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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버스커 혁명, 서태지 이후 최고의 충격

by 박평 2013. 3. 27.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대단함이다. <버스커 버스커>가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 게다가 파괴력도 크다. 이 상황은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을 느끼게 해준다. 


현재 2012년 초에 발매된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들이 차트를 채우고 있다. 2013년 3월 27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벚꽃엔딩>은 멜론 실시간차트에서  1위를 하고 있다. 이게 끝이면 '<벚꽃엔딩> 명곡!'이라고 말하는 글만 있었으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32위 <여수 밤바다>, 34위 <첫사랑>, 38위 <정말로 사랑한다면> 까지 50위권 안에 무려 3곡의 노래를 더 올려놓고 있으며, <꽃송이가> 54위, <그댈 마주하는건 힘들어> 64위, <외로움증폭장치> 68위, <꽃송이가> 76위, <향수> 99위까지 50~100위권 사이에도 무려 5곡의 노래를 올려 놓고 있다. 총 합치면 100위권 안에 무려 9곡을 올려 놓고 있는 것이다. 


공정성을 위해 다른 차트도 살펴보자. 네이버 뮤직 차트를 살펴 보면 이렇다. <벚꽃엔딩> 4위, <꽃송이가> 19위, <여수 밤바다> 22위, <정말로 사랑한다면> 29위, <첫사랑> 30위, <향수> 46위, <그댈 마주하는건 힘들어> 47위, <외로움 증폭장치> 53위, <이상형> 59위, <전활거네> 72위, <그댄 달라요> 86위, <골목길> 92위, <소나기> 96위, <골목길 어귀에서> 97위, <서울 사람들> 98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려 15곡이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실 <버스커 버스커>가 앨범을 내는 순간 부터 충격이었다. 1집 앨범 전곡이 1위부터 11위까지 차트를 점령 했기 때문이었다.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전부를 차트에 순서대로 늘어 놓을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대한민국에 <빅뱅>이 유일하다. 아이돌 제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돌이 아닌 밴드가 차트를 다 먹어 버린 것만 가지고도 충격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충격은 <버스커 버스커>의 두번째 앨범 '1집 마무리'를 통해 더욱 강해졌다. '1집 마무리'앨범 또한 차트 1위부터 5위까지를 차지하면서 차트에 장판을 깔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받은 충격은 끝날 줄 알았다. <버스커 버스커> 2집을 간절히 기다렸던 이유도 2집과 함께 다시 그런 충격이 찾아 올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2집이 아닌 봄이 충격을 다시 가져와 버렸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 발매 된 총 16곡의 노래 중 대부분이 다시 차트 100위권 안에 진입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는 1위를 차지해 버렸고, 나머지 곡들도 50위권 안에 안착했으며, 순위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건 뭐 <버스커 버스커>야 말로 진정한 <음원깡패>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이 역행은 '서태지와 아이들'이상가는 충격을 주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기존의 것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자신만의 것들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듯이, <버스커 버스커>도 그런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버스커 버스커>로 인해 시장은 변하기 시작했다.


1. 음악을 소모품에서 건지다.

MP3시대가 오면서 음악은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누구든지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CD나 TAPE시절처럼 음악에 대한 간절함은 크지 않았다. 새로운 앨범이 나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 CD를 사고 계속 들으면서 가사를 외우고 했던 방식은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끝났고, '소리바다', '벅스뮤직'과 같은 사이트를 이용해서 게임을 하는 중간에 틀어놓는 음악, '싸이월드'에 배경으로 놓는 음악의 시대가 찾아왔다. 


