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늑대소년, 좋은 시나리오를 송중기와 박보영이 완성시키다.

by 박평 2012. 11. 5.


늑대소년을 본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편의 좋은 동화 혹은 소설을 읽은 것 같다는 말이다. 대부분이 동의하는 것 처럼 늑대소년은 문학작품이 가지고 있는 꽤 흔한 설정을 지니고 있다.


폐병에 걸린 소녀가 요양을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로 간다. 그곳에서 처음에는 조금 꺼려지지만 결국 좋은 이웃이 되는 착한 마을 사람들을 만난다. 그녀의 아버지는 죽었고,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아 간 아버지 친구의 아들은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다. 그녀는 여기서 한 순박한 소년을 만나게 되고, 깨끗하고 맑은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느낀다.


이 얼마나 문학적인 설정인가? 가만보면 소나기가 떠오르기도 하는 이 설정과 이야기는 '늑대소년'이 지닌 서정성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 영화를 '뻔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겠지만, 원래 고전이라는 것이 뻔한 이야기 아닌가? 고전의 그 설정이 지금까지도 무한히 반복되어 재생산되는 것 보면, 이 뻔한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자체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 뻔한 이야기에 한 가지의 새로운 설정인 '늑대인간'이 추가 된다. 하지만 늑대인간은 말 그대로 양념일 뿐,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 소녀가 소년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시나리오는 그 이야기를 아주 훌륭하게 풀어낸다. 오래전 '번지점프를 하다'가 정말 잘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을 때의 감흥이 늑대소년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늑대소년은 이렇게 문학적 정취를 가지고 관객들을 유혹한다. 이 뻔한 설정과 진부한 스토리는 고전의 틀을 쓰고 여전히 관객을 사로 잡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흥행을 설명하긴 힘들 것이다. 지금의 흥행은 그 이야기를 현실로 구현해준 두 배우의 열연에 근거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송중기는 순수한 소년의 연기를 완벽하게 해냈다. 말 없이 눈빛과 행동으로만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송중기가 '얼굴'이 중요한 배우가 아님을 증명해준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서 완전히 연기파 배우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송중기라면 나도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켰으니 말이다. (본인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박보영은 폐병 앓는 소녀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처음에는 마음을 닫다가 천천히 마음을 여는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송중기가 중심일 수 밖에 없는 이 작품에서 박보영은 송중기를 잘 받춰주다가, 마지막에 한방을 만들어 낸다. 그 한방은 관객을 완전히 몰입시키며, 여성 관객에게는 물아일체 수준의 경험을 선사한다. 


늑대소년의 흥행 돌풍에는 매우 잘 만들어진 시나리오와 그 시나리오를 제대로 구현해준 박보영, 송중기라는 두 배우의 열연이 있었다. 이 젊은 배우들이 하나의 영화를 이끌어 나가면서 이 정도의 성과를 보여준 것은 제대로 된 청춘스타의 빈곤에 허덕이는 충무로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일 것이다. 이제 박보영 송중기라면 누구라도 함께 하고 싶은 배우가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늑대소년은 잘 만들어진 한편의 문학작품과 같다.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지만, 이미 그것들은 박보영 송중기에 의해서 다 표현되고 있다.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 여운이 오래 동안 남는 것을 보면... 


Ps) 한가지 장담하고 싶은데, 이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울 것이다. 5년이 지나서 봤을 때, 10년이 지나서 봤을 때, 다양한 감정을 불어 일으킬 수 있는 영화라고 판단된다. 

댓글