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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하는 <기황후>와 역사 왜곡하는 <역사 교과서> 누가 누가 더 나쁠까?

by 박평 2013. 10. 24.



MBC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기황후>는 드라마 제작에 대한 뉴스가 나온 이후 꾸준하게 역사 왜곡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역사적으로 기황후가 자랑스럽게 드라마로 내놓을만한 인물이 아닌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기황후가 원나라 황후가 된 것, 그리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나, 그 힘을 자기 가족들의 이권을 위해 사용했다는 평이 있고, 심지어는 직접 고려를 공격한 전력까지 있는 인물이다. 과연 이런 인물을 구태여 드라마로 '포장'해서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이런 인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면 찬성이다. 그러나 작가가 밝히 것처럼 이 작품은 '팩션'이고 기황후는 아주 멋진 인물로 재탄생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달라'고 밝혔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꼭 역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럴 거면 애초에 '기황후'는 왜 그대로 썼을지 의문이다. 물론 한 인물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를 해 보는 것,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재창조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또는 재미있는 작업일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링컨을 뱀파이어 사냥꾼으로 만들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역사적으로 치욕적인 일(기황후도 결국 원나라에 제물로 바쳐지던 공녀의 하나였다)을 그리고 자기 가족의 권력을 위해 군사를 내어 자기의 모국을 공격하게 했던 인물을 포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비록 팩션이라고 한들 말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는 왜곡된 내용이 풍부하게 담겨 있는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가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역사 교과서도 왜곡되는 판국인데, 어차피 새롭게 재창조하는 작업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에 너무 빡빡한 잣대를 들이미는 짓은 대한민국의 최신 추세를 전혀 모르는 뒤떨어진 사고방식일 수도 있다.


왜곡된 교과서는 교과서이기 때문에 그 왜곡 된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주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드라마는 강력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역시 또 안 좋은 영향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왜곡된 교과서로 공부한 이들은 일본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는 더러운 인식을 품고 살 가능성이 있고, 기황후 드라마를 본 이들은 군사를 일으켜 대한민국을 한번 공격해봐도 영웅 취급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극 중에서 살짝 이름을 바꾼 강간 왕 충혜왕을 영웅으로 여길 수도 있다.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참 나쁘다.


그러고 보면 기황후와 역사교과서가 많이 닮아 있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이미 기황후는 그 제작이 공개된 순간부터 엄청난 비난과 반대 여론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작이 강행되고 있다. 역사 교과서 또한 수많은 반대 여론과 재검정 요구가 있었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도대체 어째서 그러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기황후 같은 경우는 일부에서 여자 대통령을 지닌 대한민국에서 여자지도자를 미화시키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획이 숨겨져 있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 찬양용 드라마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많이 나아간 음모론이라고 여겨진다. 드라마 상에서 불리할 때마다 말을 안 하는 기황후를 그리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선덕여왕 때의 흥행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여왕으로 시청률 올려 보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이미 들어간 선 제작비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교학사 왜곡 교과서가 버티는 것은 더욱 이유를 알기 힘들다. 왜일까? 뭔가 왜곡을 통해서라도 미화시키고 싶은 역사적인 인물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교과부가 검정 통과시킨 게 쪽팔려서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 보려고 그러는 것일까? 어쨌든 확실한 것은 확인된 오류가 100개가 넘어가는데도 어떻게든 검정 취소 안 하려고 버티는 모양새가 참 고깝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둘 다 참 나쁘다. 내용적으로도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도 나쁘다. 그러나 이것을 나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 대한민국의 유행은 불리하면 입 닫고, 지적을 받으면 말을 돌려서 맞지적을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작품(?)은 현재의 추세를 가장 잘 그린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두 작품이 더욱 많이 이슈화돼서 이에 따른 악효과가 최대한 줄어들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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