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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공부의 신, 모두에게 필요한 드라마.

by 박평 2010. 1. 27.

문화에 관련한 전반적인 글을 쓰고 있는 블로거이기  때문에 공부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블로거라기 보다는 업계관련인(?)으로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이 작품에 대해서 사교육을 조장하는 막장이라고도 얘기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는 찬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블로거라기 보다는 업계종사자로서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 부터는 글을 높여서 쓰는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어질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우선은 제 소개를 먼저 하는 것이 순서인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경력 8년차의 학원강사이며 사정이 있어 한 몇개월 쉬고 있지만 현직 학원강사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영어 과목을 중~고등학생에게 가르쳐 왔고, 사교육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강남과 목동을 두루 거쳤습니다. 나름 인정받는 학원강사이고 덕분에 많은 아이들을 가르쳤고 접했으며 동시에 많은 부모님들을 접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에 따라서 저는 공부의 신이라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백현', '현정', 부모'를 꼽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백현
백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이런 친구들은 제가 가르치는 동안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나름의 멋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의 정신세계, 개념도 확실합니다. 물론 그것이 어른이 보기에는 치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그들의 문화안에서 자신의 것을 구축해 놓은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많은 부분이 '공부'를 잘 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들은 공부로 인정받기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더욱 '구축'했을지 모릅니다. 어쨌든 중요한건 이런 친구들은 아예 '공부'를 '불가능'한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런 친구들 중에서 공부에 굉장한 소질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성적이 낮아도 학생의 언어 사용능력, 사고력 이런 것들을 관찰해보면 분명히 공부에는 굉장한 소질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의 대부분은 스스로 '공부를 잘 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부에 소질이 없거나, 자기만의 무언가가 있는 친구들은 상관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히 소질이 있고, 하면 잘 할 수 있는 아이가 단순히 '불가능'하다는 인식때문에 공부하지 않는 상황은 안타깝습니다.

이런 불신은 아무리 해도 쉽게 깨지지가 않습니다. 제가 그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넌 공부쪽에는 탁월한 재능이 있다.'라고 아무리 말을 해줘도 주변에서는 그들을 이미 '정해진 꼴통'으로 보기 때문에 그들은 곧 체념하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을 정말 '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데는 1년 넘는 시간이 걸립니다. 1년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얘기 해주고 증거를 제시해주고, 믿게끔 해줘야 합니다. 그래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방해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다른 학원 선생님들은 노는 놈이라고 경계해 버리고, 집에서는 믿지 않아 버리고, 친구들은 공부하는 것을 비웃어 버립니다.

천하대 특별반 학생들 중에서 유일하게 강제로 잡혀있는 사람은 '백현'입니다. 하다못해 현정이도 '백현과 함께 있겠다'는 목표는 있습니다. 그러나 백현은 그저 볼모로 잡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는 꼴통이므로 천하대 가는거 불가능하다'라고 스스로 믿고 있습니다. 강석호 변호사의 강제는 제 교육 방침과는 물론 다르지만 분명히 필요한 부분입니다. '백현'에게 필요한건 딱 한번의 충격입니다.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는 충격입니다.

강석호 변호사를 무릎 꿇리겠다는 그의 의지가 그를 공부하게 만들었고 그가 비록 100점을 못 받을 지언정 공부가 불가능 것이 아니라는 인식만 주어도 그는 변할것이 분명합니다.


주변을 살펴보고, 내 친구, 내 자식, 내 학생들 중에 이런 친구가 있는지 잘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그 학생에게 안된다는 인식의 시선을 한번 보낼 때마다 그는 진짜 안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채 말입니다. 강석호처럼 강제된 상황이라면 성질 긁는게 도움이 될 수도, 아예 무시해도 승부욕을 불사르게 할 수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입니다.

내 친구, 내 자식, 내 학생의 기회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살리게 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분명히 새로운 기회의 문은 열릴 수 있습니다.


2. 현정
친구따라 강남가는 대표적인 케이스 입니다. 자기 보다는 남이 중요한 타입이고, 남에 따라서 자신을 바꾸는 타입입니다. 물론 현정이를 이 케이스에 집어 넣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긴합니다. 그녀는 오직 한 인물 '백현'을 쫓아 온것이니 어쩌면 가장 목적에 집요한 사람일 것입니다.



초반부터 현정에 대한 에피소드가 없었던 것을 보면서 분명히 이 친구가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여겨 습니다. 이제 서서히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니 흥미진진합니다.

