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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류승룡, 바보여도 섹시한 이 남자를 어이할꼬?

by 박평 2013. 1. 27.


7번방의 선물이 흥행 돌풍을 만들어 나갈 채비를 갖췄다. 다음주 베를린이라는 엄청난 기대작에 1위의 자리는 내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남성적 취향이 강한 베를린에 맞서 여성들의 가슴을 강하게 눌러줄 7번방의 선물의 흥행세가 쉽게 꺽이진 않을 것이다.


7번방의 선물의 성공에는 비록 얼개가 조금은 헐거운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대중의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웃기고 울리고를 순간순간 넘나드는 이 작품은 다행스럽게도 그 전환이 눈물과 웃음의 감정선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시키고 있다. 이 점은 7번방의 선물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가 빼 놓을 수 없는 성공요소가 있다. 바로 류승룡이다. 핫! 핫!


류승룡은 한국 영화계가 가장 자랑스럽게 내새울 수 있는 연기자였다. 최종병기 활에서는 '쥬신타'역할을 맡아 '호랑이'와 더불어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이 멎을 정도의 무게감을 안겨주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장성기'역할을 맡아 전설의 바람둥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 작품을 통해 그가 가진 연기실력과 대중이 접하는 지점이 만들어 졌다. 특히 그가 보여줬던 손놀림과 '저는 물이 무서워요'의 대사는 류승룡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장면이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류승룡은 대중과 만났고, 대중에게 매우 섹시한 배우로서 인식되었다. 극중에서 보여주었던 코믹한 섹시함이 진짜 섹시함으로 전달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보여주었던 다른 작품에서의 연기가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핫! 핫! 뒤이어 나온 광해에서는 이병헌과 함께 합을 맞춰 극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기서 보여준 그의 진중함, 그리고 그 진중함에서 재미를 이끌어 내는 실력은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의 코믹 연기가 단순히 캐릭터를 잘 만나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재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표정을 지을 수 있고, 재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호흡 타이밍을 알고 있다. 광해에서의 슬랩스틱은 그의 연기에 대한 찬사를 한층 더 쌓아 놓는다. 그는 CF에서 처럼 너무나 핫! 핫!한 연기자였다. 


류승룡은 이 과정을 거쳐 자신의 이름이 메인 타이틀에 올라가는 '7번방의 선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적 장애인을 연기했다. 청나라 장군(쥬신타), 타고난 바람둥이(장성기), 조선시대 왕의 심복(허균)을 거쳐 지적장애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느 배역도 비슷한게 없고, 어느 배역도 쉬운 것이 없다. 류승룡의 연기 변신은 사뭇 무섭기까지 하다. 


지적장애인으로 돌아온 류승룡의 연기는 역시 훌륭했다. 비록 중간에 살짝 톤이 튀는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이 아주 살짝 옥의 티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기는 훌륭했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속된 말로 '바보연기'를 하는 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섹시하다는 것이다. 류승룡에게 섹시는 연기에 상관없이 배역에 상관없이 따라 다닐 수 없는 타고난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핫!


7번방의 선물에서 그는 딱 영화에 필요할 만큼의 연기만 한다. 그 양이 너무나 절묘해서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다. 기막힌 조율 능력이다. 그래서 그는 기가 막히게 다른 연기자들과 합을 맞춘다. 이 합이 중요했던 것은, 이렇게 적절하게 조절했기 때문에, 뒤에서 합이 무너지고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 그것이 연기의 톤 자체에서 살짝 벗어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폭발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들이 코를 훌쩍거리는 것은 류승룡의 연기에 제대로 한방 맞았기 때문이다. 


7번방의 선물은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다양한 연기를 극에 필요한 수준으로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다시 한 번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대중과 접점을 찾아 냈고, 그가 이제 충무로에서 캐스팅 1순위의 배우가 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을 둘수 없게 만든 작품이었다. 류승룡은 '바보연기'를 해도 섹시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그의 매력의 반도 다 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다음 작품이 빨리 기다려 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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