이런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귀에 쏙쏙 박히느냐였고, 후크송이 점점 대세가 된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게다가 음원 정액제가 시행되면서 대중은 아무런 음악이나 쉽게 소비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비슷한 음악을 '공장'처럼 찍어대는 작곡가들이 활개치는 일도 발생했다. 만약 '곡'마다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해야 한다면, 이런 작곡가들은 크게 환영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나 저 노래를 들으나 비슷한데 뭐하러 돈을 주고 또 사겠나? 그러나 정액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귀에 익은 비슷한 음악이 더 듣기 쉽기 때문이다. 원래 노래라는게 듣다보면 또 좋아지는 게 있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노래와 노래'가 구분이 안되는 노래들도 생겼고, 그런 시장을 이해해서 자기 스스로의 복제품을 마구 만들어 내는 작곡가 들도 생겨났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음악이 '소모품'으로 전락한 것에서 발생 된 것들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그것을 깼다. '좋은 노래'가 1년이 지나서도 다시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한번 들은 노래를 1년 후에 다시 찾는다? 그건 좋은 노래의 힘이 아니면 이뤄질 수 없다. 단지 '봄'이 와서라고 하기에는 '봄'에 관한 노래는 많다. '봄'에 대한 노래 중 정말 '좋은 노래'이기 때문에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들은 소모품이 아니다. 오랫 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명곡의 가치를 스스로 가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대중에게 오랫 동안 사랑받는 명곡이 얼마나 나왔을까? 개인적으로가 아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노래 말이다. 그걸 생각해 보면 <버스커 버스커>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2. 앨범의 시대, 앨범의 힘

음악의 유통채널이 디지털화 되면서, 앨범이 지닌 힘이 급속도로 약화 됐다. 대중들은 앨범을 사도 '좋은 노래 한 두곡을 제외하면 다 별로인 노래였다'며 끼워팔기에 분노했었다. 결국 '앨범'단위의 음악판매는 '음원'단위의 음악판매로 전환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무엇보다 아쉬워했던 분들은 진정한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었다. 앨범이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노래 한곡이 아닌 앨범 하나를 다 들었을 때, 그 안에 존재하는 감정의 연속, 트랙을 통해 만들어 지는 기승전결의 힘등이 분명히 있는데, 음원 위주의 판매는 그 힘을 약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대중들은 노래 한곡이 강한 충격을 주도록 만들어지는 것을 많이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앨범이 주는 그 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음원'위주의 판매는 피할 수 없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뮤지션들은 '미니앨범'을 발매하는 시도를 했고, 그 시도에서 결국은 '디지털싱글'위주로 발매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었다. 제작비도 저렴하고 앨범을 내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그렇게 앨범이 지닌 힘은 '사장'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버스커 버스커>가 딱 하고 앨범을 내 놓는다. 앨범에 있는 노래들이 다 비슷하게 들린 다는 평도 있지만 사실 앨범의 힘이라는 것이 그렇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점철되어 있는 앨범들도 있지만, '봄'이라는 테마를 잡고 거기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배치 함으로서 앨범 하나가 또 하나의 노래인 것처럼 들리는 구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버스커 버스커>의 앨범이 그랬다. 


덕분에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들은 노래가 각각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노래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것이 <버스커 버스커>가 앨범을 낼 때마다 앨범의 전곡이 차트를 도배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리고 그 앨범의 힘은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증명되고 있다.


분명히 봄이 오고 벚꽃이 필때가 되었으니 시작은 <벚꽃엔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노래 한곡이 앨범의 노래들을 연상시키고 결국 다른 노래들을 같이 듣고 싶게끔 만든다. 결과는 100위권안에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15곡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이건 앨범의 힘으로밖에 설명할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벚꽃엔딩>이 순위에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차트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왔다. <벚꽃엔딩>을 시작으로 <첫사랑>, <여수 밤바다>등이 차트에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2주만에 차트 100위권 안에 <버스커 버스커>노래들이 가득찼다. 네이버 뮤직 차트에서는 심지어 슈퍼스타K때 발매한 음원까지 차트에 등장하고 있으니, 이를 대단하지 않다고 어떻게 설명할까? 그리고 이걸 앨범의 힘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설명하겠나? 이거 혁명이다.


