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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이준, 연기돌을 넘은 연기자.

by 박평 2014. 5. 10.




아이돌이 연기한다고 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입견들이 있다. 일단 연기를 잘 못 할 거라는 생각, 그리고 몸을 사릴 것 같다는 인식도 있다. 이미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아이돌이 많으므로, 이러한 선입견들이 어느 정도는 사라지고 있는 과정이긴 하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아이돌이자 연기자인 이준에게 있어서 이런 선입견은 가장 의미 없는 것이다. 그는 아이돌이지만, 연기돌이라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그냥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비'의 아역으로 등장했던 <닌자 어쌔신>에서는 그저 비의 아역으로 화제가 됐을 뿐이지만, <배우는 배우다>라는 작품을 통해서 그는 어엿한 한 명의 배우임을 증명했다. <배우는 배우다>에서 보여준 그의 독백 연기나 상황의 변화에 따른 감정 변화, 표정 변화들은 확실히 그가 연기자로서 자기 역할을 다 했음을 증명했다. 특히 처음으로 여자 연예인과 섹스하고 난 이후에 뱉은 '여배우 별거 없네.'라는 대사나, 화장실에서 여성을 강제로 범하는 장면들은 지금까지 아이돌이 소화했던 연기의 틀을 벗어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그렇기에 연기하는 아이돌 이준이 아니라 이제는 그저 연기자 이준으로만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연기자 이준은 캐릭터가 확실하다. 평상시 4차원의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연기에서 이준이 지니고 있는 모습은 사차원이고, 다르게 얘기하면 싸이코스럽다. 이는 예능을 통해 볼 수 있는 이준의 평상시 모습(독특하고, 사차원적인)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변형하고 있다. 즉,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연기 스타일이자 이미지다. 그렇기에 이런 배역을 맡은 이준은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는 배우다>에서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 그러면서도 강자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영화의 끝에 다시 조연으로 돌아가 허리를 굽히는 모습은 이준의 싸이코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그는 굉장히 약하거나 순수하거나 찌질한 모습을 지니고 있고, 동시에 광기도 지니고 있다. 이 극단적인 캐릭터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를 야누스적이라 표현할 수도 있다. <갑동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순진한 듯, 착한 듯하지만 그렇게 지어지는 웃음에서는 광기가 일어난다. <갑동이>의 살인마 이준은 <배우는 배우다>의 이준과 큰 차이가 없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배역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야누스적인 매력은 과거 '신하균'에게서 볼 수 있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신하균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는 광기가 서려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신하균'이 하는 '로맨스'는 여전히 불편한 느낌이 든다. 착한 그가 언제 광기에 휩싸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신하균의 로맨틱 코미디는 그래서 긴장감이 있다. 이준 또한 마찬가지다. 앞으로 그가 하는 모든 연기는 그가 지금 만들어 놓은 캐릭터인 '싸이코'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준의 장래에 대한 호기심은 증가한다. '싸이코', '광기'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지닌 이준이 얼마나 연기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인가? 혹은 그게 아니라면 정말 모두가 인정할 만큼 대단한 광기의 연기를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그는 그저 캐릭터의 덫에 빠져 버릴 것인가? 과연 그의 연기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아이돌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지만, 가만 보면 아이돌 출신 배우의 미래를 궁금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준은 궁금하다. 그가 앞으로 어떤 배역을 어떻게 소화할지 기대된다. 그는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만큼은 확실히 그냥 연기자임이 분명하다. 그것도 확고한 캐릭터를 지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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