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소격동 프로젝트, 어째서 아이유인가?

서태지가 그리는 1980년대의 소격동은 어떤 그림일까? 이에 대한 기대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서태지라는 가수가 지닌 상징성과 그가 만들어왔던 음악적 성취들을 생각하면, 서태지가 그리는 그 혼란했던 시절과 그 안의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는 평이하지 않을 것이다. 음악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무척 뛰어난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여자 버전을 아이유가 한다는 것은 그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아이유가 지니고 있는 음원파워라든지, 인기를 생각해 보면 현재 모든 여자 아이돌 중에서 아이유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서태지와 함께하는 아이유에 대한 관심, 아이유와 함께하는 서태지에 대한 관심, 어느 것이든지 간에 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최고와 현재의 최고의 만남이기 때문에도,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서태지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는 이유 때문에도, 수많은 선배와의 작업 이후 심지어 서태지까지 와도 작업하게 된 아이유의 대단함 때문에도, 어쨌든 여러 이유로 이 협업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최적의 조합이다.

하지만 이런 음악 외적인 이유 말고, 오직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어째서 서태지는 아이유를 선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1980년대를 소화해줄, 그러면서 그 시절이 담고 있을 설렘과 슬픔, 억압을 동시에 다 표현해줄 여자가수는 아이유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음색과 시절에 대한 이해는 1980년대를 그리는 데 있어서 매우 적절하며, 심지어는 이미 증명되어있다. 그녀는 자신의 앨범에서 최백호, 양희은, 김창완과 같은 대선배들과 같이 작업을 해왔다. 그 콜라보레이션에 아이유는 욕심을 부리지도, 과하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앨범에 속한 노래인데도 불구하고, 곡의 주인을 선배들에게 넘겨줄 정도로 음악 자체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바 있다. 그녀의 '꽃갈피'앨범은 아직 20대 초반인 그녀가 그 시절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완벽한 증명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아이유를 대체할만한 사람 찾기 힘들다. 

더불어 아이유의 음색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80년을 그리는 노래에 요즘 유행하는 흑인풍의 쏘울창법이 적절할 리 없다. 아이유가 지닌 가녀리면서도 청아한 음색은 그 시대의 순수와 그 순수의 파괴를 그리는데 가장 적격이다. 더불어 남자와 여자 버젼으로 나뉘어서 나오는 소격동 프로젝트는 두 곡의 연관성과 통일성이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서태지의 음색과 아이유의 음색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 두 곡의 통일성은 거의 보장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두 곡을 어떤 방식으로 서태지가 표현할 것인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 서태지와 아이유의 음색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아이유는 소격동 프로젝트에는 가장 적격인 가수로 보인다. 음악에 대해서 만큼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서태지에게 아이유 이상의 가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서태지라는 음악가와 만들어 낼 이야기가 벌써 부터 기대되는 것은 이들이 최고의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