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반가운 복귀, god 의 <미운오리새끼>

by 박평 2014. 5. 8.




과거 1세대 아이돌 시대의 끝을 이야기할 때, 그 자리에 항상 있었던 것은 바로 'god'였다. HOT가 시작한 아이돌 시대는 HOT vs 젝스키스, 신화 vs 클릭비, SES vs 핑클 등 SM과 DSP의 라이벌 구도를 굳건히 하면서 계속 이어졌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거대했고, 그 깊이도 깊었다. 현재는 정말 다양한 아이돌들이 자기만의 특색을 지니고 활동하고 그렇기에 팬들도 다양한 아이돌에 분산되어 있다. 하지만 이 당시에 팬들은 소수의 아이돌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팬덤이 지닌 몰입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god는 조금 색다른 그룹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화려한 댄스도, 사회 비판적인 가사도 없었다. 이들은 <한밤의 TV 연예>라는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가만히 앉아 노래 부르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노래의 가사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시작부터 달랐던 이 이상한 아이돌은 기존의 아이돌과는 다른 친근함으로 점차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들이 버라이어티 <god의 육아일기>를 통해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위치로 올라선 것은 그래서 특별한 행보라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행보였다. 처음부터 이들은 보편적 감성을 노래했고, 저항보다는 아련함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웅이 되기보다는 가족이 되고 싶었고, 육아일기는 그런 god의 정체성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그들은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 되었다.


그들의 노래는 그래서 다른 아이돌들과는 달랐다. 미디엄템포의 곡, 간절하고 애절한, 감성을 깨우는 가사는 'god'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들은 노래 안에서 저항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고민하고(길), 눈물을 삼키며 상대를 보내고(거짓말), 가족을 추억하고(어머님께), 팬들을 사랑하며(하늘색풍선), 이별 후의 하루를 담담히 그린다(보통날). 그렇게 그들은 우리의 일상을 나눴다. 


이런 'god'의 색깔은, 팬들에게 있어서는 연예인과 팬 이상의 그 무엇을 느끼게 했다. 그들에게 'god'는 가족이었고, 그렇기에 'god'에서 맴버가 퇴출당하려 하자 적극적으로 막아섰고, 'god'에서 탈퇴한 맴버가 나오자 엄청난 비난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다시 받아들이고 끌어안았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가족'이라는 정체성은 계속 이어진다. 


새로 복귀한 'god'에 대한 반가움은 그렇기에 더욱 크다. 한 시대에 내가 우러러봤던 영웅의 귀환, 스타의 귀환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곡 <미운오리새끼>는 'god'특유의 미디엄템포 곡이며, 역시 특유의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감성적인 가사를 지니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팬들, 가족들에게 그날의 추억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 당시, 아이돌에 집착하고, 아이돌에 너무 깊이 빠져버린 수많은 팬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god'만큼은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가족에게 말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음악과 그들의 정체성은 아이돌과 거리가 멀었던 부모님 세대도 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이돌이 아니라 친근한 이웃이었다. 비록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일에는 슬픈 일, 아픈 일,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우 반가운 일이다. 가족은 언제 돌아와도 따뜻하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