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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무한도전의 힘, 주먹이 운다.

by 박평 2010. 1. 24.

무한도전의 과제들은 언제나 시청자들을 흥분시킨다. 특히 그 과제가 스포츠와 연결되었을 때, 그 흥분은 더욱 강해진다. 스포츠라는 종목 자체가 '도전'과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과 스포츠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무한도전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고르라면 단연코 페이소스(슬픔)이다. 어떤 사람들은 칼카츄어(풍자), 슬랩스틱(몸개그)등을 말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웃음을 가장 크게 뽑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 누가뭐래도 나는 '페이소스'를 뽑는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가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그 안에 들어있는 슬랩스틱이나 칼카츄어 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페이소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슬픔이야 말로 가장 극적인 웃음을 만들어 낸다.



그런점에서 무한도전과 비인기종목 스포츠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무한도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인 스포츠, 그리고 웃겨야 하는 예능이라는 장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비인기종목의 설움과 슬픔. 이것들이 조화되므로서 무한도전은 기존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넘어서는 울림을 만들어 낸다. 이건 무한도전이 가지고 있는 '공익성'과는 전혀 무관한 얘기다. 그 '공익성'을 차치 하고서라도 무한도전과 비인기종목의 울림은 클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무한도전은 '레전드'라 일컬어 지고 있고, 단순한 시청률이 큰 의미가 없는 방송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이제는 너무나 인기가 없어져버린 권투를 소재로 삼았다. 게다가 여자권투이다. 그리고 그 권투선수는 새터민이다. 짠것도 아닌데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닌데 소재만으로도 이미 너무나 큰 울림을 주기에 적절하다. 어쩌면 정말 대단한 이야기거리들,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혹은 책을 읽음으로서 얻게 되는 놀라운 이야기거리들은 이미 우리 주변에 다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그저 지나치고 있는 것이고, 무한도전은 우리가 지나친 우리의 놀라운 이야기들을 잘 봐보라고 다시한번 녹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상대인 일본선수의 사연은 단순히 우리나라 선수이기 때문에 최현미 선수만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두소녀의 운명적 대결을 그리게 되었다. 마치 영화 주먹이 운다 에서 류승범과 최민식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알겠지만 이 영화에서 승리자가 누구였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의 노력과 바램, 한에서 나오는 치열한 혈전과 포효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승리자는 둘 다였다.



나는 무한도전의 다음편이 줄 감동의 크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대신해줄 수도 없고 도와줄 수도 없는 오직 스스로 벌이는 사투를 지켜만 봐야 하는 그 입장에서, 오히려 주변사람들은 자기의 모든 마음을 이 두 선수들에게 보내게 될 것 같아서 이다.

무한도전의 공익성은 이상하게 비난 받지 않는다. 과거에는 예능프로가 너무 공익성을 추구한다거나 하면 욕을 먹기도 하였지만 무한도전만큼은 그런 비난에서 비켜나고 있다. 그 이유에는 마치 무한도전이 모든것을 해결해 주겠다는 만용을 부리지 않고, 그저 그들과 함께 그들의 입장에서 함께하고자 하는 모습과 출연자와 연출자의 조심스러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쨋든, 무한도전은 단순한 예능프로그램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한도전은 어쩌면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현재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한도전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의 팬으로서 부디 무한도전 포에버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잃는 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안타까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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