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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무한도전 - 하나의 버라이어티 장르를 탄생시키다.

by 박평 2009. 4. 18.


대한민국의 모든 버라이어티가 언제나 예의 주시하고 있는 버라이어티의 맏형이자, 본좌인 무한도전이 마침내 또하나 큰일을 내버렸다. 무한도전 Yes or No! 선택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와서 시청자들을 말그대로 바닥을 구르게 만든 이번 작품은 매우 훌륭한 기획물이자 왜 무한도전이 무한도전인지를 알려주게 해 준다.

인생이랑 B와 D사이의 C다.

그렇다. 어차피 인생이란 삶(birth)와 죽음(death)사이에 있는 선택(choices)들의 연속일뿐이다.

따라서 이 선택이라는 것은 모든 이들이 항상 공감할 수 없는 소재이며, 동시에 자기의 처지를 다시 상기시켜줄 수 있는 너무나 좋은 소재이다. 이 좋은 소재는 이미 과거에 이휘재의 인생극장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적이 있다.


무한도전은 그때 선택이 주었던 짜릿함과 그 선택에 따라서 나오는 때로는 어이없는 때로는 탄성을 자아내는 결과물이 시청자들을 얼마나 즐겁게 했는지 기억해 낸 것 같다. 그리고 그 선택이라는 소재는 무한도전을 통해서 '버라이어티'용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 무한도전은 무정형.

우리 모두 익히 알다시피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이다. 무한도전을 통해서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들이 파생되었고, 그중 몇개는 지금도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각 작품들이 무한도전을 베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무한도전에서 이미 다뤘던 소재들이 좀더 다듬어졌거나 혹은 재가공되었거나 혹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통해서 발전된 것은 분명하다. 비록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버라이어티를 다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내가 보는 버라이어티들이 완전히 새롭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무한도전에서 본 것만 같은 느낌이 항상 드는 것은 아무래도 무한도전이 그만큼 전통있는 프로그램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무한도전의 강한 힘은 바로 무정형에 있다. 예를 들어 1박 2일이 여행을 테마로 잡았기때문에 여행이라는 소재를 벗어날 수 없고, 혹은 패밀리가 떴다는 캐릭터시트콤이라는 소재를 사용했기에 그것을 벗어날 수 없는 것과는 다르게 무한도전은 그 시초가 '무정형'이었기 때문에 '도전'이라는 광범위한 소재를 택했기 때문에 어떤 포멧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매 회가 새로운 프로그램이고 새로운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리얼버라이어티가 그 작품 자체의 약점에 봉착하고 그것으로 인해 비난 받을 때, 무한도전은 단지 하나의 포멧에 대한 비판이 있을 뿐이지 무한도전이라는 큰 프로그램을 비난하거나 할 수 없는 것도, 무한도전 자체가 무정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제작진들에게는 굉장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치열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매우 오랜시간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 선택이 주는 쾌감, 그리고 새로운 버라이어티의 가능성

이번 무한도전의 Yes or No 특집은 '선택'이라는 것을 전명에 배치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에 시청자를 배꼽잡고 웃었고, 실제 선택을 한 연기자들 또한 선택이 주는 마력에 푹 빠졌던 것으로 보였다. 박명수의 한마디는 연기자들 스스로도 이 선택 특집에서 꽤 많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쪼인다'

박명수는 선택을 앞두고 이렇게 얘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의 선택에 따라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모든 캐릭터들이 꼭 함께 모여서 변주를 이뤄내야만 재밌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을 제공함으로서 캐릭터 하나하나가 재미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 주었다.

이 점은 현재 '강호동, 유재석' 투탑체제에서 그 둘이 없었을 때, 리얼버라이어티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기존 명제를 깨줄 수도 있는 사항이다. 왜냐하면 이 둘이 없는 이상 리얼버라이어티를 해 나가려면 그것을 이끌어줄 대상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이경규, 김구라, 김용만'등에 대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PD들은 유재석, 강호동 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진행자들과 어우러져 리얼버라이어티의 맛을 끌어내 줄 누군가를 찾으려 하고 있고, 그것만이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최고의 MC를 가지고 있는 무한도전이 그것을 깨버렸다.

이번 작품에서 유재석의 탁월한 진행력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명의 연예인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모습들이 비춰졌을 뿐이다. 다들 흩어져서 자기의 일을 하였으니 당연히 진행이 필요할 리가 없었다. 무한도전팀은 제작팀의 노력과 상황제시로 충분히 캐릭터들로부터 재미를 뽑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것이 가능했던 것은 어느정도 능력을 갖춘 캐릭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적절한 편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선택이 주는 긴장감과 예측 불가능한 결과 때문일 것이다. 아마 박명수가 퀵보드를 끌고 나왔을 때 웃지 않은 시청자가 없었을 것이다.




- 제작진의 노력만 있다면,

이번 무한도전의 특집은 새로운 리얼버라이어티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아주 좋은 떡감을 던져주었다고 보인다. 이는 하나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독립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이템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유재석, 강호동 같은 특A 급 MC들이 없어도 무방할 것이다.

단 선택의 재미를 극대화 하긴 위한 매 선택과 결과를 노련하게 배치하는 제작진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 팀 수준의 능력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어느정도 적응 기간이 지나면 충분히 일정이상의 퀄리티가 나올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리얼버라이어티를 준비하고 있다면 선택이 주는 재미의 크기를 이해하는 노력,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캐릭터와 조화시킬 것이며 어떤 선택과 결과를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매우 면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인다.

이번 선택은 모두 우연인 것 처럼 보이지만 나는 분명이 일정부분에서는 제작진의 예측대로 움직이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말이다. 이는 연기자에게 시나리오를 주었다는 말이 아니다. 연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예측되지 않은 선택들 또한 치밀하게 계산하여 준비하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형돈이나 정준하가 만약 고생을 해서 마라도에 간다면 분명히 자장면 곱배기를 시킬 거라는 것을 예측하지 않았을까?


만약 이정도의 준비를 하고 내공을 쌓는 다면, 어쩌면 뛰어난 1인 진행자가 없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리얼버라이어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무한도전 포에버

뭐 할말이 없다. 그저 무한도전이 영원하길 빌 뿐이다. 그들이 보이는 엄청난 아이디어와 노력들은 시청자뿐만이 아니라 제작자들에게도 큰 빛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그저 찬양해야 되는 그런 위치에 가지 않았나 싶다. 노홍철이 자장면에 큰절을 했던 것처럼, 이제는 무한도전에게 크게 절하고 그저 복음을 들으며 찬양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무한도전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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