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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1박 2일 남극 가는게 뭐가 문제냐!

by 박평 2010. 1. 22.

1박2일의 남극촬영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많은 논란거리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그런데 찬성하는 내용보다는 반대하는 내용들이 더 많이 기사화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찬성보다는 반대가 더 큰 얘기거리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반대한다는 주장이 나를 납득시키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글을 한번 써보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1박 2일 남극 가는거 찬성이다.



1. 국내의 명소를 보여주자는 취지를 벗어난다.
1~2년 전에 사람들은 1박2일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장소의 제한을 들었다. 국내의 여행 명소를 소개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 명소가 얼마나 많이 있겠느냐? 그러니까 나중에는 프로그램 자체의 한계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1박2일은 그 한계를 넘어서 시청률 4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며 승승 장구 하고 있다. 이런 1박 2일에게 있어서 독도나 백두산과 같이 상징적 의미가 큰 장소는 단순히 여행 명소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인으로서 쉽게 갈 수 없던 곳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독도의 아름다움과 백두산 천지의 웅장함에 단순한 경탄 이상의 뭉클함을 느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1박2일은 국내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명소를 소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의미를 지닌 장소를 방문함으로서 1박2일이 지니고 있는 소재의 단순함을 회피하고 그 이상의 것을 주기도 했다. 만약 1박2일이 히말라야 등반을 하려고 했다면 나 또한 반대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남극의 세종기지는 분명한 한국인이 살고 있는 땅이다. 쉽게 가볼 수 없는 한국인의 땅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해준다면 지금까지의 1박 2일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면서 시청자들에게는 한국과 한국땅에 대한 또다른 감정을 갖게 해줄 수 있지 않을가?


2. 쓸데없이 제작비를 많이 쓴다.
일단 나가기로 했으면 제작비가 드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물론 제작비의 규모는 당연히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지금이야 말로 1박2일이 가장 잘 나갈 때이기 때문이다. 예능 시청률 40%는 경이로운 수치이다. 이런 수치가 밑바탕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남극에 갈 정도의 예산을 따내는 것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가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분명히 든다.

어떤 이들은 아이티의 지진피해를 언급하면 꼭 지금같은 시기에 가야 하냐고 묻기도 한다. 물론 나도 아이티사태가 너무 안타깝고 눈물이 났고, 특히 아이티의 부촌에서는 너무나 유유히 아침에 나가서 조깅도 하고 그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그램 제작을 하지 말라는 것은 지나친 거라고 생각한다. 마땅한 당위성이 없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KBS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돈 펑펑 쓰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차라리 나는 그들이 현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이신 최시중님께서 종친회 회장을 맡고 계시는 경주 최씨에 대한 드라마 명가에 쓰이는 것보다는, 1박2일이 남극가는데 쓰이는게 더 좋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나는 드라마보다는 예능이 더 좋기 때문이다. 난 예능이 좋다. 단지 그 이유때문이다. 정말로 나는 드라마보다는 나를 웃게해주는 예능이 더 좋다.


3. 1박 2일에게 중요한건 장소인가 사람인가?
나는 100% 말할 수 있다. 1박 2일은 사람이다.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 어디를 가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된다. 그리고 1박 2일은 맴버들끼리만의 것 또한 아니다. 1박2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현지에서 만나는 교류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시민들이 1박 2일의 진짜라고 생각한다. 1박 2일하면 여러 명소도 물론 떠오르겠지만 나는 사람이 더 생각난다. 그 시골에서 계셨던 어르신 분들과 아이들이 떠오른다. 해병대가 떠오른다. 국악고 학생들과 유도부 학생들이 떠오른다. 박찬호가 떠오른다. 나는 사람을 보려고, 그 사이의 끈끈한 무언가를 보려고 1박2일을 시청했다. 남극에도 사람들이 있다. 분명히 뜨겁게 나눌 것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안에서의 일들이 비록 문제가 됐었던 적도 있었고, 인간의 생존 자체가 매우 힘든 극한 상황을 가볍게 다루게 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그 안에서 사람간의 끈끈한 무언가를 담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다. 지금껏 1박 2일이 해온것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1박2일이 남극에 갔으면 좋겠다. 가서 좀 담아 왔으면 좋겠다. 그곳에도 그 극한 곳에도 사람이 있고 교류가 있고 뜨거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1박 2일의 남극행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핵심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저 위에 말한 이유들은 다 피상적인 것으로 보일 뿐이고 분명히 반대하는 핵심이 있을 텐데 그게 무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우선은 KBS 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것 같은데, 확신은 없다.

만약 나중에 반대의 핵심 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때는 다시한번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이 촬영 찬성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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