음악을 만드는 분들은 이제 '앨범'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냥 노래를 채워 넣는 앨범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앨범의 힘을 내 줄 수 있는 그런 앨범 말이다. 이거 고민 안하면 뮤지션 아니잖아요, 장사꾼이지. 



3. 방송에서 마주하는 건 힘들어

<버스커 버스커>는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성공 방식인 '음원발매 -> 방송 출연 ->  인지도 확대 -> 음원발매 -> 1위'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사실 한국은 '방송'의 도움없이 음원이 잘되기 힘든 나라이다. <컨츄리 꼬꼬>의 <Oh! Happy>가 이런 방식으로 대박이 나면서 만들어진 '방송=성공'의 공식은 최근까지도 유효하다. 같은 슈퍼스타K 출신인 '서인국'만 해도 <응답하라 1997>이 잘되었기에 비로소 음원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나얼'처럼 이미 상당한 활동을 통해 인지도가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인'에게 있어서 '방송'은 필수다.


물론 <버스커 버스커> 또한 슈퍼스타K를 통해 이미 방송에 노출 된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그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의 활동이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버스커 버스커>또한 성공을 위해서는 방송이 무척 중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했다.


음악하겠다고 안해 버렸다. 이건 '서태지와 아이들'이 앨범 준비 하겠다고 대한민국 최초로 활동 중단을 발표한 것과 비슷하다. '오디션'출신인데도 이후에 있는 각종 행사나 활동에 참가를 안해 버렸다. 그것을 용인해준 Mnet도 훌륭하지만 그것을 안 하겠다고 말한 <버스커 버스커>도 보통은 아니다. 정말.


그리고 나서 앨범을 던져 놨는데 이것이 폭탄처럼 터져버렸다. 그러나 그리고 나서도 이들은 별다른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금의 추세와는 상당히 역행 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1집 마무리 앨범을 내놨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빠름 빠름 빠름'을 외치는 광고에서나 얼굴을 잠깐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대성공을 거뒀다.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다.


문제는 2013년이 된 지금이다. 보통 오래된 노래가 다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방송이나 예능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을 통해 리메이크되거나 아니면 이적의 '같이 걸을까'처럼 예능을 통해 알려지면 이런 노래들이 재발견 되며 차트의 순위권으로 올라가곤 한다. 그런데 <벚꽃엔딩>은 그냥 혼자 그랬다. 노래가 방송에서 재발견 된 것이 아니라, 그냥 대중들이 알아서 재발견했다. 


<버스커 버스커>도 방송을 안하고, 노래도 특별히 방송에서 재발견되지도 않았는데, 그냥 지가 혼자 꾸역꾸역 올라갔다. 기가찰 노릇이다. 이거 순수하게 음악의 힘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현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역행하고 기본으로 돌아갔다. 음악의 힘이라는 기본으로.



위에 말한 3가지 요소를 종합해보면 <버스커 버스커>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완전히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 이후에 <버스커 버스커>처럼 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다면 <버스커 버스커>는 음악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새우는 것일테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들의 대단함만은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 <버스커 버스커> 2집이 나온다면 또 어떤 짓을 벌일지 기대가 크다.


어쨌든, <버스커 버스커>는 음악의 힘을 극대화 했을 뿐이다. 가장 단순한 이야기다. 좋은 음악을 하는 것. 여기에 자극 받지 않는 뮤지션은 뮤지션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버스커 버스커>의 이 같은 차트 역주행은 수많은 뮤지션들을 자극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 그들이 이를 갈고 자기들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노래로 찾아 오게 될 것이다. 그걸 안하면 뮤지션이 아니니까. 덕분에 유래 없는 좋은 음악의 향연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90년대 가요계의 풍성함이 다시 돌아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버스커 버스커>는 새판을 짰다. 그리고 그 기본에 음악이 있다. 그들은 좋은 음악을 했고, 좋은 음악을 대중에게 사랑받는다. 이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음악계의 화두로 던진 그들에게 격한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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