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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이진욱이라 완벽했다. <나인>

by 박평 2013. 5. 14.


참으로 독특한 드라마가 있다. 과감하게 시간 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 <나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케이블 방송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의 다양성과 질적인 수준에 대한 분석도 해볼 가치가 있고, <나인>이라는 시나리오가 지닌 매력과 과감성들을 살펴 볼 수도 있다. 적절한 음악과 빠른 편집, 훌륭한 자막배치와 조명등 '연출'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나인>에서 가장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배우 '이진욱'이 아닐까 싶다.


<나인>에서 이진욱이 맡은 '박선우'라는 배역은 어느 누가 연기하더라도 멋있을 정도로 이미 시나리오 상에서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구축이 되어 있다. 사실만을 다루는 기자가 가장 사실적이지 않은 판타지인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만으로도 '박선우'라는 캐릭터가 지닌 매력은 극대화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박선우의 차분한 성격은 '시간여행'이라는 매우 들뜬 소재를 단단히 움켜쥘 수 있기 때문에, 극은 더욱 큰 몰입도를 만들어 낼 것이다. 또한 박선우는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도 '대담'하고 '적극적'인 행동력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 이기도 하다. 거기에 하물며 '이타적'이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똑똑하고, 능력있고, 대담하고, 행동력이 있으며, 잘생겼고, 착하고....' 뭐 말 그대로 완벽한 남자다.


이미 설정부터 이렇게 멋있는 배역이기 때문에 어느 누가 이 배역을 따 냈어도, '박선우'는 멋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진욱'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배역에 어떤 배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즉, 그 배우가 그 배역과 하나가 되었음을 의미하고, 그것이 시청자에게 전달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에게는 그 부분이 전달 됐다.


'박선우'는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사실 연기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운 캐릭터이다. 예를 들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캐릭터는 '상당히 놀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가 주는 충격을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선우'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박선우'의 성격은 '오버'하면 안되고 언제나 차분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배우의 연기에서 승부가 갈린다. 오버하지 않으면서 소재의 충격은 살리는 것, 그 미묘한 줄타기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연기이다. 그리고 이진욱은 이런 연기를 매우 훌륭히 해냈다.


이진욱의 이런 연기가 가장 돋보였던 것은, 바로 자기가 사랑하는 '민영'을 볼 때였다. 그는 '작품'내내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놀이터 장면 같은 아주 짧은 순간에만 감정을 열 뿐, 그 외에는 항상 차분하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시청자는 '박선우'의 심정과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가 말할 때의 눈빛이나 표정, 그리고 살짝 만들어 지는 찡그림등이 바로 그런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고, 따라서 '박선우'가 오버하지 않아도 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19화에서 '시아'를 볼 때의 그 눈빛이나 표정은 오열하지 않고도, 오버하지 않고도 감정을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결국 '작가'가 만들어 놓은 멋진 캐릭터를 '이진욱'이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단한 연기력이다. (거기에 키스 연기는 더욱 일품이다. 키스 정말 잘한다.)


그래서 <나인>은 이진욱의 대표작이며, <나인>을 대표하는 것 또한 이진욱이다. 그의 연기는 이 황당무계할 수도 있는 시간 여행을 설득력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이 환상적인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많은 이들의 호연도 분명 박수 받아야 하겠지만 우선은 '주연'으로서 이 작품을 잘 끌어 온 이진욱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나인>은 이제 곧 종영을 앞두고 있다. 보통 이렇게 반전이 많은 드라마는 그 마지막회에 따라서 평가가 확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나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아마 마지막회가 끝나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인>의 끝이 어떻든지 간에 확실한 것은 '이진욱'은 <나인>에서 자신이 맡은 역을 충실히 해냈고, 드라마의 주연으로서 손색 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확실한 주연급이다. 따라서 <나인>이후 배우 이진욱이 어떤 행보를 걸을지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다시 한 번 드라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영화계로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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