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셜록이 되어버린 아이언맨, 본질로 돌아가다.

by 박평 2013. 5. 7.


원래 후속작이라는 것이 그렇다. '규모'를 키워야 하고 더 큰 '물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헐리우드가 자랑하는 속편 제작의 기본틀이다. 전편보다 강해지고 빨라지고 거대해지는 것, 이것은 헐리우드가 오랜 시간에 걸쳐 습득한 속편의 흥행 공식이었다.


<아이언맨 1>이 대성공을 거두고 나서, 2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높아진 관심,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아이언맨2>는 헐리우드의 속편 공식처럼 더욱 더 물량을 쏟아 부은 작품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흥행을 떠나 결과적으로 <아이언맨2>는 <어벤져스>를 위한 떡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1편이 흥행과 평가에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은 것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었다.


그렇다면 <아이언맨3>는 어디로 가야 할까? 사실 그 대답은 오래 전부터 나와 있었다. <매트릭스3>에서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 '매트릭스' 세계와 '인간'세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처럼, <맨인블랙3>에서 결국 과거로 돌아가 '제이'와 '케이'의 관계와 이야기를 풀어낸 것 처럼, <아이언맨3>가 가야할 방향은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닌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이언맨>이 가진 기본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수트'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언맨>의 기본은 '토니 스타크'이라는 것에 나는 강력한 한표를 던진다. 백만장자이며 천재고 자선가이면서 플레이보이인 '토니 스타크'보다 '수트'가 더 멋지다고 볼 수는 없다. '토니 스타크'가 빨갛고 노란 철로 된 수트를 입으나, 쫙 빠진 정장 수트를 입으나 그 매력이 반감되지 않는 것은 누가 뭐래도 <아이언맨>의 기본에는 '토니 스타크'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이언맨3>는 그래서 철저하게 '토니 스타크'에게 집중한다. '아이언맨 수트'를 다른 캐릭터에게 입혀 버리는 행위, 그리고 직접 '아이언맨 수트'를 입지 않고 외부에서 원격 조종하는 행위, 심지어는 수많은 '아이언맨 수트'들이 알아서 싸우는 행위들은 '수트'와 '토니 스타크'의 거리를 벌리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아이언맨3>에서 진정으로 빛나는 것은 다양한 '수트'들이 아니라 '토니 스타크'가 된다.  '토니 스타크'가 '만다린'의 저택에 홀홀 단신으로 뛰어 들어가기도 하고, 수트 전체가 아닌 일부의 힘만을 빌어서 싸움을 하는 장면등을 통해 이 같은 의도는 처음 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노출된다. 그렇기에 <아이언맨3>는 마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맨 몸으로 뛰어 다녔던 <셜록>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언맨3>의 접근법은 매우 적절했고, 상당한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사실 이렇게 '토니 스타크'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구성은 어쩔 수 없이 강제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미 <어벤져스>를 통해 상당히 규모를 키워놓은 상황에서 왠만큼 규모를 키워봐야 대중들은 만족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대신 '토니 스타크'라는 기본에 충실함으로서 '규모'보다는 '내실'에 신경을 쓸 수 있었고, 이것이 <아이언맨>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재미를 끌어내 줄 수 있었다.


결국 좋은 속편의 핵심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본질'로 수렴하는 것임을 <아이언맨3>는 증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이언맨3>는 '토니 스타크'의 비중을 엄청나게 키워 버렸고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라는 공식을 만들어 버렸다. 이 말은 다시 하자면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나오지 않은 '아이언맨'은 상당히 어색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후의 '아이언맨'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하는지 안하는지는 초유의 관심사가 되었고, 제작자로서도 매우 중요한 성공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영화의 끝에 숨겨진 영상에서 '토니 스타크는 돌아올 것이다'라고 밝힌 자막이 그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아이언맨3>는 '토니 스타크'로 수렴한 작품이고, 그 방향성과 성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음에 분명하다. <다이하드>의 '멕클레인/브루스윌리스'가 하나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듯이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그렇게 남게 될 것이며, 오랫 동안 사랑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