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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의 전라노출, 문제는 그곳의 상태

by 박평 2009. 5. 1.


지금부터 나오는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이라면 읽지 않으시는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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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송강호의 전라노출이 언론에 화자 되었을 때, 나는 송강호의 중요한 부분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것 때문에 충격받진 않았다. 숏버스도 봤는데 송강호의 중요부분이 영화에 나오던 아니던 그게 줄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 장동건의 중요부분이라던가 조인성의 중요부분이라던가 라는 이야기면 또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송강호는 그 자체로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송강호의 전라 노출이 '성폭행'장면에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오히려 성기 노출보다는 성기의 상태였다. 너무 노골적인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성폭행'장면이라면 성기는 성폭행 가능한 상태여야 할 것이고, 만약 남성 배우의 발기된 성기가 대한민국 영화에 그것도 수백만이 볼 것이 확실시 되는 작품에 나온다면, 그리고 그것이 대한민국 최고 남성배우의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건 충분히 나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릴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박쥐가 개봉한 바로 그날 밤, 나는 그 장면을 확인하기 위해서 극장으로 갔다. 물론 나는 박찬욱 영화를 사랑하는 박찬욱 감독의 팬이며, 단순히 송강호의 그곳을 보기위해 극장으로 간것이 아니다. 그러나 뭐 궁금한건 사실이었다. 상태는 어떠할 것인가?


송강호의 성기노출에 대해서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고 있다. 어떤이들은 구태여 그럴필요가 없었다는 평도 있고 어떤 이들은 굉장히 중요했다고 말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면이 많았던 것 같다. 어떤 신문기사에서는 송강호의 성기노출은 '안팔릴컨텐츠'를 만든 박찬욱 감독이 흥행을 위해서 성기노출 논란을 촉발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숨이 나온다.


- 내가 잘못 본 것인가? 아니면 남이 잘못 본 것인가?

내가 송강호의 성기 노출을 보면서 나는 무릎을 딱 쳤다. 젠장! 이 지긋지긋한 감독이라니! 나는 그의 천재성에 혀를 내둘렀고, 왜 송강호의 성기가 노출되어야 했었는지 왜 박찬욱이 그 장면을 넣으려 했는지, 왜 송강호가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을지 이해했다.

중요한건 성기의 상태였다.

송강호의 성기는 발기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송강호가 그 장소를 떠날때 화면 오른쪽으로 송강호가 사라질 때 나는 그의 얼굴에서 아주 엷은 미소를 보았다. 그 엷은 미소는 너무 엷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지만 분명 나는 송강호에게서 고난과 죄의식과 괴로움 보다는 만족을 느꼈다. 송강호 정도의 표현력을 갖춘 배우라면, 난 분명히 그렇게 표현했다고 믿는다.

송강호의 성폭행 장면은 흡혈귀가 된 김옥빈과 함께 그들의 행로를 마무리하기 바로 전에 나온다. 즉, 송강호는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참이었다. 그 상황에서 송강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이 하느님의 은총을 입은 성자이며, 자신이 병을 고쳐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 사람들은 송강호에게 애원한다, 고쳐달라고, 그리고 송강호는 그들 앞에서 공중부양을 보임으로서 그들의 신앙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송강호는 생각한다. 종교고 신이고 나발이고. 인간 군상이여! 그는 모든 일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그를 절실히 믿고 있는 그들은 송강호가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이들이었다.

송강호는 여자를 성폭행 하려고 함으로서 그들을 일깨운다.

'나는 하나님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나는 너희와 같은 인간이다. 나를 추종하지 말라. 나는 추하다.'

송강호가 진정으로 그 여자를 취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는 그들을 일깨우기 위해 그 여자를 겁탈하려 한 것이다. 그렇다면 송강호가 바지를 추스리고 나왔을 때 보이는 그의 성기는 정말 중요한 의미가 담긴다. 그는 일부러 그렇게 한것이라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성욕에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일깨우려 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강호가 급하게 옷을 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천천히 주섬주섬 속옷을 올리면서 성기를 보이는 행위를 한다. 그리고 사람들중 한명이 송강호에게 돌을 던지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그의 일깨움은 끝마쳐 진다.

박찬욱은 그 장면을 통해서 지독한 사유를 던진다. 신, 인간, 종교, 믿음......... 도대체 이게 뭐야!

박찬욱은 지독히도 영리하고 지독히도 똑똑하다. 그는 저 위에서 우리들을 향해 미소짓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따라올 수 있으면 사유해봐. 고민해봐. 철학적인 생각을 가져봐. 당신... 생각할 수 있겠어?'

나는 극장을 나오면서 머리가 띵했고, 나의 지적수준에 처참함에 부끄러웠다. 그나마 그가 던지 화두를 살짝 느꼈다는 것에 만족할 정도였으니....


따라서 나는 이 영화의 성기노출 장면은 진정으로 중요한 장면이라는 것에 한표를 던진다. 도대체 그냥 할리가 없질않나? 그리고 흥행을 위해서? 박찬욱은 이미 헐리우드 메이져 영화사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감독이다. 순간적 흥행을 위해서 영화를 망칠일을 과연 할까 싶다. 게다가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는 흥행이 잘 될만한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보인다. 이 영화는 철저히 복수는 나의 것을 매우 풍성하고 조금 더 깊게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복수는 나의 것을 조금 더 대중적인 버전으로 보이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성기노출은 분명히 그냥 들어간 흥행을 위한 장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영화를 보고나서 그런 생각을 못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나의 해석을 읽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해 줬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영화가 조금 더 새로워 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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