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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소녀가 아닌 여자로 돌아온 [박지윤]

by 박평 2009. 5. 4.

난 이제 더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이젠 더이상 망설이지 말아요.
그대 기다렸던 만큼 나도 오늘을 기다렸어요.
장미 20송이 내게줘요, 그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그댈 기다리며 나 이제 눈을 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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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박지윤은 센세이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전부터 박지윤을 좋아해왔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하늘색꿈 때부터는 아니지만 2집 steal away 때부터 저는 가수 박지윤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박진영과 함께 작업한 성인식으로 돌아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스타일 그녀의 노래 그녀의 안무에 열광했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제게 그녀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성인식이라는 노래는 섹시한 컨셉을 가져온 노래입니다. 섹시한거 좋죠. 하지만 이제 갓 20살이 된 아이가 소녀가 아니므로 망설이지 말라고 하는 가사를 들으면서 저도 그때당시 20대 초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철없다'라는 생각이 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안무는 엄청난 유행이 되었지만 저는 삐쩍마른 그녀가 추는 안무에서 섹시함은 전혀 느끼질 못했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한 여성이 애쓰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능미가 없어서 일까요? 아니면 저만 특별한 거였나요?

비록 스타일과 안무는 사랑 받았지만 이상하게 저는 그런 박지윤이 그저 그랬습니다. 무엇보다 박지윤은 섹시하고 관능미 넘치는 팜므파탈적인 매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녀의 섹시한 스타일은 박진영이 완성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박진영의 타겟이 된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비음때문입니다. 가성인지 진성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그녀의 발성은 지금도 가장 많이 욕먹고 있는 부분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 소리는 청아하지 않고 둔탁하며 허스키하죠. 박진영은 여기에서 섹시를 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게 그 목소리는 고난과 아픔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린나이에 도대체 뭐가 이렇게 힘든거야?' 라는 느낌이 났으니까요. 하긴 얼굴도 나이에 비해서 삭은 얼굴이었으니까요. 따라서 저는 그녀가 섹시함을 들고 나왔을 때보다 'steal away'나 '가버려'같은 노래를 들고 나왔을 때 더 좋았습니다. 제게 그녀의 목소리는 그런 노래와 더 어울렸으니까요.

얼마전 박지윤의 7집이 발매 되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들고 나왔다고 하는 그녀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욕합니다.

'발성이나 바꿔라.'
'니가 가수냐.'

등등의 악플들도 있더군요. 발성이야 호불호가 갈리는 사항이니 뭐라 할건 없겠죠. 저는 그 목소리, 발성을 좋아하니까요. 성인식때의 기억이 남아있는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경우도 많더군요. 잘나가는 댄스가수였으니까 하고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를 들어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노래를 하고 싶은건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노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가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노래가 좋아졌습니다.

이 노래는 기존의 박지윤이 불렀던 댄스곡이 아닙니다. 어쩌면 락쪽에 좀더 가까울 수도 있겠습니다. 뭐 장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녀의 목소리가 노래안에서 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래는 밝지 않습니다. 댄스도 아닙니다. 그저 혼란과 혼돈 아픔 두려움들을 잘 풀어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박지윤의 그 독특한 목소리는 이제서야 그 용처가 찾아진 것 처럼 노래 안에서 느낌을 잘 증폭해 냅니다. 이제 20대 후반이 된 그녀가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이 목소리 안에서 그리고 호흡안에서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박지윤의 목소리는 바로 이런 거였습니다. 그리고 댄스가 아닌 장르에서, 그녀가 하고 싶다는 음악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간절하게 감정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작단계라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만, 저는 어쩌면 그녀가 '이상은'과 같은 가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아니 어쩌면 바램이겠죠. 이상은씨가 담다디를 외치며 정상의 인기를 달릴 때, 그리고 지금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내면 가슴을 떨리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 있을 때를 비교하면, 저는 그녀의 지금 모습이 더욱 멋있고 그녀의 지금 음악이 더욱 좋으니까요. 박지윤씨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록 인기는 적어질지 몰라도 저는 박지윤씨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하길 바랍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런 노래 안에서 더욱 더 사람들을 울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후에는 그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작은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제 욕심인가요? 비록 인기있었던 대중 연예인이었지만, 그리고 지금도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서 뮤지션의 길을 가주길 바랍니다. 누군가는 그녀의 노래를 무척으로 좋아하고 있을 테니까말이죠. 그녀의 소극장 콘서트를 가서 볼날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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