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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서태지 소격동 프로젝트가 기대되는 이유

by 박평 2014. 9. 30.




서태지가 소격동 프로젝트로 돌아온다. 아이유와 함께 1980년대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테마는 서태지의 기존 행보를 봤을 때 매우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서태지는 최근작 8집 ATOMOS에서 'Moai'와 'Human Dream'등의 노래를 통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의 노랫말은 자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과 걱정과 감성들을 담고 있었고, 따라서 일부 청자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공감하기 힘든 가사였다. 그 안의 상징성과 이야기를 추측해 보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노래가 직접적으로 전달해주는 이야기에 공감하기 힘들다는 것은 분명 그의 음악이 지닌 약점이기도 했다.


물론 서태지가 이런 노래만 불러온 것은 아니다. 그의 데뷔작 '난 알아요'부터 그는 보편적인 감성도 함께 노래해 온 사람이었다. 가끔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은 매우 의외의 가사가 들어간 음악들이 있었지만 '널 지우려고 해', 'Take five'같이 정서적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들도 있었다. 단지, 최근작들이 '자아'에 더욱 중점을 두었을 뿐이다. 


서태지는 신비주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그에 반해 사회에 대한 많은 비판적 노래를 불러온 가수이기도 했다.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발해를 꿈꾸며'를 당당하게 타이틀로 삼을 수 있는 가수였으며, '교실이데아', '컴백홈', '시대유감'등처럼 시대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있는 노래를 불렀던 가수이기도 했다. '인터넷 전쟁'이나 'F.m Business'등도 인터넷이나 음악 산업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있는 곡들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노래 안에 담아왔던 서태지가 부르지 않았던 곡이 있다. 바로 과거와 관련된 곡이다. 과거 그 시대, 그 시절이 담고 있는 감성을 드러냈던 곡, 기억 속에 없다. 서태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과거의 어느 시대를 그린 적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서태지의 소격동 프로젝트는 매우 새로운 시도임이 분명하다. 


그는 대놓고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다'며 학생들을 위로했고, 집 나간 청소년들에게 집에 돌아오라 'come back home'을 말했었다. 그가 지니고 있는 록의 바탕은 그렇게 직접적인 말로 억압에 대해 항거할 수 있는 영혼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런 그가 나이를 먹고 과거의 시대를 그린다. 격변의 1980년대를 슬프고 아름답게 말이다. '너에게', '영원', 'Moai'등에서 보여준 한없이 감성적인 소년이면서 동시에 세상에 대놓고 소리쳤던 저항자였던 서태지가 그리는 과거는 어떨까? 분명한 건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만의 시선으로 그 시대를 그려서 나올 거라는 점이다. 그가 해냈던 음악적 성취에 대한 신뢰와 함께 그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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