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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최송현, 스크린에서의 매력이 있다니!

by 박평 2009. 5. 2.


솔직히 말해서, 저는 최송현이라는 아나운서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성이 '최'라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아나운서로서 그녀의 모습이 멋있다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상플러스에서 그녀의 모습은 아나운서라기 보다는 엔터테이너에 가까웠고, 저는 그 방송외에 그녀를 접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후 최송현이 사표를 냈을 때, 많은 이들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도대체 수많은 여성들이 꿈꾼다는 아나운서를 그것도 인기꽤나 끈 사람이 그만두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김성주나 박지윤처럼 이유가 보이기 보다는 그냥 추세에 흘러가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 자기의 진정한 꿈인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 일을 그만두었다고 말을 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많은 비판을 하게 되죠. 언제는 아나운서가 꿈이라고 하더니... 라는 말부터 아나운서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라는 말까지.

뭐 저는 그게 그닥 중요하다고 여기진 않았습니다. 꿈이라는 것은 언제나 바뀔 수 있고 동시에 여러가지 꿈을 꿀수도 있으며 남에게는 정말 간절한 것이라고 해도 본인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걱정한 것은 그녀가 주변의 설레발에 희생 당하는 것일 까봐였습니다. 주변에서 바람을 넣어서 연기자로 빠지게 된거라면 그녀는 연기자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 느꼈습니다.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까요. 배우라는 것은.

그런 저의 걱정은 다행히 '인사동스캔들'을 보고 어느정도 사그라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화면에서 비치는 그녀는 매력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얼굴이 먹어 준다는 거죠. 화면에서 얼굴이 비처지고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예쁘다고 되는 일도 아니죠. 화면발이 먹어야 되는 거고 화면 흡입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최송현은 그게 있었습니다.

대사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연기자로서 가장 중요한 대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없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짧은 대사지면 누구보다 선명한 딕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발음이 확실히 깨끗합니다. 게다가 짧게 나왔지만 말투 또한 잘 소화하더군요. 연기초보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쪼가 없다면 아마 긴 대사도 잘 소화해 낼 것이라 보입니다.

제가 최송현을 기대하게 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표정입니다.


인사동 스캔들에서 최송현이 맡은 역할은 난이도로 따지면 '하'수준의 쉬운 배역임에는 분명합니다. 문제는 그 쉬운것도 잘 못 살리는 배우들이 있다는 것인데 최송현은 생각보다 꽤 맛깔 스럽게 소화를 합니다. 특히 김래원과의 갯벌씬에서는 극중내내 비치는 강한 모습에 소녀적인 감성이 살짝 묻어 나는 것을 보면서 배우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만약 그것이 연구된 것이고 고민한 것이라면 진짜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표정과 몸동작이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것을 보면서 감독의 조련 혹은 주위의 도움이 매우 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정도 퀄리티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러한 도움을 받아들여 결국 표현해 낸 것은 최송현입니다. 첫 작품에 이 정도면 '깡'도 제대로고 '노력'도 제대로라고 보입니다. '가능성'이 보이는 거죠.

물론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김래원'과 '엄정화'입니다. 두 배우의 훌륭한 앙상블이 이 영화를 끌어 나가고 감독의 재빠른 편집(최동훈 감독의 영향인 것으로 보입니다.)은 뒤를 받칩니다. 그리고 훌륭한 조연들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죠. 최송현은 그 역할을 충분하게 해냅니다.

하나의 작품에서 배우가 매력을 보이기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송현은 비중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매력을 십분 발휘하였습니다. 분명히 감독들은 반응하게 됩니다. 저만해도 같이 해보고 싶다라는 욕심이 드는 배우로 여겨졌으니까요.

아마 이 작품으로 그녀는 다음 작품의 시나리오들을 여럿 받을 것입니다. 물론 주연제의까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그녀가 조금더 좋은 감독들과 배우들 틈새에서 잘 배워나가길 바랍니다. 만약 그런다면 후에는 정말 괜찮은 여배우가 하나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너무 큰 기대일까요? 하지만 저는 조인성이 논스톱2 찍을때, 문근영이 장화홍련찍을때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고, 그들 다 잘됐으니 어쩌면 제 말대로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여간 이제 그녀는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아나운서 였건, 진짜 꿈이 뭐였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비난할 거리도 되지 않죠. 중요한건 그녀가 어떤 배우가 되느냐 입니다. 저는 그녀가 꽤 좋은 배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매력이 있으니까요.

벌써부터 그녀의 차기작이 기다려 집니다. 꽤 좋은 연기로 찾아와 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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