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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감시자들 정우성, 기가 막히게 연기하는 배우였다.

by 박평 2013. 7. 3.









시작은 그러니까 고행성사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정우성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고소영과 함께 했던 '구미호'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정우성의 연기는 사실 민망했다. 이때 만들어진 '정우성은 연기가 부족해'라는 선입견은 끝까지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비트'의 화려한 성공을 통해 정우성은 '우상'이 되었지만, 그때도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오성'과 '임창정'의 연기가 너무 강렬했던 탓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비트의 '정우성'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우성'은 영화 안에서가 아니어도 그냥 멋있었고, '비트'안의 멋있는 모습은 '정우성'의 모습일 뿐, 연기로 연결되지 못했다. '태양은 없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우성은 멋졌지만, 김성수 감독의 화려한 연출, 연기 못하는 것으로는 '정우성'이상으로 유명했던 '이정재'의 말도 안되는 성장(물론 이정재의 연기도 과연 그렇게 욕먹을 만큼 부족했나?는 의문이 있다. 연기력 논란은 잘생긴 배우들의 숙명일 수도 있다.)은 결국 '정우성'의 연기에 대한 선입견을 공고하게 했다. 그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어려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그를 실제로 봤기 때문이었다. 10여년 전에 청담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 정말 날고 기는 수많은 연예인들을 봤다. 심은하도, 김희선도, 이정재도, 정우성도 다 본 적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다면 나는 '정우성'을 말할 것이다. 그 길쭉한 다리와, 그 넓은 어께는 그냥 있는 그 자체로 빛이 났다. 결론적으로 '정우성'은 멋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배우 정우성'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보지 못했던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런 정우성에 대한 이미지가 바뀐 것은 바로 '무릎팍 도사'에 나왔을 때 부터였다. 이지아와의 열애설에 대처하는 자세나 그의 삶의 모습들은 정말 멋졌지만, 사실 내가 관심있게 들었던 이야기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의 그 유명한 총격신(말을 타고 달리며 한 손으로 장총을 돌리며 장전하는)이 자신의 노력으로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정우성은 장총을 가지고 어떻게 멋진 모습을 만들어 낼 것인지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만보면 '비트'때의 민망한 대사지만 마음을 울렸던 나레이션도 결국 '정우성'의 손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리의 생각보다 정우성은 상당히 노력하는 그리고 꽤 작품에 많이 관여하고 있는 배우였던 것이다. 


정우성이 '괜찮은 배우'일 거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에 대한 재평가가 빠르게 이뤄졌다. 특별한 노력도 없이 말이다. '비트'에서 보여준 그의 복도 액션 장면의 화려함, '태양은 없다'에서 그가 보여주던 껄렁한 자세,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 보여 준 그의 편안한 얼굴등... 사실 정우성은 '비트'이후로 꾸준히 좋은 연기를 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연기를 꽤 잘하는 배우였다. 


그는 최근에 작품 '빠담빠담'으로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하지만 '감시자들'을 통해서 더욱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면 안 되는 '악역'으로 나온 정우성은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감시자들'은 영화의 특성상 '감시'가 위주가 될 수 밖에 없는 영화다. 긴장감은 있을 수 있지만 긴박감은 상대적으로 떨어 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감독은 이를 다양한 카메라웍을 사용해 잘 극복해 낸다. 그렇지만 이 극복에는 '존재감'뚜렷한 '정우성'의 몫이 분명히 있었다. 그는 '감시자들'에서 또 하나의 '감시자'이다. 범죄집단의 리더로서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 그런 그의 움직임은 빠르기 보다는 무겁고, 진중하다. 그렇지만 그는 그런 무거움 만으로 캐릭터를 단순화 시키지 않는다. 반대로 그의 액션은 무척이나 빠르고 가볍다. 그가 사람을 죽일 때의 순간적인 동작들은 정우성이 얼마나 멋지게 몸을 쓰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빠르고 가볍게 액션하고, 무겁고 진중하게 지시한다. 이 두 가지의 대비가 정우성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한다.


사실 감시자들에서 '정우성'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게다가 이 영화는 캐릭터들의 과거를 설명하는 것을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간단하게 표현한다. '감시반'과 대척점에 서야 하는 '악역'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악역'의 존재감을 낮추고 결국은 극중 긴장감을 낮추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악역을 '정우성'이 연기하자 상황이 바뀌어 버린다. 별 다른 설명 없이도, '악역'의 존재감이 너무나 커져 버리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액션과 지시의 연기 톤에 차이를 주면서 캐릭터는 살아나고, 존재감은 극대화 된다. 작품 안에서의 비중이 적어도 결국 그가 영화의 중심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정우성이라는 연기자의 힘이다.


가만보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때도 그랬다. 주인공인 송강호,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이병헌이 아닌 좋은 놈 정우성은 분명히 밋밋한 배역이었다. 게다가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은 결국 나쁜 놈과 이상한 놈의 대립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좋은 놈은 시나리오의 중심에서도 한발 물러서 있는 역할이었다. 그런 역을 정우성이 하겠다고 나섰다. 참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는데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끝에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는 역시 정우성이다. 그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아마 영화 안에서 그 만큼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배우는 드물 것이다. 


'감시자들'에서 '정우성'은 당당할만 하다. 그가 이번 연기에 만족을 표시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충분히 그럴만 했다. 사실 우리는 너무 멋진 남자 정우성에 취해 연기자 정우성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맬로면 맬로 액션이면 액션, 그는 항상 꾸준한 연기를 해 왔고, 극 안에서의 존재감은 언제나 극단적으로 높았다. 어쩌면 얼굴 때문에 손해 본 대표적인 배우가 '정우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감시자들'은 매우 잘 만든 장르 영화다. 그리고 그 안에 나오는 정우성을 보는 것 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을 영화이다. 물론 많은 남자들은 또 다시 오징어가 될 걱정에 빠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작품에서는 '멋진 정우성'보다는 '연기 잘하는 정우성'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터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 될 거라는 보장은 있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나오면, 정우성이라는 배우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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