목욕신에서 가슴 골이 다 드러나는 장면정도가 이슈가 됐었지, 이정도의 노출은 약간의 가쉽거리 정도 수준으로 넘어갔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파장을 일으키니 제작진 측에서도 아차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에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킨 이유는 전적으로 이다해 때문이다. 분명히 그 장면은 다른 목적이 존재 했다. 언년이의 치명적 약점인 '노예문신을 지운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눈은 다른곳에 몰려 버렸지만.(이게 다 이다해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장면이 그만큼 매혹(표현이 좀 애매하다, 매력이라 하기도 그렇고, 아름답게도 그렇고, 섹시라고 하기에도 너무 가벼워 보인다.)적이었기 때문에 이리 문제가 된거고, 그것은 곧 이다해 자신이 나무나 매혹적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모자이크 처리에 대한 반응은 '오히려 더 야했다'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작품의 퀄리티상 노예 문양이 정확하게 보여야 하는 옷고름을 다시 입는 씬에서는 아예 모자이크를 하지 않았으니, 하나 안하나 별 상관없는 말그대로 '해프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이 모든 일은 여주인공을 제대로 캐스팅한 제작진이 그냥 감수하면 될 일이고, 이다해는 스스로 매혹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고, 시청자들은 이다해에 넋이 나간것으로 마무리 되면 될 것같다.


추노는 워낙 좋은 작품이고, 해프닝은 해프닝일 뿐이다. 그런 해프닝이야 그냥 넘어가면 되고, 이 작품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복선들과 풍자와 해학을 즐기면 충분할거라 생각한다. 누가 뭐래도 이번 회의 최고는 선비들의 밥상대화와 '자막' 그리고 총포씬에 있었으니까, 그런것에 더 신경쓰면서 진짜를 즐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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