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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너목들' 기저귀 없이 보기 힘든 김해숙과 정웅인의 연기 대결

by 박평 2013. 6. 27.






그러니까 정확하게 20분 전에 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 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드라마'라는 주제로 말입니다. 맬로와, 법정 드라마, 거기에 스릴러가 잘 섞여 있는 이 드라마의 맛을 '하이브리드' 혹은 '퓨전'이라는 말로 설명한다면 꽤 좋은 칼럼을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20분 만에 이 좋은 주제를 버리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말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김해숙'과 '정웅인'의 연기 대결이었습니다. 우리는 속된 말로 '지린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지린다'는 참지 못하고 소변을 조금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너무 놀라거나 대단한 것을 봤을 때, 혹은 깜짝 놀라고 무서운 것을 봤을 때 이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하고는 합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고 있죠. 그런데 '김해숙'과 '정웅인'의 연기를 보고 나니, 제 입에서 이 한마디가 튀어 나왔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 둘의 연기는 사실 평가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수준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은 구태여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연기로는 두 분다 인정받은 분들이고, 그것을 다시 말해봐야 입만 아플 뿐입니다. 


김해숙씨 연기의 최고는 역시 '박쥐'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김해숙의 연기는 '송강호'도 '김옥빈'도, 심지어는 박찬욱이라는 대단한 감독이 만들어 놓은 세계도 압도할 정도입니다. '박쥐'에서 김해숙은 오로지 눈빛으로만 연기 합니다. 그 눈빛 만으로 모두를 제압해 버리죠. 못 본 분이라면 바로 찾아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김해숙씨의 그 눈빛 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니까요. 그런데 오늘 저는 '너목들'에서 그때 느꼈던 수준의 감탄을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되려 정웅인을 압박해 버리는 그녀의 연기는 단순히 강한 것 뿐만 아니라, 그 순간의 분위기를 모두 휘어 잡아 버립니다. 정말 기가 막힐 정도의 눈빛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목소리를 쥐었다 폈다 합니다. 잘 들어보면, 전화할 때의 목소리, 죽을 거 안다고 말했을 때의 목소리, 정웅인에게 불쌍하다고 말할 때의 목소리, 그리고 내 딸 그리 안 키웠다고 할 때의 목소리가 다 다릅니다. 엄밀히 말하면 톤이 다릅니다. 그것만 가지고도 감정 전달이 다 되니, 보는 사람은 빠져 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안면을 떠시는데... 완전히 클래스가 다릅니다.



정웅인씨는 세친구와 두사부일체 덕분에 재미있는 캐릭터로만 인식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그보다 전에 '국희'라는 드라마에서 연기 실력을 뽐낸 바 있습니다. 너무 오래 되서 기억은 정확하진 않지만 저는 아직도 정웅인이 김혜수에게 남긴 '원래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는 것이다'정도 되는 대사를 기억합니다. 정웅인은 김혜수, 손창민과 삼각 관계였고, 손창민을 좋아하는 김혜수에게, '김혜수는 손창민에게 가고 자기는 김혜수에게 가는 것일 뿐이다'는 식의 대사를 기가 막히게 날립니다. 그 때 정웅인의 눈빛 연기는 아직까지 제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어쩌다 코믹 이미지가 굳어졌을 뿐이지 정웅인은 기가 막히게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입니다. '너목들'에서는 그 연기력이 드러납니다. 이미 코믹한 이미지는 사라진지 오래죠. 특히 정웅인은 안면을 잘쓰는 연기자 입니다. 특히 입 연기는 진짜 대단합니다. 잘 보시면 연기할 때마다 안면과 입을 바꾸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착한 버전일 때의 표정, 나쁜 버전일 때의 표정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김해숙'의 연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김해숙'의 연기를 '정웅인'이 잘 받아줘야 하는 데, 이 또한 훌륭합니다. 흔들리는고 있는 정웅인의 모습이 바로 느껴집니다. 이 때도 역시 안면과 입을 사용합니다. 목소리는 덤입니다. 



사실 시청자로서 이 정도로 연기 해주면 정말 드라마 볼 맛 납니다. 연출도 좋았고, 반전도 좋았고, 칭찬할 것은 무궁무진하지만 결국 '연기'가 시청자에게는 가장 가깝게 느껴지니까요. 이들의 연기 덕분에 '너목들'의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이 전혀 위화감 없이 스릴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엄밀히 따지면 '너목들'이 하이브리드 드라마로 성공할 수 있는데는 연기자들의 훌륭한 연기가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김해숙과 정웅인의 연기를 보고 나니 감탄만 나옵니다. 이런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안방에서 브라운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큰 기쁨입니다. 한 분야의 실력자들이 이렇게 눈에 띌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연기의 힘을 느끼며, 연기의 실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끼워팔기 되어서 훼방 놓는 몇몇 분들에게 제발 좀 보고 분발하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손현주씨가 '우리 드라마에는 아이돌은 없지만 박근형 선생님이 계시다'고 말했죠? '너목들'에서는 이렇게 얘기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드라마에는 김해숙, 정웅인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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