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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연애의 온도, 무엇이 공감되나?

by 박평 2013. 3. 29.


대한민국 영화가 호황을 맞고 있다. 새해 초반 <7번방의 선물>로 시작된 한국 영화 열풍은 끊이질 않고 이어져서 <연애의 온도>까지 강력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에 개봉한 <연애의 온도>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추후의 흥행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연애의 온도>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라해도 공감이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이라면 남자, 여자에 상관 없이 그 연애의 모습에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오고 나서 가슴 한편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지인은 이 감정을 '먹먹함'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연애의 온도>에 등장하는 어떤 장면에서 공감을 하는 걸까? 가장 화제가 되었던 몇가지 장면을 반추해보자. (스포일러가 상당히 많습니다.)


1. 헤어진 내 여자의 소개팅. 더럽게 신경쓰인다.

헤어졌는데, 그 여자가 소개팅을 한다고 한다. 이거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하물며 같이 직장에 다녀서 그 소식을 바로 전해 듣는다면, 그리고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다면 당연히 사람이 미칠 수밖에 없다.


<연애의 온도>는 이 장면을 이민기의 찌질한 연기로 적절히 구성했다. 내 여자와 소개 받은 남자가 함께 있는 자리에 가서 은근슬쩍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은 딱 찌질한 전 남자친구의 모습이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통해 이둘이 아직 정리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사실 그렇다. 연애라는 것이 헤어진다고 해서 그냥 헤어져 버리는 것은 아니니까. 영화는 그 지점을 건드린다. 



2. 옥상의 결투. 

헤어지고 나서 옥상에서 마주한 전 커플. 이제 연애하던 중에 있었던 서운한 점을 털어 놓기 시작한다. 여자는 남자가 뭐 먹으러 가기만 해도 눈치를 줬다며 만나기 전에 알아서 밥 챙겨먹고 갔다고 외치고, 남자는 데이트 비용을 낸 것에 대해서 말을 한다. 연인이 가장 찌질해 지는 것이 돈으로 찌질해 지는 것인데, 이 옥상 장면은 그 찌질함을 등장시킨다. 관객은 이 장면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으나 찌질해 질까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대신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시원함을 만들어 낸다.


만날 비싼 음식만 먹던 그녀가 떠오른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며, 만날 돈 때문에 눈치를 주던 그놈이 떠오른 여성분도 한 둘은 아닐 것이다. 



3. 외로움과 실수의 사이

여자가 미칠듯이 외로울 때, 실수 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것을 실수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실수'라고 표현하려고 한다. <연애의 온도>도 그 지점을 다룬다.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실수 이후 남자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 또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리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방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더욱 큰 공감이다. 여기서 여자가 심정적인 변화를 겪음을 알 수 있다. <연애의 온도>에서는 이 이후에 김민희가 이별을 받아 들이고, 생활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4. 전 여친의 소문 못참아.

사내 커플이 가장 많이 공감하는 것일지 모른다. 나도 여러번 들었던 것인데, 사내에서 사귀다가 헤어지고 나면 나쁜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소문이 '성적'인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여자들이 상당히 많은 충격을 받곤 한다. 이 때문에 이직을 생각하는 여자들도 상당히 많다. 


<연애의 온도>에서도 그런 소문이 어떻게 확산 되는지가 그려진다. 매우 현실적으로 소문이 퍼져 나가는 것을 묘사해서 보는 중간에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보통 내 전 여자친구에 대한 나쁜 소문이 돌 때, 남자가 광분하는 것도 공감되는 일이다. 물론 <연애의 온도>에서 처럼 막무가내형은 드물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심지어는 폭력을 써서라고 이 사태에 분노하는 것은 남자로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단, 안좋게 헤어진 경우라면 무시할수도 있고, 오히려 함께 동참할수도 있다. 


<연애의 온도>는 이 일을 계기로 둘의 사랑이 아직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재결합을 시킨다.



5. 재결합 후 처음.

공감한다고 하더라. (난 모른다.)



6. 둘만 남은 회식자리.

김민희의 전화를 받지 않던 이민기. 김민희는 연락이 안되자 회식자리에 참여하고 거기에는 전화를 받지 않던 이민기가 있다. 서로 어색한 둘이지만, 다시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에 서로 조심한다. 같이 술을 마시던 동료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비우고, 자리에는 둘만이 남는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전화를 받지 않은 남자는 변명을 하지도 못하고, 여자는 화를 내지도 못한다. 사랑이 아닌 또 다른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만이 남아 있는 자리. 그래서 둘은 커플이지만 오히려 헤어지고 나서 투닥거릴 때보다 더 멀어져 있다. 영화에서 보면 이 장면에서 둘의 몸이 살짝 서로 반대편을 향해 있는 것이 보인다. 


이 장면은 새로 결합한 이 연인의 관계를 정확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이 어색함이 불편했는지 남자는 택시를 타고 가려던 여자에게 '놀이공원'에 가자고 말한다. 이들이 대판 싸웠고, 왜 싸웠는지 기억조차 못했던 '놀이공원'은 결국 이별의 장소가 될 것임이 암시된다.



7. 주저앉은 여자, 그리고 담담한 안녕.

놀이공원에서 데이트 내내 느껴지는 거리감. 마실 것을 사가지고 오겠다는 여자는 주저 앉아 버린다. 내 옆에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외로움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내리는 비속에서 여자는 그렇게 주저 앉아 버리는데, 이 장면에 너무 크게 공감했다는 분들이 많다. 


비그친 놀이동산에서 가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그리고 담담히 걸어가는 여자. 이들의 두 번째 이별은 그렇게 담담하다. 감정이 남지 않은 이별. 진짜 이별임을 알 수 있다. 첫 장면에서 헤어지고 들어온 여자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엎드려 울었지만, 두 번째 이별을 한 여자는 담담히 가족들과 함께 앉아 미소를 지으며 TV를 본다. 진짜 이별이다. 



사실 <연애의 온도>는 한편의 이별기다. 이별 후 재결합 그리고 다시 이별이지만, 처음 부터 끝까지 이 영화는 이별의 모습만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사랑을 했던 모든 이들에게 이별의 경험은 가슴에 박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경험이 이 영화와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연결선이었을 것이다. 


위의 7가지는 가장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연애의 온도>안에는 이것 말고도 공감할 구석이 상당히 많이 있다. 영화가 끝난 후에 자기가 공감되는 것들을 남들과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연애의 온도>를 더욱 재밌게 즐기는 한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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