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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체험을 통해 실제가 되는 전시 <NO MORE ART>

by 박평 2014. 7. 13.



195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 아직 100년도 되지 않았기에 그 당시의 모습은 우리의 머릿속에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선명한 모습들은 너무나 빠르게 사라져 버렸고, 우리는 그때를 추억하며, 그 당시를 곱씹는다. 그 기억들은 2000년대 초반 우리에게 복고 열풍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지만, 어느새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지금은 딱히 복고열풍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예전의 뽑기, 쫀드기를 파는 '리어카'가 강남이나 홍대 같은 유흥가에 빈번하게 위치하고, 그 시절을 테마로 한 식당도 곳곳에 생겨났다. 우리에게 그 시절 명동거리의 추억은 이미 현실에 충분히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시대에 대해 그리움을 갖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쫀드기나 다방 같은 그 시절의 어떤 모습이 아니라 그 시대가 지니고 있었던 정서를 잃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때의 정서, 그 시절의 사람들이 그립다.


<NO MORE ART>가 특별한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1950년대를 재현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렇게 새로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방송을 통해서 그 시절의 모습을 접하고 있고, 또한 여러 전시를 통해서도 그 시절의 모습을 보고 있다. 단지 그 시기를 그린다고 해서, 우리가 그 시기의 추억에 젖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로 가는 열차에 탑승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NO MORE ART>는 재현해 놓은 슈퍼 앞에 앉아있던 남자에게 한 여자가 '장사 안 하고 뭘 그렇게 빈둥대느냐'고 타박하는 순간, 단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시절의 정서를 끌어낸다. 


<NO MORE ART>는 전시장 곳곳에 연기자들을 배치한다. 다방에 들어가자, 다방에서 일하고 있던 여자 두 명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다방 구경을 하고 있자, '앉아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가요~'라고 말을 건다. 물론 실제 커피를 마실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진한 화장을 한 그녀들이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나는 나 스스로 1950년대에 온 착각을 느끼게 됐다. 


평상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강정을 먹고 있는 사람들, '아도서비스'에서 일을 하는 사람 또한 이 전시를 단순 전시에서 체험전시로 바꾼다. '아도서비스'직원이 나와서 '아도서비스'를 소개해주다니 이건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가장 아쉬운 것은 분량이다. 너무 짧다. 이 1950년대에서 그렇게 빨리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아쉽기만 하다. 커피 한잔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안타깝다. 다방에서 예전에 팔았던 방식 그대로의 쌍화탕을 판다면 어떨까? 계란 노른자 동동 띄워서 말이다.


이런 아쉬움과 함께 이 체험 전시가 더 발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정말 넓은 곳에 자리를 마련해 1950년대 명동 거리를 재현하고 실제 다방에서 커피도 팔고, 슈퍼에서 물건도 팔고, 장터에서 국밥도 팔고 한다면 기꺼이 가서 마음껏 그 시절을 살아보고 싶다. 그 시절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에게는 기억에 남으면서도 동시에 매우 교육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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