저는 5명 전부다 천하대를 갈지 안갈지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2명은 백현과 풀잎입니다. 백현 같은 스타일이 한번 파고 들면 무섭게 파고 들기 때문에, 제가 가르쳤던 학생중에도 고3때 갑자기 물이 올라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못들어갈 정도의 점수였던 친구가 연세대를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서울대를 못가긴 했지만 이정도도 대단한 거여서 경사가 났었지요. 풀잎 같은 경우는 여자아이이고 자기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학생의 경우, 그리고 스스로 납득한 경우에는 상황만 잘 조성되면 무섭게 점수가 향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외에 구태여 한명을 고르자면 저는 '현정'이를 꼽고 싶습니다. 현정이의 가장 큰 약점은 '자기중심성의 부족'입니다. 실제로 이런 학생들이 많이 있는데, 위에 말한 대로 자기가 중심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 많이 좌우되는 타입입니다. 이런 부류의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자기 욕심'을 잘 못부리기 때문에 즉, 자기것을 잘 못챙기기 때문에 많이 손해를 봅니다. 공부하려고 하다가도 친구가 부르면 나가게 되고, 더 재밌는건 친구는 이미 공부를 다 해놓고 부르기 때문에 결국 손해 보는건 현정이 같은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기주의'가 정말 중요합니다. 세상의 중심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같은 경우에 수업이 마감되서 친구와 반이 갈라져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현정이 같은 아이가 그 친구를 따라서 자기도 반을 옮기겠다고 했을 때, 대놓고 친구 따라가서 뭐하려고 하는지, 왜 니가 친구 때문에 이미 잘 적응된 스케쥴을 바꾸려 하는지, 그게 무슨 이익이 있는지 말한적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니 이익을 다 챙기고 그 다음이 친구다 라고 이야기를 해 준적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막말이냐 할 수 있지만, 이런 학생의 경우는 스스로 일어서는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으나, 만약 현정이나 백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그리고 스스로의 이유로 공부를 하게 된다면 분명히 엄청나게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고 3이면 좀 늦은 감이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가능할 것입니다.


3. 부모
실은 이글은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저희 이 작품이 무조건 '천하대'를 외치는 사교육 조장 드라마라는데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또한 학력으로 모든게 결정짓는 사회 풍토를 조장할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것에도 분명히 동의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는 것은 때로 스스로를 자각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게 합니다. 고등학생들이 온갖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닌 '꽃보다 남자'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보이는 나쁜 우려는 그 반대의 내용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 (자기의 꿈을 쫓아 성공하는 스토리같은)을 통해서 해소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드라마의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은 '부모'라는 내용 때문입니다.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에게 곧 학원으로 돌아가겠다고 확답을 지어주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유중의 하나도 '부모'때문입니다. 차라리 대학생 강의나 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도 '부모'때문입니다.

오늘 방송에서 부모들은 자기의 자식들에게 이게 무슨짓이며 난리를 칩니다. 드라마라서 과장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런일이 펼쳐진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은 얘기합니다.

'어차피 해도 잘 안되는 애니까 그냥 적당히 해서 보내주세요.'

이런 분들은 대부분 비어있는 집에 아이 혼자 놔둬봐야 좋을게 없으니 학원이나 보내자의 경우입니다. 학원이 보육원도 아닌데 그것을 바라는 부모님들도 많습니다.

'우리애가 나쁜애라 선생님이 힘드실 거에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자기 자식을 나쁜애라 말할때 그것을 들으면서 저는 깜짝 놀랐었습니다. 사고를 쳤었기 때문에 죽어라 공부를 안하기 때문에 자기 자식에 대한 환멸이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미혼이라 제가 이해를 못하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슨일이 있어도, 결과에 상관없이 믿어주고 응원해줄 수 있는게 가족이라면 분명히 그 아이가 받을 상실감은 엄청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7화에서 강석호 변호사가 부모님을 모셔놓고


'결과에 상관없이 자식이 오로지 최선을 다하기만을 응원하는 것이 부모가 할 일입니다.'

라고 한말 그리고

'해 봤자 안될거라는 생각을 갖으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쪽도 상관없다는 마음. 니가 무엇을 하든 너만을 믿는 다는 마음, 이 마음이 수험생 부모로서 가져야 할 마음입니다.'

라는 말을 들으면서 실제로 이 작품은 학생들을 위한 것보다는 부모를 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하는 생각, 태도 그런 것과 동시에 부모로서의 모습, 행동, 마음가짐등을 제대로 가르쳐 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백현이 할머님을 통해서 올바른 시선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8화에서는 할머니께서 백현이를 보고 그냥 돌아가십니다. 그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그럼 '기합'을 주고 '체벌'을 통해 교육하는 것이 맡냐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저는 반대입니다. 여지껏 체벌을 해본적도 한번도 없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움은 겪어야 하는 것이고 부모는 아이들을 믿고 지지해줘야 하는 것이지, 자신의 기준으로 아이를 재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부모'가 '학생'을 데리고 같이 보는 드라마라고 얘기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작품은 '학생'이 '부모'를 모시고 같이 봐야 하는 드라마 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기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새워준 벽(그것이 공부이건 아니면 다른 것이던)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껴야 하는 드라마 입니다. 비록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부모와 아이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고, 학력지상주의를 강화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의 근본에는 학생으로서 가져야할 선생으로서 가져야할, 그리고 부모로서 가져야할 모습들이 분명히 나와 있습니다. 겉에 보이는 '천하대'보다는 그 안에 존재하는 이러한 묘사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 충분히 그 가치가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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