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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윤종신을 통해 다시 대중과 소통점을 찾아 낸 박지윤

by 박평 2013. 10. 23.




'하늘색 꿈'이라는 노래를 들고 박지윤이라는 가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녀의 독특한 목소리에 귀를 뺐기게 되었다. 물론 그녀의 성숙한 외모와 성숙한 목소리의 결합이 그 당시 그녀의 나이(17)와 상당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점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박지윤은 17세의 나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성숙했고, 그녀가 부른 '하늘색 꿈' 역시 가벼운 노래가 아니었다.


'하늘색 꿈'은 그 자체로 나름의 흥행을 거뒀지만, 박지윤이 대스타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은 2집 Blue Angel부터이다. 그녀의 타이틀곡 Steal away는 큰 성공을 거뒀고, 박지윤은 성숙한 매력을 뽐냈다. 엄밀히 말하면 이미 이때부터, 박지윤은 '성인식'의 토대가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나온 3집은 개인적으로 팝 앨범으로서는 아주 훌륭하다고 여기는 앨범인데, '아무것도 몰라요'같은 곡이 이 앨범에 실려 있었다. 물론 타이틀곡이었던 '가버려'는 큰 인기를 거뒀고, 이 시기에 이미 박지윤은 가장 성공한 청춘스타 중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4집은 '성인식'이다. 이 앨범으로 박지윤은 마침내 스타를 넘어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박지윤은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고, 그녀가 계속 최고의 스타로 남을 것은 분명해 보였다. 다음 앨범이었던 '난 남자야' 또한 히트했다. 물론 '성인식'의 너무 큰 성공 때문에 '난 남자야'는 나름의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인식되긴 했다. 하지만 '난 남자야'는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뒀고, 특히 중화권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었다. 그녀는 이 당시 제 3회 차이니즈 내셔널 뮤직 차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 여성 아티스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까지 보면 박지윤은 상당히 성공한 가수였고, 스타였다. JYP와 함께하기 전에 낸 3장의 앨범 또한 큰 성공을 거뒀고, JYP와 함께했을 때도 그녀는 성공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박지윤을 한 시대를 풍미한 청춘스타라고 부르는 것에 위화감이 없다. 그녀는 어쩌면 많이 과소평가 받고 있는 가수 중의 하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소평가의 이유에는 다양한 악성루머와 긴 공백기가 있을 것이다.)


JYP와 마지막으로 함께한 '할줄 알어'는 '청소년 불가'판정을 받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박지윤은 최초의 실패라고 볼 수 있는 결과를 얻었고, JYP가 지닌 성적인 이미지는 더 강해졌으며, 박지윤은 지쳤다. 지금이야 GD 같은 아이돌도 19금 딱지를 붙인 음악을 스스럼없이 발표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 당시 '청소년 불가'판정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주기에 쉬웠고, 이것은 박지윤 본인에게도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백기가 이어진다. 꽤 긴 시간 대한민국의 여가수 중에서는 탑의 위치에 섰던 그녀가 무려 6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가진 것이다. 2009년 그녀는 싱어송라이터로 1인 기획사를 차려 복귀한다. 그리고 그렇게 2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이때 박지윤은 성숙했고, 어쩌면 자신의 외모나 성향에 맞는 음악을 마침내 찾아낸 것으로 보였다. 비록 그녀는 꾸준히 퍼포먼스로 인기를 끌었고, 퍼포먼스의 강렬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지만, 사실 그녀의 진짜는 1집 '하늘색 꿈'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그녀만의 독특한 음색과 그 음색에서 나오는 깊은 느낌이었다. 7집과 8집에서 박지윤은 다시 그 느낌을 풀어낸다. 


하지만 1인 기획사의 한계 혹은 음악 자체의 대중성, 어쩌면 긴 공백기 때문에 그녀의 7~8집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많은 대중과 만나는 데는 실패한다. 1집부터 언제나 그녀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였는데 반해, 7~8집의 박지윤은 '스타'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 '뮤지션'에 가까웠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복귀였지만, 그녀라는 뮤지션이 더 많은 대중과 접하지 못했다는 것은 확실히 안타까운 지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윤이 윤종신과 함께한 것은 참으로 운명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뮤지션 박지윤을 대중에게 소통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 윤종신이기 때문이다. 윤종신의 미스틱89는 이미 '김예림'이라는 가수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경험이 있었다. 윤종신은 '김예림'의 가수로서의 매력은 살리면서 대중과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냈고, 실제로 자신의 성향과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김예림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곡 'All right'을 작곡해서 그녀를 성공시켰다. 가수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을 살려내 대중과 소통시키는 것, 그것은 뮤지션이자 예능인으로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윤종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임이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박지윤은 프라이머리의 곡 '미스터'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음원 차트 5위권 안에 안착했고 반응도 좋다. 아주 오랜만에 많은 대중과 소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가수로서의 기본적인 매력, 그리고 수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대중성이 윤종신을 만나 거의 10여 년 만에 다시 함께 어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성공은 '박지윤'을 잘 몰랐던 세대들에게 그리고 과거의 '박지윤'을 즐겼던 세대들에게 다시 한 번 '박지윤'이라는 이름을 인식시키게 될 것이며, 이것은 박지윤이라는 아주 오래 활동한 한 가수의 권위로 쌓이게 될 것이다. 그녀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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